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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aum 2007-04-05
오승하가 강오수를 심판하는 방식
吴承何审判姜武秀的方法
<마왕> 1-2회에서 오승하(주지훈 분)의 존재감은 작다. 단지 인권 변호사 오승하로서만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4회까지 시청한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승하의 계획이 실행된 1-2회 자체가 어찌 보면 가장 크게 승하의 존재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그가 짜온 10년의 복수 실타래가 실마리를 보이며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보호받지 못해 황폐해진 자
그에게 이 사회는 광두(김규철)가 “정말 이 짓 못해 먹겠다 싶은 사건이 있었죠”라며 형사직을 그만 둔 이유처럼, 택시기사가 오수(엄태웅)에게 “요즘 형사님들 돈 많이 버시죠?”라며 뼈 있는 말을 던진 것처럼 가지지 못한 자는 자유롭지 못하고 차별받는 사회다. 때문에 승하는 스스로 사회의 불평등을 증명함과 동시에 사회의 평등이고자 했고, 복수의 첫 단계로 이를 이뤄냈다.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지만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 연수원 수석에 빛나는 타이틀을 달았고, 남들이 예상하는 판․검사라는 행로대신 변호사로 출발했다. (물론 같은 방식으로 눈물 흘리게 만들려면 변호사로 출발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그리고 사회의 약자 편에 서는 인권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다. 그의 복수가 이를 증명한다.
자승자박(自繩自縛) : 모든 이 스스로 불행을 초래하다
복수를 위한 오승하의 전략은 치밀하면서도 단순하고 명쾌하다. 복수의 대상들은 자신의 약점으로 인해 불행을 자초하는 자승자박의 행태를 보인다. 여기서 오승하의 역할이라곤 그들의 치명적인 부분을 조금씩 자극하는 것뿐이다. 행동은 오승하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한다. 그의 전략이 명쾌한 이유다.
그는 형을 죽인 오수에게 직격탄을 날리지 않는다. 가해자인 오수와 관련된 주변부부터 조여 온다. “지휘가 높건 낮건 가난하건 부자건 간에 사람은 분명 누군가에겐 소중한 존재입니다. 특히 가족에겐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을 만큼 소중한 존재죠”라며 오수에게 힌트 주듯 던진 말처럼, 승하는 오수의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쳐 낼 듯하다.
승하는 결정적 한방을 위해 사건과 관련된 조각들을 모아서 견고하게 이어왔다. 그 바느질 첫 땀은 권변호사 밑에서 자청해 6개월간 시보생활을 했던 그때. 승하는 시보생활을 하며 권변호사의 양태를 간파한다. (이는 훗날 자신이 있는 자에게서 못 가진 자를 보호할 때 역으로 이용된다.) 그 사이 권변호사의 약점을 찾아내 복수를 위한 긴 떡밥 조동섭에 연결해 놓는다. 결정적인 모든 일에선 빠져있으면서도 바라던 모든 일을 완성할 수 있는 승하의 계획, 그 전략이 치밀한 이유다. 결국 승하는 조동섭의 억울한 심리를 끊임없이 강화시키면서 그의 손으로 권변호사를 대신 응징하고, 더불어 강오수를 자신의 시나리오에 발 들이는데 성공한다.
두 번째 타로카드를 받은 대식(한정수)은 승하 형의 죽음과 관련된 4인방 중 하나고, 4인방 중 오수와 가장 친하다. 그가 지병인 천식으로 죽지 않았더라도(물론 이것도 천식을 유발한 원인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빚독촉을 했던 소라엄마에게 죽임을 당했을 확률이 높다. 또 오수 아버지의 비리와 관련한 성준표 기자 사건, 죄질이 나쁜 김순기의 석방, 승하가 오수 4인방의 모임에 참석해 석진의 약점을 짚어내는 점도 앞으로도 승하의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물들의 치명적인 약점, 그것을 엮어 꼬이고 또 꼬이게 만들면서 결국엔 자승자박의 형태로 복수에 성공하는 승하의 전략, 제 손 더럽히지 않고 해치워 버리는 섬뜩함, ‘진실은 친구들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단순한 명제가 한 인간을 이토록 피폐하게 만든 셈이다.
