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发表于 2004-9-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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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네 바.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승경.]
승경: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술 한잔 했는데, 지갑을 놓고 왔네?
망신당하기 일보 직전이야. (뒤에서 듣고 웃는 종근) 나 좀 구해줘~
[사보실 안.]
기주: (핸드폰 통화) 어. 나 거짓말 서툰 거 알지? 그냥 술친구 필요하다고 해~
어딘데? 음, 알았어.
[기주는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기주: 난 좀 나가봐야겠다~ 승경이가 보고 싶은가봐. (표정이 어두워지는 태영)
종근이네 바에 있대. (수혁에게) 니가 좀 도와줘라~ (태영한테 미소 지으면서) 지원군 남기고 가니까 괜찮지?
태영: (끄덕인다.)
기주: 수고!
[태영은 사보실을 나가는 기주의 뒷모습을 본다.
실망해 하는 태영의 표정을 본 수혁의 마음도 안타깝다.]
태영: ...야, 승경이라고 했냐? 그... 애인이야? 나, 아까 낮에도 봤...
수혁: (말을 끊으며)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태영: (무안해서) 어, 그래~ 어...
[수혁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태영: (벌떡 일어나서는) 커피 줄까? 얼음 얼려 놨는데.
수혁: 넌,
태영: (커피를 타러 가다가 멈추고 수혁을 돌아본다.)
수혁: ...뭐든 삼촌한테 도움 받는구나.
태영: (머뭇거리며) 아...
수혁: (태영을 보지 않고) 아까 통화할 때만 해도 암 말 없더니...
내 도움은 필요 없단 소리였네.
태영: (미안해서) 그런 말 한 적 없어...
수혁: (태영을 쳐다보더니)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잖아~
[태영, 할 말이 없다.]
[사장실 안으로 들어서는 기주.
책상 위의 차 키를 집어들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사보실 안.
수혁은 태영을 빤히 쳐다보고,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태영: (살짝 웃으면서) ...미안하다, 야~ 니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
수혁: ...
태영: (웃으며) 내가 좀 사고뭉치잖아~ 하하... 그니까 다음부터는 내가... 아!
[칼을 들고 꼼지락대다가 손가락을 벤 태영.]
수혁: (놀라서 태영에게 다가가며) 다쳤어? (태영의 손을 잡고) 어디 봐~
태영: 아, 괘, 괜찮아... (손을 뺀다.)
수혁: (언성을 높이며) 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냐! 칼질 처음 해?
[태영은 수혁이 소리를 지르자 순간 놀란다.]
수혁: (종이를 집어들고는) 아, 무슨 이거 공예품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 대고 쭉쭉 그으면 되는 걸 갖고 뭐가 어렵다고!
매번 이러니 내가 불안해서 널 어떻게 혼자 두겠냐?
(한숨) 후... 손 이리 내.
[태영, 얌전히 손을 준다.]
태영: 어... (생각해 보니까 억울해서) ...아, 아니, 근데 왜 화를 내고 그러냐?
그래, 나 칠칠맞다! 됐냐?
수혁: (소리치며) 그럼 고쳐!
태영: (기 죽어서) 아니, 왜 소리는 지르고... 아파 죽겠는데...
[그 때, 사보실 전화가 울린다.]
태영: 아니, 야밤에 무슨... (전화를 받는다.) 예, 사보팀 강태영입니다~
어, 양미야~ ...뭐?
[경찰서.]
필보: 아, 법대로 하이소, 법대로!
한국 영화 관객 천만 시대를 맞이해가마, 영화인 한 사람으로서 하늘을 우러러 마 한점 부끄럼 없다 아입니까~
남자: 끝까지 오리발이구만~ 그래, 언제까지 그렇게 나오나 보자~ 응?
형사: (책상을 탕 치며) 거, 입 좀 다물어요! 다들 뭘 잘했다고... 으휴...
[경찰서 안으로 들어서는 수혁과 태영.
필보는 태영을 보고는 얼굴을 가린다.]
태영: (필보 쪽을 보면서) 혹시 저기... 자, 작은아버지!
