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发表于 2010-12-1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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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TV 2010年12月号 访问
[COVER STORY] 박해일: 채우고 비우다.
http://blog.cjhellotv.com/393
촬영을 준비하는 바쁜 몸짓들로 분주함과 긴장감이 가득함에도,
찬장 안의 이빨 빠진 커피잔처럼 채우고 채워도 허전하기만하던
30평 남짓의 새하얀 스튜디오는 부스스한 머리에 어수룩한 청년이
슬그머니 그 가운데 서고 나서야 화색이 돌며 채워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박해일의 눈은 해맑지만 34세, 어느새 그의 필모그래피는
스물 두 편의 영화로 가득하다. 모두가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
영화 <심장이 뛴다>로 다시 한번 우리 곁을 찾아온 박해일은
이제는 조심스럽지만 차분하게 그만의 영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심장이 뛴다 에서 연기한 이휘도에 대해
어떤 청춘이라도 자신만의 희망이나 목표가 있기 마련인데요. 이휘도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뒷골목 청춘이지만 그 끝자락에서 겨우 찾아낸 희망을 지키기 위해 들끓기 시작하는, 아주 역동적이고 발산하는 캐릭터입니다. 한 청년의 희로애락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역할이라 즐겁게 연기했어요. 저만 재밌으면 안 되는데 말이죠. 분명 보시는 분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캐릭터입니다.
항상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장르가 스릴러든 드라마든, 어떤 영화든지 결국 사람 이야기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에서의 관찰이라든가, 사람들 사는 소소한 모습들에서 출발하게 되는 것 같아요. 따로 시간을 할애해 관찰하는 건 아니지만, 담배를 사러 슈퍼에 가더라도 지나치게 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아이 엄마도 있고, 할머니도 계시고, 교복 입은 학생도 있고. 그런 일상들이 저한텐 중요한 부분으로 남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한 역할들에 행여나 자신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지
(영향이)남아요, 남습니다. 한 작품 할 때랑 열 작품 할 때랑 다르더라고요. 작품을 할 때마다 실제라고 생각하고 카메라 앞에 서서 그 역할의 감정을 경험해 본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사람이 다른 느낌으로 변한다고들 하는데 그 말이 이해가 돼요. 물론 그렇다고 <살인의 추억>에서 변태용의자 역할을 했다고 제가 변태가 된다는 건 아니에요. 아니지만 표현했던 역할들의 감정선이 조금씩 남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장면장면마다 고민했던 흔적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 작품의 캐릭터를 하기 전에 제 모습은 그게 아닌데 말이죠. 한 캐릭터를 마칠 때마다 저란 사람의 느낌이 미세하게 변해 갑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서 그런 것들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왜 그럴까 생각할 때는 가끔 있죠. 주변에서 불쑥 “야 너 그때 그 캐릭터 같다”라고 얘기할 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말이죠. 불가항력적인 것 같아요. 제가 작품을 하며 학습하거나 몸에 쌓인 흔적들이 묻어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다 보면 원래 자신의 성격이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저는 되게 내성적이고, 여자 얼굴만 봐도 막 붉어지고 그랬었어요. 그래서 제가 많은 대중 앞에서 소통하는 배우라는 일을 계속해 나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요즘은 꾸미고 가공된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솔직함이 더 매력적인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있는 그 대로의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제가 참 시대를 잘 타고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해일이 연기한 캐릭터에는 언제나 일상적인,
사소한 표현들이 돋보인다
분석적이지는 않아요. 그냥 일상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들 지금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지?’ 이런 질문들을 던져 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그 주변의 공기나 분위기 같은 것들이 머리 위에 안테나가 뽑히면서 느껴져요. 예를 들면 뉴스를 보더라도 잘 모르는 정치인들이 검사랑 같이 걸어 들어갈 때, 분명히 뭔가 잘못한 것 같은데도 표정은
‘별거 아니야’ 혹은 ‘잘못이 없어’라고 느껴지는 그런 느낌들이 저는 재미있더라고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같은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영화에서 주어지는 어떤 상황이든 유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이야기하는 걸 보면 평소에 생각이 참 많을 것 같다
생각이 많은 편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원래는 안 그랬어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편이었는데 왜 사람이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변할 때가 있잖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 오토바이 사고가 났어요. 크게 사고가 나서 병원 신세를 오랫동안 졌는데 그 시점인 것 같아요. 다리가 한동안 불편했을 때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습관이 되면서 어느새 행동보다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제일 생각이 많았던 시기가 20대였다면 지금은 또 어느새 서서히 줄어든 것 같아요. 생각할 여유가 없어지고 혼자 있는 시간들도 줄어든다는 느낌.
