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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장면들을 재편집하여 만든 M/V
진지하고 생각이 깊은 배우, 평소 좋아하던 유지태가 24분짜리 세 번째 단편영화를 내놓았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초청과 수상까지, 인정을 받아온 그의 전작들은 영화제에서만 상영되어 아쉬웠지만
이번엔 (비록 상영관이 한곳이라 장소의 제약은 있지만) 극장에서 정식 개봉되어 보다 많은 감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의 인지도 때문에 단편영화가 그 어렵다던 극장개봉까지 이루어진게 아닐까.
이유가 어떻든, 앞으로 이런 기회가 이어져 단편영화의 다양성과 시장확보에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중년의 남자주인공이 간직해온 첫사랑의 추억들을 회상하게 되는 스토리다.
만약 장편이었다면 구구절절한 러브 스토리까지 늘어놓아야 했을 테고 그랬었다면 매력을 잃을 뻔 했다.
도로위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년의 남자주인공은
조수석에서 짜증내며 연애 문제를 토로하고, 개똥벌레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기억속의 젊은 옥경이를 떠올린다.
마치 한 공간에서 나이차가 나는 불륜관계처럼 보여지는 듯한 화면분할은
생각 없이 화면만 쫓는 관객들에게는 순간 오인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서로 다른 시간적 공간에서 두 주인공은 아련한 추억의 느낌을 쓸쓸한 표정으로 전달한다.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하고 자신이 개똥별에서 왔다는 옥경.
자동차 보닛으로 날아든 향수의 매개체 '개똥벌레'
맥주 캔을 들이키며 골목을 배회하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리려는 옥경.
화내고 웃고 울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기억속 그녀의 많은 모습들.
극단적인 감정을 보이는 옥경이처럼, 현실. 판타지. 과거를 불규칙하게 정신없이 오가며
영화는 첫사랑의 향수, 치솟는 기억들을 열심히 쏟아놓는다.
“내가 왜 여기에 왔을까. 나도 모르게..”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옛집 앞에 와 있는 것처럼,
골목의 가로등이 켜지는 그 짧은 순간처럼.
예고 없이 침범하는 추억에 휘청거린다.
평생 마지막까지 추억할 수밖에 없는,
꺼내 볼 때마다 무뎌지기 보다는 애잔한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그래서 어느 사랑보다도 잊지 못할 기억. 우리들의 첫사랑이라 하겠다.
"나 예전으로 못 돌아가."
도로에 유턴 표지판처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사랑이지만
그 시절 그 사람에게, 그리고 짧지만 슬프도록 아름다운 추억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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