필보: (일어난다.) 태, 태영아... 마, 니한테 이런 꼴을 보여 민망하지만서도, 내 있잖아,
내 진짜, 진짜 내 억울하다!
그리고 마, 이 사람들 말 믿을 거 하나 없다~ 내는 있잖아, 하얀 눈처럼...
이... 결백하거든~ 뭐, 뭐, 자초지종을 설명하자면은, 내...
태영: (말을 자르며 소리친다.) 다 들었어요! 억울할 것도 없더만 뭐!
(필보의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를 보고) 머리는 왜 그러세요?
필보: 아... 생각보다... 웨이브가 너무 말리가가... 아, 참! 건이는 잘 있드나?
태영: 그렇게 걱정할 거면서 어떻게 버리고 갔어요, 예?
필보: 아, 버리기는 임마~ 내, 니 있으니까는 내 믿고... (수혁을 발견하고는) 어? 영 보이는... 누구...셔?
[기가 막히는 태영.]
수혁: 안녕하세요, 저 태영이 친굽니다.
필보: 친구? 프랜? 아이고~ 아,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댔노~
[필보와 함께 경찰서에 온 남자, 수혁과 눈이 마주친다.]
형사: 피해자 가족 되시죠? 사기죄로 고소됐고, 잠복 끝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상대쪽에서 고소를 취하하고 합의를 보기 이전엔 법대로 집행합니다. 변호사부터 선임하시죠.
수혁: 예, 그래야죠. 저, 언제까지 변호사를...
태영: (가로채며) 저 그런 거 안 해요!
[놀란 필보, 태영을 쳐다본다.]
태영: 작은아버지, 저 변호사 살 돈 없어요. 합의금 줄 돈도 없구요.
내가 해결해 줄 거라고 꿈도 꾸지 말아요, 알았어요? (수혁에게 손짓하면서) 나와~
필보: (다급하게) 야, 태영아!
[나가다 말고 멈추는 태영.]
필보: 마, 그냥 가면 우야노? 내... 밥도 안 묵었다...
태영: (기가 막혀) 경찰서에서 밥 주고 재워 주는데 뭔 상관이에요!
(씩씩대며 수혁에게) 야, 너 빨리 안 나와? (경찰서 밖으로 나간다.)
필보: 태영아! 아, 태영아! 그라믄 언더웨어라도...
(수혁을 보고는) 어? 이야... 진짜 몸 좋네... 우리 영 보이 사이즈가 내하고 비슷해가,
마, 맞는 거 사면 얼추 비슷하지 싶은데~
수혁: (어이 없다.) 하... 일단 여기 좀 계시죠. (형사에게) 저, 그럼...
[수혁, 형사한테 인사하고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남자: 그래, 맞다! (수혁의 팔을 붙잡으며) 너 맞다~ 많이 봤다 했다~ 나 쳤지?
계란 한 판 기억나?
수혁: (손을 뿌리치며) 기억나지, 그럼~ 이렇게 느끼한 얼굴 흔치 않거든~ 그, 금 목걸이도 그대로네~
남자: (수혁의 멱살을 잡는다.) 너, 제대로 걸렸어! 나 전치 3주야~
형사 아저씨, 이 자식도 고소할게요!
수혁: (뿌리치면서) 이거 놓고 말해, 신성한 경찰서에서~ 그리고, 고소를 하려면 진단서를 끊어 와야지,
무조건 3주라면 누가 믿어? 어?
(필보에게) 걱정마세요~ 태영이, 제가 잘 달래 볼게요.
[경찰서 밖으로 나온 수혁.
계단에 앉아서 울고 있는 태영을 발견한다.]
수혁: (태영 옆에 앉으며) 이러고 울 거면서, 그렇게 독한 말은 왜 하냐?
태영: (눈물 고인 눈으로) 그게 뭐가 독한 말이야. 나 더 하고 싶었어~
작은아버지 정말 나쁜 사람이다, 밉다, 싫다! 더 해 주고 싶었어!
수혁: 마음에 없는 소리 하지마~ 누가 널 모르냐? ... 기대~
태영: ... (수혁을 바라본다.)
