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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피아노를 치는 태인을 보며)
수선화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3회(학교를 그만두고 전경을 바라보며)
기형도 -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4회(태인과 함께 태인의 어머니 납골당에 간 장면에서)
천상병 -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울고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까닭만은 아니다
5회(태인과 함께 병원에서 유진이의 조카의 수술을 기다리면서)
김현승 -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6회(태인과 함께 공원에서 사온 도시락을 먹으면서)
존 맥리올라 - 한소년
한 소년이
별을 바라보다가
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별이 물었다.
아이야. 넌 왜 울고 있니?
소년이 말했다.
당신이 너무 먼곳에 있어서
당신을 만질 수가 없잔아요.
별이 말했다.
아이야. 난
너의 가슴 속에 있어.
그렇기 때문에
넌 날 볼수 있는 거야.
7회(태인,반아이들과 동필이의 엄마를 공항에서 작별하면서)
사모곡 - 신달자
길에서 미열이 나면
하나님 하고 부르지만
자다가 신열이 끓으면
어머니,
어머니를 불러요
아직도 몸 아프면
날 찾냐고
쯧쯧쯧 혀를 차시나요
아이구 이꼴 저꼴
보기 싫다시며 또 눈물 닦으시나요
나 몸 아파요, 어머니
오늘은 따뜻한 명태국물
마시며 누워 있고 싶어요
자는 듯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부르튼 입으로 어머니 부르며
병뿌리가 빠지는 듯 혼자 앓으면
아이구 저 딱한 것
어머니 탄식 귀청을 뚫어요
아프다고 해라
아프다고 해라
어머니 말씀
가슴을 베어요
8회(태인,반아이들과 선하의 아버지가 일일교사로 선하의 어머니와 만나서 화해하는 장면)
무등을 보며 -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길은
우리들의 타고 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엔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아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아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이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라도 자욱히 끼일 일인 것이다.
9회(태인,반아이들과 위험한 수술을 앞둔 조필의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10회(호수에서 지현우선생님 때문에 우는 나보리선생님을 안으면서)
강가에서 -윤제림(10회)
처음엔 이렇게 썼다.
다 잊으니까 꽃도핀다.
다 잊으니까, 강물도 저렇게
천천히 흐른다.
틀렸다.이제 다시 쓴다.
아무것도 못잊으니까 꽃도 핀다.
아무것도 못잊으니까,강물도 저렇게
시퍼렇게 흐른다
11회(병원에 예지를 보고 나오면서 태인이가 간곡한 마음을 고백과 함께)
사모-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은 멀리로 이루어 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움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며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12회(아뜨리에(작업실)에가서 아픈태인을 간호는 젬마를 보고 돌아서면서)
칼릴 지브란-예언자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그를 따르라.
비록 그 길이 힘들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감싸안거든
그에게 온 몸을 내맡기라.
비록 그 날개 안에 숨은 칼이 그대를 상처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할 때는 그 말을 신뢰하라.
비록 북풍이 정원을 폐허로 만들 듯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뒤흔들어 놓을지라도.
13회(태인이 나보리선생님집에서 울던 선생님 안아 주면서)
내 소원을 말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게 해 주소서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세상 어떤 시련도 견딜 용기가 있으나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에겐 세상을 살 이유가 없으니
부디 신이 있다면 당신께 비노니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게 해 주소서
14회(태인이를 사랑하게 된 것을 안 후 보리가...)
그 아이가 가끔 보고 싶다.
그 아이
꽁꽁 언 몸으로 나를 녹여 주던 아이
그 아이
작은 몸으로 나를 감싸주던 아이
그 아이
나의 모든 것을 부끄럽게 만들고
나의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던 아이
그 아이
어른이 되면 내가 사랑할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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