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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新一期『MovieWeek』的专訪
《도마뱀》조승우-고집쟁이 B형이라도 ...
조승우는 아직 젊다. 그러나 이미 그는 스물일곱 살 배우가 할 수 있는 평균 이상의 것을 해냈다. 서투른 꾸밈이나 불편한 가식 없이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전력 질주 중인 조승우를 만났다.
배우들과 인터뷰는 직업상 아주 일상적인 일이면서도 때로는 아주 특별한 일이 되기도 한다. 마음은 굳게 닫아놓은 채 홍보 매뉴얼을 읊어대는 배우와 만나고 나면 녹음테이프를 듣고 돌아온 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같은 답변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배우를 인터뷰하면 괜히 좋은 친구 한 명 사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조승우는 후자에 가까웠다. 테이블 너머에 앉은 그는 애써 친한 척 말을 건네지도 않고, 불필요한 경계심으로 바리케이드를 세우지도 않았다. 천천히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마음속에서 꺼낸 말에서는 가식이나 거짓을 감지할 수 없었다. 이건 순수함에 관한 칭찬이 아니다. <클래식> <말아톤> <도마뱀>의 조승우를 일상생활에서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향기는 예술가 특유의 수줍음과 자유분방함, 정교하게 응축된 광기처럼 짧은 시간 내에는 쉽게 알아채기 힘든 것들이다. 1미터 정도 떨어진 건너편 소파에 앉아 있는 이 청년에게서 <후아유> <클래식> <하류인생> <말아톤> <도마뱀>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의 파편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당연히도 그 모든 것을 합해야만 배우 조승우가 나온다. 조승우가 훌륭한 배우인 것은 결코 파편으로서의 연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방심하지 않고 전력 질주한다면 10년 후에 최민식 송강호 황정민을 능가하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그는 스물일곱 살의 배우가 할 수 있는 평균 이상의 것을 해냈다. 젊은 천재 조승우는 지금도 맹렬히 연기의 가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영화 <도마뱀>과 뮤지컬 <헤드윅>의 일본 공연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새 영화 <타짜>까지, 당분간 조승우의 전력 질주는 멈추지 않을 듯하다.
<도마뱀>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건 언제인가? 지난해 5월경이다. <말아톤> 끝나고 받았다. 당시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소재가 다 비슷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 멜로가 좀 많았는데 신파극이나 청춘 멜로가 대부분이었다. 액션 외에 여러 장르도 있었는데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도마뱀>은 처음 읽었을 때 참신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나중에 수정된 것보다 아기자기한 맛도 더 많고, 더 통통 튀는 느낌이 있었다. 입에 딱 맞는 구어체 대사도 공을 들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 <도마뱀>을 하지 않으려 했던 건 내 출연작 중 영화만 본 관객들은 내가 멜로영화만 출연하는 줄 알기 때문이었다. 순정파 이미지가 내 본모습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꺼려졌다. <도마뱀>에서도 원래 조강 역할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정파인 아이였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시나리오가 처음으로 제본되어 나온 날이었는데 그날 거나하게 취해 감독님에게 “이건 내가 출연하지 않아도 반드시 잘될 작품”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강혜정과 비슷한 시기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나? 혜정이가 제의를 받은 것은 그 이후다. 내가 가방에 넣고 다니던 시나리오를 혜정이가 우연히 읽게 됐고, 그 이후에 혜정이에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멜로는 안 하겠다’는 생각에 거절했는데, 혜정이에게 제의가 들어오고 시나리오도 다시 수정이 돼서 생각을 다시하게 됐다. 단순히 내 이미지만 보고 안 할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마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복합적인 감정을 한 신에서 느꼈다. 아리의 비밀을 조강이 알게 되어 아리와 조강이 처음으로 연인처럼 길거리를 걷는 장면이었다. 그 안에 슬픔과 기쁨과 설렘이 모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조강과 자신의 캐릭터가 많이 다르다고 했는데. 조강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다. 절대 내가 아니니까. 난 요즘 유행하는, 전형적인 B형 스타일이다. 고집 세고, 못됐고, 착하게 보이는데 그렇지 않고….(웃음 ) 성격이 무척 까다롭다. 내가 답답할 정도다. 조금 고리타분한 원칙주의자 같은 게 있다. 정해진 약속은 꼭 지켜야만 하는 스타일 말이다.