수혁: 아, 참지 말고 기대서 편하게 울라고~
[태영이 그냥 그대로 있자, 태영의 어깨를 끌어 당겨서 기대게 하는 수혁.]
수혁: (어깨를 토닥이면서) 그냥 울어~
태영: (울면서) 어우, 정말 나쁜 사람이야... 아니, 그렇다고 어떻게 고소까지
할 수가 있어... 아... 어떡해...
수혁: 돈 달라고 떼쓰는 거지, 뭐. ...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거래~
[태영은 엉엉 울고, 수혁은 태영이를 달래준다.]
[중국음식점.]
수혁: (계산하면서) 곱빼기로 해 주세요. 깍두기도 많이 주시구요.
주인: 예~ 근데 어디로 갖다 드리죠?
수혁: 요 앞에 경찰서 아시죠?
주인: 예, 예.
수혁: 강필보씨요.
[태영은 의자에 앉아서 수혁을 바라보고 있다.]
수혁: 빨리 좀요~
[태영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는 수혁.]
수혁: 이제 집에 가야지! (태영 맞은 편에 앉는다.)
태영: 사무실 가서 마저 일해야 돼. ...근데 알면서 모른 척 했던 거야? 그렇게 싸움까지 했으면서?
수혁: (시치미 떼며) 무슨 소리야?
태영: 아까 다 들었어, 밖에서...
수혁: 들었냐...? 아이, 계란 몇 개만 냅다 던지고 도망칠려고 했는데~ 차마 발길이 안 떨어지더라고.
태영: ...
수혁: 아니, 근데 그 자식, 거짓말 아냐? (주먹을 쥐어 보이면서 능청스레)
아, 이 주먹에 맞았으면 적어도 전치 5주는 나왔을텐데! ...약해졌나?
태영: 봐봐, 봐봐. 일루 와봐.
[태영, 수혁의 주먹을 보더니 자기 머리를 박아 본다.]
수혁: (당황해서) 아니, 야, 야.
태영: 야~ 이게... 허풍은 무슨~ 무슨 이게 5주냐?
수혁: ?
태영: (웃으면서) 8주는 나왔겠다!
수혁: (같이 웃다가) ...작은아버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태영: ...어떻게?
수혁: 아, 어떻게든~ 걱정마.
[종근네 바.]
종근: 하하, 형수님, 쳐녀라고 해도 믿겠다~
승경: (기주를 가리키며) 이 사람하고 헤어지니까, 나 점점 이뻐진데~
(기주를 보면서) 이혼하길 잘 했지?
종근: 어우~ 잘 했죠~ 형도 이혼하고 점점 더 멋있어지는 거 같애~
기주: 뭐?
종근: 아... (입을 때리면서) 아, 내가 무슨 말을... 이거...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 후회하는 종근.]
종근: (혼잣말로)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아니, 이건 또 뭔 말이야, 이거~
내가 어디서 분명히 웨이터를 하긴 했는데...
기주: (종근을 보다가) 참...
승경: 아까 하던 얘기 마저 해 봐, 그래서 낙하산 태운 거야? 왜?
기주: 돈 받을려고~ 차 팔고 돈 떼이면 아깝잖아.
[승경, 기주를 빤히 본다.]
기주: 왜?
승경: 한기주한테도 이런 표정이 있구나 싶어서~
기주: 뭐, 무슨...?
승경: 누구 좋아하는 표정~ 들떠보이고 혼자 생각만해도 흐뭇하고, 그런거?
기주: 내가 그랬나? (웃음)
승경: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확실히 그래. 어유~ 질투난다~ 아니야, 자존심도 상하는데?
기주: (손을 들어) 그만. 거기까지.
승경: 뭐~
기주: 그만하라고, 지금 혼자서 막 가잖아~
승경: 누구 좋아하는 거 좋은 거야~ 행복해지잖아. ...낮에 극장에서 그 아가씨 봤을 때도 묘했어.
[아무 말 없이 칵테일을 마시는 기주.]
승경: 아, 참! 수혁인 찾았어?
[때마침 수혁이 바에 들어온다.
삼촌과 눈이 맞은 수혁.
