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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탁월한 선택 그리고 성공, 햄릿=왕자=이지훈【뉴시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에 맞서 싸울 것인가, 거짓 속에서 굴복하며 살 것인가 고뇌한 햄릿이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1564~1616)가 남긴 비극 ‘햄릿’은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보고 읽어봤음 직한 고전이다. 그러나 400년 전 덴마크 왕가를 배경으로 아버지를 죽인 삼촌과 결혼하는 어머니를 보고 분노와 복수심을 키운 특수상황 속 햄릿의 삶에 누가 진정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 단지 짐작만 할뿐이다.
온 몸으로 햄릿의 삶을 경험하며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가수 겸 연기자 이지훈(29)이다. 뮤지컬 ‘햄릿’의 햄릿으로 무대를 휘어잡고 있다. 10여년의 연예 활동에서 얻은 성숙함과 노련함, 카리스마가 묻어나는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는 중이다.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는 무대의 주인공이다.
“햄릿은 일단 왕자니까 나와 어울리지 않느냐.” 우스갯소리로 참여 계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다 금방 진지해졌다. “햄릿 초연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전에 물론 책을 읽었었고. 그런데 책을 보고서는 이해가 안 가던 부분들이 공연을 보고서는 이해가 됐다”며 “아버지가 살해되고 엄마는 아버지를 죽인 삼촌과 결혼하고, 복수를 꿈꾸다 오필리어 부녀는 죽게 되고, 햄릿이 그때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미칠 것만 같은 그의 분노와 후회 등을 그제야 공감하게 된 것이다. 진지하고도 인간적인 햄릿은 욕심나는 캐릭터였다”는 고백이다.
뮤지컬 무대는 항상 탐났다. 노래를 10년 이상 불렀고, 연기도 한창 무르익는 중이다. 연기와 노래를 아우르는 뮤지컬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인정받고 싶었다.”
정작 햄릿 제의가 들어오자 망설이기도 했다.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못하면 기대했던 만큼 실망의 화살이 내게 돌아온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동시에 4명이 햄릿으로 캐스팅됐다. 박건형(31), 임태경(35), 윤형렬(25) 등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두 햄릿이다. 이지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햄릿 역을 맡기로 한다면 그들 못잖은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야 했다.
그러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잠시라도 짬이 나면 우산을 잡는 이유다. 극중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스(김승대)와의 검 결투 장면은 공연의 클라이막스다. “시간이 나면 검술연습에 몰두한다. 상대역과 칼싸움을 할 때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우니까.” 검 동작을 모두 외운 매니저가 상대역을 대신한다.
가수인 만큼 음악이 부각되는 뮤지컬에서 노래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다. “뮤지컬에서의 음악은 공연을 이끌어가는 축이다. 노래 자체가 감정도 전달하고 의사소통 기능을 하는 대사인 것”이라며 “내가 주로 부른 발라드는 안으로 삼키는 발성이다. 저음에서든 고음에서든 내지르는 발성법이 훈련이 안 돼있다가 뮤지컬 곡들을 노래하니 가수처럼 부른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도 초반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며 긍정했다.
영원한 숙제는 춤이다. “ 탭 댄스, 군무 등 큰 동작이 많은 데 대충 맞게 추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어색하다.”
애정 신도 선보인다. 상대배우와 짧은 키스도 하고 베드 신을 위해 상의와 하의도 벗는다. “이제 연기를 꽤 해서 쑥스러운 경우는 없다. 단지 침대 위에서 하의를 벗는 연기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도 어색하다”면서도 “극이 괜찮고 맥락에 맞고 꼭 필요하다면 올 누드라도 굳이 마다하진 않는다”며 사뭇 진지하다.
카리스마와 파워를 내세운 박건형, 윤형렬, 임태경의 햄릿과도 구분했다. “따뜻하면서도 감미롭고 부드러움이 있는 햄릿이다. 그래도 결국 그들처럼 죽고 말지만.”
첫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던 순간의 소름끼치는 전율,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 “이 작품에 참여하기를 잘 했구나, 햄릿의 역이 나와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분노하고 절규하는, 내가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컸다. 막상 하고 나서 보니 오히려 내가 내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는 진단이다.
김승대가 맡은 레어티스에게로 잠시 눈길이 가기도 했다. 오필리어와 레어티스 남매가 같이 부르는 뮤지컬 넘버들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햄릿이다. “햄릿 만한 배역은 없다. 햄릿은 일단 왕자니까”라며 다시 왕자를 들먹이며 웃는다.
이지훈은 “햄릿은 관객들이 봤을 때 오랜만에 좋은 작품이 탄생했구나, 느낄 수 있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기대하고 와서 봐도 정말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은 공연, 햄릿이 주인공이지만 모든 캐릭터들의 상황이나 이유가 잘 살아있는 공연”이라고 자신했다. “두 번 봤을 때 또 느낌이 다른 뮤지컬이다. 많이 볼 수록 점점 빠져드는 뮤지컬이다.”
이지훈은 다짐한다. “마지막 공연 때는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보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줄 수 도록 하겠다.”
이민정기자 benoit0511@newsis.com
新闻来源 newsis..com 2008-09-21 09:02 camael by 홍민희 中译 智勋时光论坛www.leejeehoon-chinaclub.com tyj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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