혼자 있는걸 좋아하나 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저희 아버지도 필요하시대요. 인간은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리를 하거나, 풀어 헤쳐 놓거나, 훌훌 털어버려야 할 때도 있으니까. 특히 배우의 경우 한 작품을 끝내면 마주하게 되는 자신만의 상태가 있어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말이죠. 마치 어딘가 멀리 훅 하고 다녀온 거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을 털어내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 거겠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건가
그렇죠. 하지만 반대로 아무 생각을 안 하고 나를 놓아 버리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비생산적이긴 하지만 저만의 팁이죠. 왜 잠들기 전에 오만 가지 생각이 밀려올 때가 있잖아요. 술에 잔뜩 취해서 잠들어 버리는 것도 있겠지만 그러지 말고 그때 FM 93.1을 트는 거예요. 거기는 진행자들이 말도 별로 안 하고 클래식 음악을 계속 틀어줘요. 낮이건 밤이건 말이죠. ‘지금 들으신 곡은 차이콥스키의 블라블라입니다’하고요. TV만 틀어도 다양한 정보와 감정들이 흘러 들어오지만 클래식은 그렇게 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니까 마치 편안한 자장가 같아요. 볼륨 7 정도로 추천해 드릴게요. 그럼 집중하지 않으면 잘 안 들립니다.(웃음)
결국 채우는 것만큼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제가 건망증이 심해요. 저희 가족들이 잘 알아요. 그런데 제 경우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이 끝나게 되면 잘 털어버릴 수 있는 거죠. 금방 잊어버리니까. 상처를 받았던 기억도 훌륭하게 털어내고, 기뻤던 만족감도 금세 잊어버리니까 우쭐해지지도 않고. 그런데 기념일도 잊어버려서 혼날 때도 많죠. 맡게 되는 역할에 있어서도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걸 표현해야 한다면 잘해낼 수 있잖아요. 그럼 신나죠. ‘나 이거 아는 건데!’하고. 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거 완전히 새로운데 조금 버겁지 않을까?’하는 낯선 역할도 맡게 되죠. 막상 해보면 역시나 버겁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또 좋은 기억으로 남고. 그런 작업의 연속인 것 같아요.
이번 화보를 찍으면서도 순식간에 변화하는 감정과 표현들이 놀라웠다.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자유롭게 오고 가는 것도, 배우로서 박해일이라는 캔버스가 순수한 상태로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그런지 박해일을 보면서 ‘맑다’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일단 그건 제가 말을 잘 들어서 그럴 겁니다 하하. 영화를 찍을 때에도 ‘얘가 감을 못 잡고 있구나’하시면 감독님이 배우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배우의 좋은 감을 끌어내기 위해 뭔가 팁을 주시잖아요. 그런 부분이 사실은 제가 아닌 다른 성질의 배우한테 꺼낼 것을 부탁하면 좀 힘들 때도 있어요. 또 매번 작품마다 연출이나 상대 배우가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나 기운들이 다 다르니까 잔머리를 굴리고 싶을 때도 있고요. 그래도 말씀하신 게 새 하얀 도화지라면 배우로서 싫어도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한 캐릭터에 접근하는 거니까 결국 그 캐릭터를 그려 나가려면 하얀 여백이 먼저 필요하지 않나, 무언가 그려져 있다면 지우개로 먼저 지우고 털어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먼저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시리즈가 되게 해보고 싶더라고요.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멜 깁슨의 <리셀웨폰> 같은 그런 시리즈. 그 영화들을 보면 한 배우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그대로 다음 편으로 가지고 가잖아요? 중심사건만 달라지는 정도에서 악당이 조금 바뀌고. 그럼에도 굉장히 매력 있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 작품의 1, 2, 3, 4, 5탄에서 그 배우는 그냥 영화 속 인물 그 자체잖아요. 그건 배우로서 굉장한 성과물이기도 하고. 그렇게 대중의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는 건 대단한 만족감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가장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중의 한 명인 박해일이 <다이하드>를 꿈꾸는 것이 놀랍다.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욕심도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욕심이라기보다는 그 부분에 대한 밸런스라고 생각해요.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아무튼 예를 들어 어떤 시리즈 영화에서 너무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평단의 찬사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어요. 그럼 그 다음 편에서는 감독도 배우도 그 이상을 하고 싶어하는 입장일 텐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굉장한 부담이란 말이죠. 하지만 제 생각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도에 시도를 반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시리즈 영화라 해도 완성된 인물은 없으니까요. 그 역할도 점차 느낌이 붙으면서 한 캐릭터가 완성되어 가지 않을까요?
시리즈물이라도 한 인물의 성장이 보이는
그런 오픈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가 보다
그렇죠! 전원일기! 40년 장수 드라마였나요? 거기서는 배우들이 일용엄니처럼 그 마을에서 태어나, 나이 들고, 어느 순간이 되니까 훌쩍 흰 머리가 가득한 할머니가 되는 캐릭터를 연기하잖아요.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서도 그런 면이 포착된다면, 그래서 관객 분들과 함께 늙어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라 생각돼요. 배우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배우 박해일을
대중이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제일 큰 바람은 유연하다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느 상황이든 다 열어놓고 봐주셨으면 해요. 어떤 배우에게는 그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강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박해일에게는 ‘그냥 쟤가 이번엔 또 뭘 보여주려나’ 같은 유연함.
악당도 보여줄 계획인지
지금까지 딱히 완전한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없는데
요즘 그런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왜 흔히들 물어보잖아요. ‘다음 작품 뭐하고 싶으세요?’ ‘어떤 캐릭터 하고 싶으세요?’ 그런데 그런걸 너무 쉽게 얘기하면 사람이 너무 없어 보이니까 (웃음) 그래도 저도 끝까지 납득할 수 없는, ‘쟤는 도대체 왜 저렇게 사나’ 의문이 드는 악당 캐릭터를 해볼 시점이 오지 않을까요? 끝까지 그래서 그런 점이 오히려 연민으로 남는 악당이라면 좋겠죠.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가 어느 하나 뻔하지 않은 걸 보면 박해일씨가 연기하는 악당은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히스레저가 분한 조커처럼 단순하지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일 것 같다.
그런데 말이죠. 세상에서 착한 역할 하기도 쉽지 않아요. 전형적이지 않으면서도 착한 역할을 말하는 거예요. 뻔하지 않은 나쁜 역할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듯이 착한 역할도 쉽지 않아요. 단, 반드시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
COVER STORY에 출연하신 박해일씨에겐
“우리가 사랑하는 스테이크 하우스” CJ <빕스> 상품권과
“오늘 내 몸에 진 빚을 갚는다. 강한 기운 한뿌리”
CJ <한뿌리>를 증정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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