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습격] <개와 늑대의 시간>│청춘들이 그리는 운명의 트라이앵글 [ 매거진t 2007-08-15 18:09:30] |
MBC 수목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촬영 현장
“그래, 당신이 보기엔 내가 정말 사람을 죽였을 것 같아?”
“캇!”
김진민 감독이 ‘컷’이 아닌 ‘캇’을 외친다. “어이구, 저 놈의 머리는 어떻게 바람이 안 불어도 날리냐. 난 니 머리를 죽일 거야.(웃음)” 정체불명의 대화가 오가는 이곳은 충남 덕산에 위치한 한 스파 리조트. <개와 늑대의 시간>의 촬영인 이곳에 찾아온 오늘의 ‘불청객’은 실내 장면인데도 자꾸 날리는 남상미의 ‘머리카락’이다.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김진민 감독은 <개와 늑대의 시간> 촬영장에서 가장 액티브하게 움직이는 사람이다. 종횡무진 배우들의 동선과 카메라 워킹을 지시하는 모습은 마치 카리스마 넘치는 육상부 코치를 연상시킨다. 오늘의 촬영은 지우(남상미)의 아버지 영길(정성모)이 추진하는 리조트 사업에 마오(최재성)가 투자를 하면서, 기억을 잃고 마오의 오른팔이 된 케이(이준기)와 지우가 리조트에서 조우하게 되는 장면. 가족 대상 리조트가 촬영 장소인 탓에 현장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FD는 연신 “조용히 좀 해주세요”를 외치지만 휴가지에서 스타를 보는 천금 같은 기회를 얻은 사람들은 좀처럼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궁S> 대본은 국정원 기밀자료?
과격한 액션신은 물론 가혹한 운명의 덫에 걸린 남자의 괴로움을 연기해야 하는 이준기는 이른 아침부터의 촬영이 힘들 법도 하건만 비교적 밝은 모습이다. 얼마 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던 그에게 감독은 “너 이제 몸살 나면 죽는다”며 애정 섞인 협박을 건넨다. 한편, 남상미는 소품으로 들고 있던 명함 케이스를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 하며 계속되는 촬영의 지루함을 달래고 있다.
그렇다면 또 한 명의 주인공 민기(정경호)는 어디 있는 것일까? NIS(국가 정보원) 요원 강민기는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 건물 안에서 비밀 작전을 준비 중이다. 이 공장의 정체는 <개와 늑대의 시간>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NIS 세트장. 안으로 들어서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책상 위에 놓인 ‘세원 정공 기술 유출 건 자료’나 ‘야마구치파 현황’ 같은 문서들과 실물크기로 전시된 자동소총 M4, K2 등이 이 긴장감의 이유이다. 그러나 겁낼 필요는 없다. ‘세원 정공 기술 유출 건 자료’를 펼쳐 보면 그 속은 의외로 드라마 <궁S>의 대본이고, NIS 요원 역의 보조출연자들이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은 ‘야마구치파 현황’이 아닌 만화책이다.
“이것이 요즘 유행한다는 신종 강냉이입니다”
“이것이 요즘 유행한다는 신종 강냉이입니다.”회의 장면을 위한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배우들 앞에는 회의 소집의 원인인 신종 마약 ‘벌룬’ 대신 강냉이가 배급된다. 작전을 위해서라면 부하의 위험도 아랑곳 않는 냉정한 정부장(김갑수)도 마약보다 더 강한 중독성을 가진 강냉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스케일의 추격신과 총격신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개와 늑대의 시간>. 얄궂은 운명으로 고통 받는 세 청춘의 로맨스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일 낮 밤을 이어가는 이곳엔, 개의 시간과 늑대의 시간이 힘차게 손을 잡고 있었다.
(글) 김희주 jyoje@t-fac.com
(사진) 백가현 beck@t-fac.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