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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Week 2006-09-04专訪張真英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장진영-언제나 다시 ‘보고 싶은 얼굴’
<청연> 이후 거의 1년여 만이다. 푸른 제비의 때 이른 추락은 장진영과 그녀의 팬들에게 아픈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장진영은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묵직함을 우리에게 선사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보고 싶은 얼굴’ 연아로 말이다.
조금은 사견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난 장진영이란 배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스크린에 투영된 그녀는 단순히 이미지로만 작용하기보다는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여자’로 살아 있다. <소름>에서 그녀는 정말 ‘선영’이었고, <싱글즈>에선 진짜 ‘나난’이었고, <청연>에선 역사 속 ‘경원’이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고운 먼지를 더 뽀얗게 비추는 영사기의 빛 속에 자신의 허구 이미지를 뿌려댄다. 하지만 지금껏 보아 온 장진영은 ‘실재=이미지’의 등식을 성립하는 그런 배우였다. 그래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하 <연애참> )을 보고 극장을 나서며 그녀를 꼭 만나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연아, 아니 장진영과 만나다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솔직히 말해 나는 <연애참>이란 영화에 대해 크게 할 말이 없다. 단지 개봉관에서 직접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자고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연아’에 대해선 참 할 말이 많다. 밑바닥 인생에 선 연아는 술도 잘 마시고, 담배도 잘 피운다. 게다가 술은 거의 ‘말술’이다. 장진영의 실제는 어떨까? 나의 개인적 등식이 성립한다면 그녀도 그래야 했다. 하지만 사실 현실적 차이는 분명 있었다. “술은 마셔요. 담배는 피우다가 오래 전에 끊었답니다. 욕은 으레 친구들끼리 애교 삼아 던지는 ‘이 년아’ 정도?” 장진영, 솔직하다.
<연애참>의 연아의 애인 ‘영운’은 시쳇말로 ‘두 집 살림’을 한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참 나쁜 놈이다. “많은 남자분들이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하던데요? 연아가 가진 캐릭터가 뭇 남성들의 ‘로망’인 것 같아요. 쿨하고, 섹스도하고, 조건 맞는 결혼상대가 있어도 이해해주고 말이죠. 그녀에게서 남자는 모두 다 취할 수 있으니까.” 그런 연아를 배우 장진영은 이해를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명확하다.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녀는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 다른 여자에게 불행을 안겨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배우는 캐릭터와 완벽한 합일의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해야만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그 직업이 쉽지 않은 거다. <연애참>을 보고 있노라면 분명 장진영은 연아와 한 몸이 되어 있다. 마치 샴 쌍둥이의 접합부위처럼 말이다. 난 그렇게 보는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며 조금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그럼 <소름>의 선영과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선영은 그냥 상상할 수 있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연아는 좀 더 구체적이었던 것 같아요.” ‘구체적’이란 단어의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이해가 안 갔고, 공감을 못하니까요.” 이건 배우에게 천근의 무게를 짊어지게 하는 것과 같은 일일 거다. “그렇죠. 그래서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그래도 그녀는 룸 살롱 ‘로즈’의 직업여성 연아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연아의 입에선 일상에선 담기조차 힘든 거친 욕설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그 모습과 장진영을 오버랩하니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건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를 억지로 껴 신은 모양새다. “그 욕설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게 아닌 생활 자체에 젖어 있어야만 하는 거였어요. 영화처럼 되기까지 참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서도 개인적인 거부감이 드러났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대답을 던지는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흐트러지는 듯한 느낌이다.
장진영의 상처를 벌리다
“이런저런 것들이 내가 연아가 되는 걸 힘들게 했어요. 영화를 봐서 아시겠지만, 연아에겐 일상이 없어요. 사건의 중심에서 등장하고, 흥분하는 것밖에 없어요. 이것 역시 연기가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예요. 몰입하기 너무 힘든 캐릭터인데 자신의 생활 없이 영운의 일상적 사건에 껴서 폭발해야 하는 상황이니 힘들더군요.” 그녀의 눈은 무척이나 힘들었던 <연애참>의 촬영현장을 떠올리는 듯하다. 그래서 특별히 힘들어서 더 머릿속에 남는 기억이 있느냐고 애써 아픈 상처를 쑤셔댄다. “평탄한 일상이 없이 마구 날뛰어야 했으니, 내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모두 기억에 남네요.”
