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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Week Cover Story
<첫눈> 이준기-드디어 진짜 이준기를 찾은 이준기
여태껏 극과 극의 캐릭터만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첫눈>은 있는 그대로의 이준기와 가장 근접한 평소의 모습이라고 했다. ‘보통 때의 이준기가 저런 느낌이구나 저런 감정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준기, <첫눈>의 느낌처럼, 정말 여유로운 에너지로 충만해 돌아와 있었다
5월 일본 개봉 > 미야자키 아오이 씨 팬 분들도 많았고 제 팬 분들도 많았어요. 스코어 성적으로 따지면 잘된 것도 아니고 잘 안 된 것도 아닌 정도? 두루두루 평범하게 된 것 같아요.
환상적인 로케이션 > 교토가 정말, 카메라 갖다 대면 그냥 그림이 되더라고요. <첫눈> 하기 전에 생각한 게, 정말 휴식처럼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 전에 교토에 가본 적은 없는데, 정말 멋지고 쉬기 좋은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눈이 안 내리는 교토 > 교토에는 눈이 안 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 영화에서 첫눈이라는 것이, ‘첫눈이 오면 만나자’는 약속의 매개체로 작용하는데, 영화에서는 서울에 내리는 첫눈을 의미하는 거예요. 하지만 초가을에 촬영한 거라 가짜 눈을 깔고 찍었죠.
놀라운 미야자키 > 미야자키 아오이 씨가 결혼한 줄은 처음엔 몰랐죠. 그래서 많이 놀랐어요. 나이는 어린데 벌써…. ‘결혼이라는 선택에 대해서는 생각을 좀 더 하지 그랬나’ 하는 생각보다는 그냥 놀랐을 뿐이에요. 그 친구는 실제로 보면 굉장히 똑똑하고 성숙한 편이에요. 경력도 저보다 훨씬 많고, 아역부터 연기해서, 지금 스물두 살인데 출연한 영화가 스물일곱 편이라니까 말 다한거죠. 결혼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판단이 있었을 테고, 그래서 ‘참 용기 있는 친구네’ 하고 생각했어요.
언어 문제는 이렇게 > 처음엔 아오이가 한국말을 전혀 못했죠. 제가 하게끔 했죠. 처음부터 제가 부탁했어요. “나는 서먹서먹하면 연기가 잘 안 되는 타입이고, 그러니까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문제니까….” 제가 일어를 좀 하긴 하는데, 그렇게 농담 같은 말들까지 구사할 줄 아는 건 아니에요. 그냥 간단한 소통만 가능한 정도여서 통역하시는 분들에게 “그렇게 해서 미야자키 아오이 씨가 조금 더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다” 그랬어요. 단어를 많이 외우게 하고 편지를 써서 주기도 하고, 그렇게 도움을 받아가면서 많이 노력했어요. 아오이 씨도 그런 걸 재미있게 받아들여서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배우고 그랬어요.
이미 5년 전 나카타니 미키 > <역도산> 때 설경구 선배님이 나카타니 미키 씨한테 욕부터 가르쳐줬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나카타니 미키 씨는 5년 전에 이미 욕을 할 줄 아셨어요. <호텔 비너스> 촬영할 때 제가 다 가르쳐준 거예요. 하하! 제가 미리 바탕을 깔아놔서 설경구 선배님이 쉽게 가르쳐주셨을 거예요. 근데 미야자키 아오이 씨는 나이도 어린데 욕 같은 걸 가르쳐주긴 뭣해서 주로 작업용 멘트를 가르쳐줬죠. “하늘만큼 땅만큼 당신을 위해 살게요” “꽃보다 아름다워요” 뭐, 그런 거. 저도 재미있게 해주고 싶어서, 마치 제가 작?거는 것처럼 장난삼아 가르쳐준 거죠. 그러니까 아오이 씨도 “저도 한국어 배워서 준기 씨한테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더 열심히 배우려고 했죠.
오빠보다는 준기 > ‘준기 오빠’보다는 그냥 ‘준기’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처음에 저는 부부처럼 ‘남편’이라고 부르라고 하고 저는 ‘마누라’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그 뜻을 알고는 아오이 씨한테 좀 혼나기도 했죠. 하하! 그래서 그럼 그냥 ‘준기’라고 부르라고 하고 저도 아오이라고 부르고. 귀여운 친구였죠. 서로 장난치고 그러면서 재미있었어요. 그런 걸 즐겼죠.