기주는 승경에게 눈짓을 보낸다.]
[기주와 수혁. 술을 마시고 있다.]
기주: 그래서 지금 경찰서에 있다는 거야?
수혁: 태영인 회사로 갔어.
기주: 근데 넌 왜 같이 안 갔어?
수혁: 삼촌한테 할 말 있어서.
기주, 무슨 일인가 싶다.
수혁: (한숨을 쉬더니) ...도와줘. 내가 힘이 없더라구.
기주: ...
수혁: 뭐, 내가 굳이 부탁 안 했어도 알았으면 도와줬을 거잖아, 안 그래?
기주: 도와주는데도 예의가 필요한 거지.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수혁: 취직은?
기주: 그건 다르지.
수혁: 다르지 않아.
[서로 마주 보던 기주와 수혁.]
기주: ...내가 뭐 실수했냐?
수혁: 아냐~ 실수는 내가 했지. 태영이 일이나... 잘 좀 처리해줘. 갈게.
[기주는 생각에 잠긴다.]
[오토바이를 타고 밤거리를 질주하는 수혁.
교통경찰이 수혁을 세운다.]
경찰: 면허증을 제시해 주십시요.
수혁: (면허증을 건네주며) 오늘밤 면허 위반할 거 같으니까, 딱지를 떼든 계속 쫓아오든 알아서 하세요.
[수혁은 면허증도 돌려 받지 않고 다시 질주한다.]
[태영은 사무실에서 밤새 사보를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수혁을 계속 쫓아오는 경찰차들.]
[태영은 사무실에서 한숨을 쉰다.]
[기주는 방에서 일을 하다 수혁과 찍은 사진을 보고는 뭔가 곰곰히 생각한다.]
[계속 아슬아슬하게 밤거리를 달리는 수혁.]
[태영은 피곤한 나머지 사무실에서 졸기 시작하고,
수혁은 정신 없이 달리기만 한다.]
[다음 날 아침.
기주는 일찍 회사에 왔다가 사보실에 들른다.
책상에 엎드려 잠든 태영의 손에서 칼과 자를 빼서 옆에 놓아주고,
자신의 양복 윗도리를 벗어 태영에게 덮어준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들어오시자 "쉿"하면서 태영이 더 잘 수 있도록 모시고 나간다.
잠에서 깬 태영은 얼른 다시 작업을 하는데,
기주의 옷을 보고 기주가 왔다간 걸 눈치챈다.
좋아하면서 기주의 옷을 입는 태영.]
[수혁은 한강 옆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다.]
[회사 화장실 안.
태영은 산발인 머리를 하고 양치를 하면서도 졸고 있다.
화장실에서 나오던 여자가 태영을 보고는 웃고 지나간다.]
[하품하며 화장실에서 나오던 태영.
저 쪽에서 기주와 승준이 오는 것을 발견한다.
급한 마음에 복도에 세워진 장막 비슷한 것 뒤에 숨는데,
태영을 발견한 기주.
장막 비슷한 걸 들춰서 태영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친다.
아무 것도 못 봤다는 듯, 다시 가던 길을 가는 기주.
승준은 그런 기주와 태영을 보더니 웃으면서 기주를 따라간다.]
[화장품 가게에 온 기주.]
기주: 저... 장사해요?
직원: 아직 영업 시간은 아닌데요, 뭐 찾으세요?
기주: 아, 예...
직원: 도와드릴게요.
기주: (바구니를 집어 들고는) 일단... 머리빗 하고,
직원: 예.
기주: 아... 여자들 아침에 일어나면 뭐 필요해요?
직원: 아, 기초요, 아니면 색조요?
기주: 뭐요?
직원: 기초나 색조.
기주: 아, 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아, 일단 여기에 있는 거
종류별로 하나씩 다 담아주세요.
직원: (놀라서) 종류별로 다요?
기주: 예.
직원: 네...
[하나씩 담는 직원.]
직원: 여자친구분이 야근하셨나 봐요~
기주: 아, 예, 예, 예. (웃음) 아, 그거보다는 핑크색이 잘 어울리는데~
직원: 아, 네.
[사보실.
