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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 박상욱│세상 동료들이 모두가 이렇다면!
매거진t 기사전송 2008-06-04 11:08
인터뷰 종종 박상욱은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영화 <해안선>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캐스팅 된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재 MBC <스포트라이트>에서 맡은 석창 역을 설명하면서도, 그리고 채림이라는 연기자 누나를 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어김없이 “운이 좋아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가끔 이런 식의 겸손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비하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는 그저 달뜬 표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자랑하고 감사해할 뿐이었다.
아부쟁이에서 훈남 동료가 된 윤석창
<스포트라이트>의 박상욱을 보고 있으면 이런 동료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에는 어느 분이 극본을 쓰시는 줄도 모르고 <스포트라이트>에 캐스팅됐어요. 그런데 제가 가장 재밌게 본 <하얀 거탑>을 쓴 이기원 작가님이 참여하셨더라고요.” 역시 “운이 좋게” 흠모하는 작가와 작업하게 된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맡은 윤석창 역을 구체화했다. “감독님께서는 처음에 아부쟁이 역할을 주문하셨어요. 그래서 귀여운 아부쟁이는 어떠냐고 말씀드렸죠.” 덕분에 석창은 특별히 분위기를 주도하진 않지만 술자리에서는 머리에 넥타이를 묶고 흥을 돋울 줄도 알고, 새로 부임한 캡과의 첫 대면에서 먼저 박수를 유도할 눈치도 있고, 가끔 동기 서우진(손예진)을 챙겨주는 동료애도 갖춘 입체적 인물이 될 수 있었다. 특히 호들갑스럽지 않게 우진의 리포팅 입봉을 축하하고, 앵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신 취재를 가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통해 얍삽한 아부쟁이는커녕 한 명 쯤 곁에 두고 싶은 동료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스포트라이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운일지 모르지만 윤석창에게 매력을 부여한 것은 그의 몫이었다.
모든 경험을 행운으로 만드는 절대 긍정의 남자
누나 채림의 영향과 어머니의 권유로 명지대 연극영상학과에 진학해 연극 수업을 받던 시기,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듯, 마냥 연극 자체가 좋았던” 그는 연극 외의 다른 생활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연극에 몰두했다. 그런 모습을 좋게 본 교수님의 권유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 출연한 그는 역시 자신을 좋게 본 뮤지컬 선배들의 권유로 영화에 도전하게 된다.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이었다. “세상에, 김기덕 감독님과 작업하게 거예요. 게다가 주연은 장동건 선배님이고요. 기분이요? 황홀했죠.” 십대 열성팬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그 순간을 회상하던 그는 다시 자신은 운이 좋다는 말을 덧붙이더니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통해 백윤식이라는 대선배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순간을 자랑하듯 꺼내놓았다. “워낙 연기도 잘하시고 연륜도 많으신 분이라 엄청 긴장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출연한 주요 작품들을 잔뜩 보고 선생님의 모습에 익숙해지려고 했죠.” 덕분에 그는 촬영 현장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고 마음 편하게 백윤식의 조언도 들으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그의 말에 따르면 순전히 운이 좋은 덕이지만.
연극을 주로 하던 시절에는 드라마 연기를 깔보고 그 때문에 누나와도 많이 다퉜다던 그는 바쁜 드라마 스케줄 속에서 이제야 드라마의 만만치 않음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연극이 최고라고 말하던 그 시기가 조금은 부끄럽죠. 드라마 연기를 깔본 죗값을 요즘 단단히 치르고 있는 것 같아요.” 말로는 죗값을 치루는 중이라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아마 처음 연극을 배울 때 그랬을 것 같은 설렘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의문 하나. 어떤 경험이든 저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그에게 과연 행운이 아닌 경험이 있을 수 있을까.
(글) 위근우guevara99@t-fac.com
(사진) 이원우mcqueen@t-f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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