표리부동(表裏不同) : 겉과 속이 같지 아니하다
오승하는 세상 밖에서 자유롭다. 그는 무료 변론을 자처하는 사람 좋은 ‘인권변호사’이자 틈틈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햇살 좋은 날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이다. 아니 공포에 떠는 조동섭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엄마 잃고 우는 소라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자상함에, 바쁜 시간을 쪼개 성당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 평범함을 뛰어 넘는 선인(善人)이다. 어디까지나 세상 밖에서.
오히려 승하는 온전한 자기 공간인 오피스텔에서 더 고립돼 있다. 오피스텔에서 승하를 담는 카메라는 좀처럼 그의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는다. 물을 마실 때 냉장고에 비치는 모습이나, 창문으로 밖을 보는 모습, 샤워 후 뒷모습을 멀찍이서 담아낸다. 특히 집안에서 밖을 보는 모습보다 창살이 먼저 보이는 창밖에서 승하의 얼굴을 담는다. 그가 심리적으로 억압돼 있음을, 그 억압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스스로에 의해 더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가하는 모습 또한 폭풍 전야같은 그의 심리를 보여주는 일종의 역설이다. 승하의 내면은 결코 평온하거나 고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달래야한다. 적이 죽기 전에 자신이 터져버릴 수는 없는 일이므로.
치열한 내면의 불안과 달리 그는 타고난 포커페이스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시나리오에서 초조해하는 자들을 볼 때 터져 나오는 실소는 어쩌지 못한다. 김순기 항소심에서 광두를 발견한 석진(김영재)은 십여 년 전 그 일이 떠올라 식겁하며 재판장을 나간다. 이 모습을 본 승하, 썩소를 날린다. 표리부동해진 그의 성격 덕에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진다.
씨 뿌리고 거두기
오승하의 치밀함은 강오수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자신이 듣고자하는 바를 사건을 통해 강오수가 하도록 만들고, 때론 자신이 직접 듣는다. 들으면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실컷 비웃고 조롱하는 거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뿌려둔 씨를 성공적으로 거둔다. 그 일 이후 선인의 길로 접어든 오수에게 칼을 쥐어줌으로써(조동섭 사건 현장검증) 그의 공포를 상기시킨다.
승하가 이루고자 하는 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오수가 당하는 고통을 지켜보고, 그 과정에서 오수가 쏟아낼 말들을 듣고 심판하고자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지 않을까 4회까지 보면서 생각한 점이다.
#1. 1회
“형이 칼잡이를 무지 싫어하잖냐. 그게 아주 위험해. 잘못하면 사람도 죽고, 그게 바로 생사람 잡는 거거든.” // (권변호사 사건이 기사화되고, 사건 자체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자) “사람이 죽었는데 찬반이 어딨어?!”
먼저 오수가 형사라는 설정 자체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반성해도 저지른 죄는 돌이킬 수 없고, 오수는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가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잡으면서 하는 대부분의 말은 타인을 향하는 방백인 동시에 오승하에게 하는 고해성사다.
#2. 3회
“상해 치사든 살인이든 죄 없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사람은 한 여자의 든든한 남편이었고 결혼을 앞둔 아들의 아버지였습니다. 퇴직 후엔 손자와 낚시하길 소망하던 한 사람의 인생을 여기 있는 변호사님의 의뢰인이 한 순간에 끝내버린 겁니다.”
오수는 승하에게 이렇게 일장 연설을 한다. 승하가 보기엔 제 얼굴에 침 뱉기다. 그렇게 승하는 자신의 시나리오에서 허둥대는 강오수를 보며 신랄하게 조롱하고, 지난 날 마땅히 들었어야할 사과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필히 승하가 오수에게, 법이 오수에게 했어야하는 말이기도 하다.
“상해 치사든 살인이든 죄 없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사람은 한 부모의 든든한 아들이었고, 나이어린 동생의 형이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가족에게 더 잘해주고 싶었던 한 학생의 인생을 당신 강오수가 한 순간에 끝내버린 겁니다” 라고.
앞으로 남은 이야기 속에서 오승하는 감추어둔 어떤 또다른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 리뷰 출처 : 텔존 '텔존 TV 리뷰' Dramaholic님.
※ 드라마 캡쳐 출처 : KBS, 사진저작권@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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