어른들을 위한 동화 >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첫눈>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대신 마음의 정화가 많이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밋밋할 수도 있는데 고스란히 작품에 빠져들면 제 마음이 안정되고, 나이 드신 분들이 보실 때는 과거 어떤 날의 어떤 사랑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낼 수도 있을 거예요. 어린 친구들한테는 아기자기한 예쁜 사랑일 수도 있을 거고요. 아무래도 원작이 일본 작품이고 일본 스태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본 정서와 근접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어요. 한국 멜로는 직접적인 표현 방식이 많기 때문에 화면의 느낌이나 잔잔한 멜로 자체는 한국 관객들이 보시기엔 좀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사실 한국 관객들에게 ‘이 영화로 이준기의 멜로를 보여줘야지’ 하는 건 아니었어요. 재미있겠다 싶어서 한 거였기 때문에 큰 기대나 큰 걱정이 없어요. 한국의 관객들도 <첫눈>처럼 잔잔한 얘기를 흥미롭게 보시는 관객들도 있을 테니까, 전적으로 관객 분들 판단에 맡기고 싶어요.
심기일전한 이준기
한국을 잠시 떠나 > 한상희 감독님이 학교 선배이신데, 그 때문에 출연한 면도 있어요. 작년에 엄청나던 ‘이준기 신드롬’에 휩쓸리고 너무도 바쁠 때 두 달을 유일하게 쉴 때가 있었어요. 쉬려면 그냥 쉴 수도 있었는데 제가 너무 휩쓸린 게 많고 소진된 게 많아서 ‘이럴 때 마음 편히 쉬면서도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해외 합작 같은 작품으로 한국을 잠시 떠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때 들어온 작품이 <첫눈>이었어요. 주위에서는 그랬어요. “네가 이렇게 하고 싶은 걸 그냥 하지 말고, 지금은 남들이 보는 너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작품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근데 제 생각은 달랐어요. 저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찍는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던 거죠.
여유와 안식처 > 사실 작년 말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힘들다는 걸 너무 짧은 시간에 겪어버려서 제가 빨리 정체성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을 그냥 즐길 것이냐, 아예 차단하고 지낼 것이냐…. 최근에 <화려한 휴가>와 <개와 늑대의 시간>을 거치면서는 정말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안식처도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또 다시 생각한 게,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인기를 받는 것도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는 거고, 그러니까 이런 걸 즐길 수 있을 때 최대한 느끼자. 머리로 계산하는 건 제 성격 자체에도 안 맞고 제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즐길 건 즐기고 일하는 데 있어서는 욕심을 내고, 그러려고요.
스스로 만족 > <첫눈>을 하면서 저의 첫 주연 작품이라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저도 뭔가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죠. 일본 개봉을 먼저 해봤지만 ‘관객 분들이 좋아할까 안 좋아할까’가 아니라 제가 기술시사에서 보고 ‘아! 좋다!’라는 생각이 딱 드니까 저 자신이 스스로 만족했고,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약속하는 장면 > 나나에(미야자키 아오이)랑 민(이준기)이 만나 친해지면서 서로 마음을 전달할 때, 민이 교토를 직접 보여주고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약속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이 풍경도 예뻤고 개인적으로도 교토를 잘 느끼게 해줄 수 있어서 기억에 남아요.
이준기의 비주얼 > 이준기에 대한 모든 게 집중적으로 다 보이고, 그 뒤의 작품들은 다소 부진한 게 사실이었어요. 그런 걸 느끼기 싫어서라도 일본으로 간 거죠. 개인적으로 <왕의 남자>의 연기로 큰 믿음과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통해서 또 다시 얻은 거라고는 ‘공길’을 연기한 이준기의 비주얼이었어요. 그 비주얼은 이미 소진할 대로 소진했고 이준기의 예쁜 모습만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됐으니까. 저는 그런 걸 절감하고 혼자 자학하기보다는 어디 가서 조용히 있으면서 다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충전과 심기일전 > ‘새로운 이준기’보다는 ‘충전된 이준기’ ‘심기일전한 이준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첫눈>이 딱 잘 맞아떨어진 거죠. 그래서 이준기가 공백 기간 동안 이 작품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거고요.
일지매 >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건 차기작이에요. 드라마 <일지매>요. 하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일지매’라는 캐릭터가 히어로이면서도 굉장히 판타지적이잖아요. 20대 때 그런 히어로를 맡아서 연기해 보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일지매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마침 적정한 시기에 작품이 들어와서 운이 잘 맞은 것도 있고요.
꼬리표와 훈장 > 그것 때문에 힘들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똑같아요. 저이기 때문에 <왕의 남자>를 통해서 그런 꼬리표를 달 수 있었고 배우로서 나름대로 저의 프라이드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 이외의 공길이는 없었을 거라 생각하며 연기했고 개봉 이후에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연극 <이>의 공길이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누구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그에 대한 후회나 부끄러움 같은 건 없어요.
==[MovieWeek/2007.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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