팀장 책상에 밤새 작업한 사보들을 올려놓는 태영.
윤아, 얼른 쫓아와서 사보를 펼쳐본다.]
윤아: 우렁각시니? 밤새 뭘하긴 했네. 근데 너무 지저분하다~
태영: (여전히 부시시한 머리로) 수작업이 다 그렇지, 뭐.
팀장: (사보를 보면서) 지점에도 보냈어요?
태영: 예! 문서수발함에 다 넣었습니다.
저, 팀장님... 저 밤을 새서 그러는데요, 집에 가서 머리도 좀 감고 옷도 갈아입고, 그러고 오면 안 될까요?
윤아: (비꼬면서) 그런 건 점심 시간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팀장: (얼른 맞장구 친다.) 예, 당연합니다. 강태영씨, 점심 시간에 가요, 예?
태영: 예... (윤아를 흘겨보며 자리로 들어가는데)
윤아: 전 사장실에 다녀올게요~ 뭐, 너덜너덜하지만 사보도 갖다드리고 원고 청탁도 하구요.
팀장: (일어서서) 안녕히 다녀오십시요. (인사) 아, 복도에 왁스칠 했으니까, 저, 미끄러우니까 조심하시고요~
[태영의 자리를 지나가던 윤아, 남자 양복이 있는 걸 본다.]
윤아: (양복을 집어들며) 이게 뭐야? 남자 끌어들였니?
태영: (얼른 옷을 낚아챈다.) 신경끄고 가던 길이나 가시지~
윤아: 립스틱 좀 바르지 그러니? 머리는 또... 어휴~ 어휴, 진짜~
태영: 어이구, 지 머리는~ ...이쁘네, 뭐...
[그 때, 메신저 대화창이 뜬다.]
"한기주님의 말: 옥상으로 와. 추워. 차나 한 잔 하자."
태영: 참, 나~ 무슨 춥다고...
"태영: 빈속에 무슨 차에요~ 그리고 오뉴월에 뭐가 춥..."
[태영, 기주가 옷을 덮어주고 간 게 생각난다.]
태영: 아... (미안하고 고맙다.)
"태영: 기다려요."
[옥상 테이블.
기주가 사 온 화장품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태영, 이것 저것 살펴보는데...]
태영: 아니, 이게... 뭐에요?
기주: 그, 옷이나 줘~ 추워~ 사무실에 냉방이 너무 잘 되서~
태영: 아, 예... (옷을 털고 건네며) 여기... 어, 언제 왔다 갔어요? 깨우지~ ...고마웠어요.
[웃는 기주. 태영에게 빗을 건넨다.]
기주: 근데 그... 머리스타일이 너무 파격적이야~
태영: (빗을 받으면서) 아, 예, 머리... 바, 밤을 새 갖고...
(머리를 빗는다. 그러나 별로 달라지지 않는 머리) 아, 아니 근데...
(색조 화장품을 들어보이며) 이런 건 왜, 왜 사온 거에요?
기주: 우리 회사는 미모도 상당하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태영: ...예, 예... 미모요...
[핑크색 립글로즈를 열어 바르는 태영.
거울을 보다가 샌드위치를 발견한다.]
태영: (샌드위치를 집어든다.) 어, 어? 이거...? 나 먹으라고 산 거 맞죠? 우와~ 맛있겠다!
(한 입 베어 먹으면서) 음~ 음~ 비싼 거라 그런가? 맛있네~
기주: (웃음)
태영: (오물거리며) 얼굴 돌리고 먹을게요.
기주: 아, 아냐, 아냐! 편하게 먹어~ 괜찮아, 뭐, 지금 얼굴도 뭐 그렇게... 못 봐줄만하지는 않는데, 뭐~
태영: 알아요, 나도!
[웃음이 터지는 기주. 태영도 같이 웃는다.]
태영: (먹다가 목이 메어서) 주스도 좀 사오지~
기주: 어젠 별일 없었어?
태영: 별일은 무슨. 밤새도록 풀칠만 했어요. 입에 풀칠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원!
아유~ (열심히 샌드위치를 먹는다.)
기주: ...
[사장실 안.