예전 출연작과 최근 출연작을 봤을 때 차이가 느껴지나? 내가 출연한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편이다. TV에서 나오면 바로 돌려 버린다. 못 보겠더라. 혼자 보더라도 쑥스럽고 낯간지럽다.
그래도 스스로 만족하는 작품은 보게 되지 않나? 아니다. TV에서 CF만 나와도 바로 돌린다. 심지어는 라디오 광고도 못 듣는다. 예전에 했던 걸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마음속에만 두고 싶다.
처음 연기의 시작이 뮤지컬이라고 들었다. 중학교 때 이야기다. 중3 때까지만 해도 누군가 마주하고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다. 말조차도 못했다. 초등학생 때는 선생님이 자폐아인 줄 안 적도 있었다. 아주 친한 친구 아니면 대화도 거의 안 했으니까. 같은 동네 친구들마저 내 존재를 몰랐을 정도였다. 노래를 좋아했지만 집에 혼자 있을 때만 불렀다. 그 즈음에 진로가 걱정이었는데, 딱히 목표는 없었는데도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기는 싫었다. 중3 때 누나가 계원예고 연극영화과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나중에 누나 학교에서 뮤지컬 발표회가 있어서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갔다가 누나가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 <돈키호테>를 보게 됐다. 그걸 보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인생에 활주로가 확 펼쳐진 듯한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남 앞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성격의 내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객석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그 계기로 계원예고에 진학하게 되면서 인생이 뒤바뀌게 됐다.
그 전에 영화도 많이 봤을 텐데, 영화는 별 자극을 주지 않았나? 영화는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춘향뎐> 하고 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끝나고 나서도 그랬다. 누가 영화배우라고 말하면 어색했다. 앞으로도 영화배우를 하게 될까, 하고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날 찾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극단 학전에 들어갔다. 4개월 동안 지하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그러다 뮤지컬 쪽에 연줄이 닿아서 뮤지컬에도 출연하게 되고, 김용균 감독이 뮤지컬 보고 가서 나중에 <와니와 준하>에 출연하게 되고, 그러면서 현재까지 왔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작품은 어떤 것인가? <레미제라블>을 아주 좋아한다. 한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 <레미제라블>에 빠져 있을 때는 전곡의 영어 가사와 한국 가사를 다 외울 정도였다. 외워야지 해서 외운 게 아니라 하도 많이 들어서 저절로 외우게 된 거다. <돈키호테>도 좋아한다. <돈키호테>는 국내에서 정식 판권 계약을 하고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나이가 어려서 오디션에 응시하지 못했다.
뮤지컬 연기를 보고 있으면 성대가 아닌 온몸으로 노래한다는 느낌이 든다. 뮤지컬을 하기에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노래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연기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노래를 공부한 사람들로부터 감정은 좋지만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성대도 좀 약한 편이다.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노래를 시키더라도 자신 있게 선뜻 노래를 부르지는 못한다.
