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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미국이다. 수억 년 전에 바다였다는 넓고 넓은 네바다 주의 사막. 가도가도 끝이 없을 듯 지루한 고속도로를 달려 우린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중이다. 습기 하나 없이 맑고 청명한 겨울 초저녁, 푸릇푸릇 짙어지는 코발트블루의 하늘 한 쪽에 맑은 보름달이 올라올 때쯤 우리는 약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주유소 옆 외딴 모텔의 허름한 인디언 식당 앞에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차를 세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덩치가 산만 한 인디언 남자가 퉁명스럽게 반긴다. 햇살이 겨우 스며드는 창가 쪽의 원형 테이블에 깊숙이 앉아 말보로를 한 대 피우며, 베이컨을 두 개 얹은 오믈렛, 이상한 소시지를 튀긴 것과 치즈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구린내가 나는 커피…. 그러나 밝고 또렷하다. 싱긋 웃는 미소 뒤로 한없이 착해 보이는 이 남자의 빛나는 머리칼. 그는 어딘가 스콧을 닮았다. 길에서 시작해 길에서 끝나는 슬픈 영화 <아이다호>의 미워할 수 없는 키아누 리브스 말이다. 아,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또 얼마나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 것인가. 이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볼을 힘껏 꼬집어보았다. 이럴 수가. 전혀 아프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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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이 미국의 한가로운 사막을 걷고 있을 때, 나 역시 한가로이 우리 집 침대에 누워 그의 지난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빌려다 보았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나를 압구정동 ‘종이 정원’으로 불러냈다. 사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미로움과 평화스러움은 주말 한낮의 인기 좋은 카페에서 새벽의 가락시장만큼 시끌벅적한 소음과 함께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아주 반듯한 원 버튼 하프코트 차림의 이동건이 평화롭게 들어왔다. 육중한 밴 대신 날렵한 벤츠를 타고, 그의 옆에는 매니저 대신 수더분하게 생긴 ‘동네 형’이 함께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칼과 꼼꼼하게 에센셜한 피부. 그는 커피를 주문하기 전에 기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그는 사교적이진 않지만 자상하다. 어눌하지만 말꼬리를 흐리는 법이 없고, 시선은 명확한데 눈빛은 공허하다. $ A1 \. R0 e, 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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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3 z, K$ j& x남자의 로망 1980년대의 로맨틱한 로드무비 같은 사진과 달리 실제 이동건은 현지의 예상치 못한 살벌한 추위에 눈물부터 흘렸다. 뿐만 아니라, L.A.의 팜데일이란 곳은 한 장소에서 촬영 한 번 하는 데 3~4천 불의 커미션을 받는 바가지 장사로 돈을 벌고 있었다. 알뜰하기로 소문난 스타일리스트 채한석에게는 어림없는 소리로 포토그래퍼 류형원,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이동건은 한 패가 되어 한 손에 스타벅스 모닝커피를 우아하게 든 채 미국 땅에서 ‘도둑촬영’을 했다. 그에게 모험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런 것보다 아무것도 아닌데, 왜 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의외다. 이동건은 살면서 범법행위는커녕 불법주차도 안 할 것 같았으니까. 근데 그의 차도 몇 번 ‘애처롭게’ 끌려간 적이 있다. 하긴 나 같아도 내 차가 페라리인데, 그 아이가 낯선 이에게 이끌려 한강 둔치에 처박힌다면, 그건 견인이 아니라 유괴에 가까웠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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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에게는 MV 어그스타라는 바이크가 있고, 얼마 전까지 페라리 575 마라넬로를 몰았다. 면허를 딸 수 없는 10대 때부터 잡지를 보며 스크랩해 모아두었던 ‘드림 카’였다. 그간 차를 바꾼 횟수는 10번 정도, 바꾸는 이유는 ‘새로운 놈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차에 대한 욕심은 끝도 없었다. 물론 돈도 억수로 들어갔다. “차는 남자의 최고 액세서리라고 생각해요. 자질구레하게 향수나 옷에 집착하는 것보다 ‘추리닝’을 입고 있어도 제 차를 타고 있으면 그냥 스스로 만족스러운, 그런 게 좋아요. 얘는(차는) 이동수단이지만, 차와 바이크는 존재감만으로 충분한 그 이상의 로망이니까.”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풍선에 바람 빠지듯 차에 대한 욕구가 사라져버렸다.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게 이렇게 어린, 젊은 나이라면 ‘참 행운이다’라는 생각을 해요. 정말 갖고 싶었던 차였어요. 근데 아버지가 지금도 이런 얘길 하세요. 네가 그 차를 사는 걸 내가 반대해야 했지만, 네 나이에, 네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한번 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근데 이제 하지 마라. 그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멋있는 일을 해라. 배웠죠. 많이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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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은 다른 남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자세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고, 식당에서 많이 먹으면 남들처럼 살짝 허리띠를 풀고, 때로 술을 잔뜩 마시고 오바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슈퍼카는 굳이 숨겨야 할 ‘재산’이 아니다. “오히려 신경 쓰면 사람이 참 비겁해지고 불쌍해져요. 차 한 잔을 마시면서도 의식하면 이걸 코로 마시는지, 입으로 마시는지 모르잖아요. 제가 자유로울 수 있는 건, 그냥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예요. 다 자기가 하기 나름이죠. 어딜 가나 다 쳐다보는데 담배 피우는 모습 보이면 안 돼, 그럼 죽어야죠. 이게 나이고, 나도 사람이잖아요.” 그는 현재 소속사가 없다. 언젠가 회사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있어도 없는 듯 살았다. 없어도 있는 듯 ‘동네 형’과 의논하며 누구보다 바쁘게 잘 지내는 걸 보면, 그의 말대로 모든 게 ‘하기 나름’인가 보다. 근데 듣던 대로 이 남자, 보통 아니다.5 V' \* g7 ?0 `;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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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下图片来源李东健AROMI, \$ f6 j- t$ B;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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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本帖最后由 wldg 于 2008-2-23 02:49 编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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