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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조은영 기자]
보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새 시대 영웅담을 그린 KBS 2TV 수목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서 백성들이 세운 왕, 창휘(장근석)의 세상이 열렸다.
이미 세자 자리에 있던 최숙빈의 소생인 형 광휘(조희봉)가 왕위에 등극하면서 7세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하지만 어머니 대비(최수지)의 희생으로 살아남아 왕좌를 되찾고자 했던 창휘는 오랜 시간 복수를 위해 달려왔었다. 하지만 힘이 없어 지키지 못한자들.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바꾸고자 애쓰는 홍길동(강지환), 타인의 아픔에 온전히 동화돼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녹(성유리)과 만나며 백성을 지키고자 하는 왕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런 창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길동의 활빈당엔 수많은 민초들과 관군, 유생들이 모여들었고 그들 모두 위선과 부조리로 가득찬 세상을 향해 칼을 빼든 창휘가 새로운 세상을 열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대비전을 태우면서 시작된 자신의 광증을 치유하고 평생을 죄책감과 열등감에 시달리게 했던 동생 창휘와 부조리한 조선사회를 향해 잔인한 복수를 계획했던 광휘가 미친 세상을 몰아내기 위해 봉기한 민중과 미천한 왕을 인정하지 않았던 유생들에 의해 무너지던 날. 창휘는 아버지 선왕의 유지와 백성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궁에 입성했다.
궁에 입성한 창휘는 길동에게 반드시 존경받는 왕이 되어 그의 무릎 꿀림과 조아림을 받겠다고 결심했다. 창휘는 왕실의 위엄보다 자신이 왕이길 바라는 백성들과 함께 하길 원한다며 즉위식은 예정대로 궁을 열어 백성들과 함께 할 것이며 발 빠르게 시세를 타고 움직인 자들을 가려내고 능력 있는 이들을 고루 등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창휘와 독대한 길동은 “세상은 한 번에 뒤집히지 않는다. 모두가 똑같아 지는 세상은 없다. 그래도 지금의 그 마음, 전하를 바라보는 백성의 기대를 잊지 말고 성군이 되라”고 말했다.
하지만 길동에게 존경받는 왕, 이녹(성유리)이 장하다 생각하는 왕이 되어 새 세상을 열고자 하는 창휘를 바라보는 유생들과 공신들의 시선은 달랐다. 그들은 “인재를 등용하면서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것은 불가하다. 지금 백성들의 왕은 홍길동이며 전하는 그들의 꼭두각시 왕,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왕이다. 백성들이 넘 볼 수 없는 전하의 명분은 사인검 뿐 이다. 또 그것을 지키고 따르는 것이 우리 사대부”라고 주장했다.
창휘에 의해 궁에 유폐된 광휘는 그런 허울 좋은 명분에 매달려 기득권을 지켜내려는 사대부의 나라 조선의 부조리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혈육을 죽이고 왕좌에 올라 비참하게 무너진 자신을 오랜 시간 고통 속에 머물게 했던 조선이란 나라의 지긋지긋한 위선과 그들이 떠받히고 있는 동생 창휘에게 사인검의 잔인한 진실을 알려 자신 못지않은 번민과 고통의 순간을 안겨주려고 했다.
광휘는 양위 교서를 내리기 전 대비의 죽음과 관련된 이들을 밝히겠다는 구실로 창휘와 독대한다. 그리고 자기의 아들을 보위에 올리기 위해 못할 것이 없었던 대비와 허울 좋은 명분에 사로 잡혀 거짓을 만들어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던 사대부들의 실체를 폭로했다.
광휘는 창휘에게 “아버지가 내린 사인검에 밀지는 없었다. 사인검의 밀지는 자기 아들을 보위에 올리기 위해 못 할 것이 없었던 너의 어머니 대비가 만들어 낸 가짜다. 너를 보위에 올리기 위해 아버지는 선왕이 되어 죽어줘야 했을 거다. 대비가 너를 위해 아버지를 죽였단 말이다. 우리는 대비가 만들어 낸 가짜 밀지를 너무 믿었다. 모두가 그 밀지에 놀아난 것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망가지고 너는 허상을 쫓아 칼을 갈고 살아온 것이다. 권력에 미친 너의 에미가 왕위를 찾으라 닦달하더냐? 잔인한 애미구나. 너는 권력 싸움의 노리개일 뿐”이라며 뼈 아픈 충고를 던졌다.
오랜 세월 복수의 명분을 주고 정통성을 부여하며 그를 지탱해 준 진실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창휘. 잔혹한 현실과 마주한 창휘의 절망감은 너무도 컸다. 길동과 이녹을 만나며 깨달음을 얻고 백성을 지키는 왕이 되고자 했던 창휘의 원대한 이상은 이대로 무너질 수 도 있다. 광휘가 내려놓은 거짓 세상을 손에 쥔 창휘의 딜레마다. 출신이 미천한 왕 광휘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세상. 때문에 창휘에게 선왕의 거짓 밀지로 정통성을 부여하려 했던 부조리한 조선사회의 모순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창휘에게 똑같이 주어졌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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