노래방에 자주 가나? 어제 혜정이와 오랜만에 가서 1시간 반 동안 부르고 왔다. 가면 아는 노래가 별로 없어서 주로 뮤지컬 노래를 많이 부른다. 혜정이와 같이 가게 되면 평소에 좋다고 생각했던 노래를 찾아서 부르곤 한다. 잘 몰랐던 노래들을 한 번에 모두 부른다. 어제 가서는 <물랑루즈> 주제가도 부르고, 초등학교 2학년 때던가 TV에서 듣고 어머니를 졸라 3,500원짜리 테이프를 사서 들었던 ‘La Bamba’를 십몇 년 만에 처음 불렀다.(웃음 )
혹시 가수 제의는 없었나? 있기는 했는데 가수로 활동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음반에 참여하는 건 좋아한다. 나중에 CCM이나 개인적인 뮤지컬 앨범 같은 건 만들고 싶다. 직업이 아니라 취미라면 좋다. <헤드윅> 하면서는 밴드 하는 형들과 많이 친해졌다. 그들의 영혼이 너무 자유로워 보였다. 그 전에는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헤드윅>을 한 이후에 드럼과 건반, 기타를 사서 모으고 있다. 취미가 생긴 거다. 지금은 드럼만 기본 정도 치고 있고, 기타는 코드만 잡는 수준이다. 연주 실력이 좀 쌓이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공연만을 위한 밴드를 하고 싶다.
주로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 전에는 자극적인 음악을 잘 못 들었는데, <헤드윅>을 하고 나니 록이라고 해서 다 자극적인 음악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미스터 빅, U2, 콜드플레이, 마룬 5 같은 밴드의 음악을 좋아한다. 모두 혜정이 영향이다. 혜정이가 듣는 음악의 범위가 끝이 없는 것 같다. 드럼도 나보다 잘 친다. 배운 적은 없는데 오락실을 잘 다녀서….(웃음 ) 손이 안 보일 정도다. 음악적인 감각도 뛰어나고.
강혜정이 공연에 대한 모니터도 많이 해 주는 편인가? 특별히 지적하는 일은 없고, 늘 잘한다, 잘한다 해준다. 밥 사주고, 공연장 와서 춤추고…. 올림픽홀에서 <헤드윅> 콘서트 공연을 하는데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와서 춤추는 게 보이더라. <헤드윅>은 혜정이가 추천해서 출연을 결정했던 작품이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세 번이나 봤다고 했다. <헤드윅> 공연장에는 거의 매일 왔었다. 나는 요즘 혜정이에게 연극 연기를 권유하고 있는 중이다. 무섭다고 하긴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드기고 있다.(웃음 )
강혜정과 함께 연기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시선이 엇갈릴 것 같다. 신경 쓰이지 않던가? 물론 신경이 많이 쓰였다. 우리에게 향한 호감 섞인 시선이 ‘비호감’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영화 자체가 아니라 연애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나 혜정이와 나는 <도마뱀>이란 좋은 작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한 것일 뿐이다.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연기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영화 속에 우리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연애사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연애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배우로서 강혜정을 봤을 때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언제 하게 됐나? <올드보이>를 보고 나서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배우가 있구나, 저렇게 대범하고 당차고 자신감 있는 배우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어서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하류인생> 시사 때 초대를 했다. 꼭 보고 싶어서. 그러다 아는 후배와 우연히 함께 만나게 돼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고, 그러다가 함께 영화도 찍게 됐다.
개인적인 연애 이야기에 대해 너무 많이 물어보면 피곤할 것도 같다. 그게 불편하다면 다른 연예인 커플들처럼 애초부터 말하지 않고 사귈 수도 있지 않았나? 내가 연애를 하는 게 죄도 아니고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인데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 연인이에요”라고 대놓고 말한 적도 없고. 그냥 걸린 거다. 숨어서 연애하면 걸림돌도 많고, 어차피 연애하는 거 누가 알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젊은 사람들이 굳이 숨길 필요가 뭐 있겠나. 그걸 누가 추적을 해서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렸더라. 그걸 보고 그냥 ‘잘됐네’ 했다. 그러면서 같이 영화도 찍고, 손 붙잡고 같이 시상식도 가고, 데이트도 하고….
두 사람 사이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도 많다. 별로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공개적으로 사귀는 것처럼 헤어지게 되면 솔직하게 말하게 될 텐데 말이다. 우리는 아직 잘 만나고 있고, 서로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MovieWeek; 200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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