듣기론 촬영현장에서 장진영은 무척이나 고집 센 배우였다. 여유가 있는 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만족하는 연기를 뽑아낼 때까지 지치지 않고 계속 몰입해야 하는 그런 배우. <연애참>에선 그러지 못한 것일까? 대부분의 배우들은 자신이 탈을 쓴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표한다. 영화 완성도를 떠나, 흥행 수치와는 별개로 말이다. 그런데 장진영은 “다시는 연아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영화 본 다음날 CF 촬영이 있었는데 얼굴이 너무 안 좋았어요. 곰곰이 곱씹어보니, 전날 영화 볼 때 너무 긴장했었나 봐요. 두 시간 내내 제 심장 박동 소리를 느낄 정도였어요. 특히 내가 나온 장면에선 모든 근육이 경직된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러니 피곤할 수 밖에요.” 그래서 내린 결론? “<연애참>을 두 번 볼 수 없을 것 같아요”다.
배우 본인이 그토록 힘겨워 하며 표현했던 연아가 우리에겐 참 실재하는 어떤 삶처럼 폐부를 찌른다. “그래요? 너무 다행이네요. 사람마다 다 삶의 기준이 있잖아요. 연아는 저의 기준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인물이었거든요. 그걸 내 몸으로 풀어내는 것, 솔직히 촬영 내내 거부감이 들었어요. 안 맞는 옷을 입고 불편해 하면서도 맞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런 모습 말이죠.” 몰입하기 힘들었는데도 장진영은 연아를, <연애참>을 보는 내내 그녀의 연기를 우리의 뇌리 에 생생한 모습으로 각인한다. 이쯤 되면 그녀가 ‘타고난 배우’란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런데 인터넷 언론을 통해 유포된 상대 배우의 코멘트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거기에 대해 그녀 역시 분명 할 말이 있었을 것 같다. 난 또다시 그녀를 괴롭히기로 했다. ‘기자’란 직업, 참 안쓰럽다. 일을 위해 상대를 아프게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도 장진영은 씩씩하게 잘도 대답해준다. 고맙다. “그 이야기 듣고 사실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그렇게 열심히 했던 배우였나? 뭐 이런. 사실 <청연>의 박경원을 했을 때, 그런 이야길 들었으면 진심으로 들렸을 것 같아요. 연화는 스스로 당황한 캐릭터였는데 그런 말을 하니 ‘다른 배우들은 그 정도의 노력도 안 하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여러 면을 생각하게 해준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여자’로 서다
상은 남성성, 아니 남근의 거센 힘이 득세하는 사회 아니던가.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그런 그녀가 어떻게 버텨왔는지 참 궁금했다. 사실 한국영화만 보더라도 대부분 그런 이데올로기를 가득 함축하고 있다. “이전까진 이 일을 해오면서도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라고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그런 인식들이 좀 오는 것 같아요. 몇 편의 영화를 하면서도, 이곳은 영화 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요즘 들어 결국 이쪽도 일반 사회와 다르지 않구나라고 느껴요.” 삼십대의 중턱에 성큼 다가간 배우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니, 가슴이 철렁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인생에 있어 어떤 영화를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며 이 만남의 자리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청연>의 때 이른 좌절이 던졌던 상처가 그녀에겐 차라리 더 행복해 보였다는 느낌이면 섣부른 판단일까? 아무튼 그녀는 “지금 생각으로는 그냥 여기 살고 있는 우리 여자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참 그런 작품들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네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도 않을뿐더러, 여자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건 남자가 보는 시선의 함축이니까요. 제대로 해내면 (영화관객 중 여성이 더 많으니 ) 잘될 것 같은데 말이죠. 제가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걸까요?(웃음 )”
<연애참>을 보고 나서 그녀와 만나기로 마음먹었던 자리는 이런 여운을 남겼다. 장진영은 역시 걸출한 배우, 맞다. 스물일곱이란 조금은 늦은 나이에 연기 인생을 시작한 그녀는 세월의 쏜살같은 흐름을 무척이나 여유롭게 받아들인다. 그녀 자신의 말대로, 장진영은 “좀 더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시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연애참>은 그녀에게 조금 더 성숙의 효소를 제공하는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장진영의 다음 영화가 벌써 기다려진다. 그땐 또 다른 ‘실재=이미지’의 등식을 대입해 보기로 마음먹으며, 그녀의 뒷모습에 안녕을 고한다.
Netizen Question
>> 결혼관이 궁금하다._akingfisher
결혼 후에 올 변화가 두렵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사실 우리처럼 일하면서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결혼보다는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 장진영만의 연애 스타일?_vach0
그냥 코드가 잘 맞는 사람. 그런 이라면 별다른 거 없이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 피부와 몸매관리는 어떻게?_alwise 신체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시간에는 꼭 자주는 것? 그리고 빠짐없이 운동하기. 그래도 살은 찐다.(웃음 )
>> <청연>이 외면당했을 때의 심정_ppflqp
믿어지지 않았다. 조금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시간이 걸려도 재평가를 받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 흥행에 신경 안 쓰는지?_badadat
그건 정말 내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언젠간 나에게도 그런 운이 오겠지. 흥행을 따라가서 작품을 선택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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