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KBS
아마도 자기해체의 경험이었을 거다..
지금까지 자기 기억을 구성하던 모든 것, 자기가 믿고 있던 모든 게 다 부정되는 순간.. 영진을 찾아간 수호.. 구원이 되어줄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은 아마도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른다..
내 머릿속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애..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은데..길이 안 보여.. 빠져 나오고 싶은데..길을 모르겠어.. 떨리는 목소리와 아이같은 말투..참 좋았다..
여기 또 이렇게 슬픈 눈에 허탈한 미소..어흑~
상처받은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위로를 받듯 이렇게 잠시 영진에게 자기를 내려놓는 수호.. 남녀를 떠나서..이렇게 인간 대 인간으로 갖는 신체 접촉이 주는 푸근함이라는 게 있는 거다..
그의 에너지는 온통 기억과의 씨름에 다 써버려서..그는 지쳐가고 있다..
이 와중에..발레리노 의상 같았던 이 차림은 또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ㅋㅋㅋㅋㅋ
텅 비고 드라이한 눈빛..
이 부분..안정된 눈빛도 참 좋았다..
동생이 이렇게 알고 싶어하고 이렇게 괴로워 하는데..어떻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건지.. 수련이는 어쩌면 수호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직감은 여자에게만 있는 게 아닌 거다..직감적으로 누나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한 듯한 수호.. 그렇다고 원망하지도 따지지도 않는 그의 눈빛..결국 모두 다 자기 몫인 걸 받아들이는 듯..
이제 시작이다..그의 과거와의 대면..영진의 애정어린 도전으로 인해..
누구나 마음에 자기만 아는 흉터가 있어요.. 그걸 흉터로 남기느냐 추억으로 간직하느냐 본인한테 달려있는 거죠.. 계속 피하기만 한다면 계속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영원히 과거로 부터 빠져 나오지 못할지도 몰라요.. 그의 지쳐서 멍한 표정이..드라이해 보이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기억 속에 던져 넣는다..
꽃님이가 수호 아이라는 게 밝혀지던 순간..기억 속의 수호는 고통스럽고..
현실의 수호는 비장하다..
사실 이 부분..참 잡기 어려운 표정과 눈빛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관필을 바라보는 눈빛과 달라야 했으니까..
관필이 형.. 결연하고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눈물이라도 확 쏟아질 것 같은 회한이 담긴 눈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