도시락을 기주의 책상에 놓는 윤아.
그러고는 책상에 걸터 앉는다.
마침 들어오는 기주. 책상에 앉아있는 윤아를 발견하고는 표정이 굳는다.]
윤아: (웃으면서) 어디 갔다 와요?
기주: (어이가 없다.) 의자 안 보여? 뭐하는 거야, 지금?
윤아: (움직이지 않고) 음~
기주: 내려 오지?
윤아: 소원이라면~
[기주는 책상 의자에 앉고 윤아는 사보를 내민다.]
윤아: 사보 나왔는데, 자세히 보지 말아요~
[윤아가 내민 사보는 받지도 않는 기주.]
윤아: (한숨 쉬면서 도시락을 열며) 아침 안 먹었죠? 같이 먹으려고 샌드위치 만들어 왔어요~
기주: (무시하고 일한다.)
윤아: 뭐 좋아해요? 계란, 치즈, 햄, 골고루 만들어 왔거든요?
먹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말해요, 메뉴 바꿀게요.
기주: (쳐보지도 않고) 사보팀 요즘 한가한가 보지?
윤아: 싫음 싫다고 말로 해요, 무시하지 말고. 난 뭐 상처도 안 받는 줄 알아요?
기주: (윤아를 보더니) 방금 밥 먹었어.
윤아: ...그럼 버려야겠네~ (서류를 내밀면서) 다음 달 사보 청탁하러 왔어요, CEO 칼럼.
기주: 놓고 가. (인터폰을 연결한다.) 김변호사님 전화 좀 연결시켜, 30초 안으로.
직원: 네.
윤아: 나가라는 거에요?
기주: 응, 30초 이따가 무지하게 바빠질 예정이거든.
윤아: (자존심 상해서 이를 악물다가) 점심 같이 해요.
기주: 내가 준 정비 책 다 읽었나? 점심 시간 쪼개면 자격증 따는 건 문제도 아닐텐데.
(전화가 울리고) 네. 아, 김변호사님! 잘 지내셨어요?
[윤아는 화가 나서 씩씩대며 나간다.]
기주: (전화로) 다름이 아니고 제가 아는 사람이 곤란한 일을 좀 당해서요.
아, 그러시죠, 뭐~
[경찰서. 승준과 김변호사가 형사와 얘기하고 있다.]
승준: (형사에게) 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강필보씨 본인은 고소가 취하된 걸로 알았으면 합니다.
형사: 알았습니다. 조금 이따 나올겁니다.
승준: (김변호사한테) 별 문제 없겠죠?
김변호사: 아, 예. 다행이 구두로만 계약했다니까, 도의적인 책임만 있지 법적인 책임은 없었습니다.
승준: 아유~ 애 많이 쓰셨어요. 이따 오후에 회사로 오실 거죠?
김변호사: 아, 그래야죠, 그럼~
[그 때, 나오는 필보.]
필보: (큰 소리로) 인간 강필보, 마 죄 없으니까는 이래 풀려나고, 대한민국 법치국가 만셉니다!
하하! 컷! 여기까지~ (경찰들과 악수하며) 아유, 수고하셨습니다~
[승준과 김변호사는 경찰서를 떠난다.]
필보: (형사에게) 김 폴리스! (악수를 하며) 수고하셨습니다~ 예, 하하...
참, 내 전화 한통만 써도 되겠지예?
형사: 얼마든지...
필보: (전화를 걸며) 그라고 있잖아요~ 내 이번에 그, <영 보이> 출시되면,
내 그냥 여기 서비스로 하나씩 쫙 다~ ...여보세요? 사보팀이지요? 예, 예.
저, 강태... 태, 태영이가! 내다, 작은아버지~ 응~ 내 나왔다!
마, 지들이 찔리니까네, 저 고소 취하 딱 안 해 버렸뜨나~ ...에? 오라꼬? 집으로?
[태영의 옥탑방.
작은아버지를 노려보고 있는 태영과 눈치를 살피는 건이와 양미.]
건이: (양미한테 소근대며) 어디 나갈 데 없어? 가시 방석이야~
양미: 너도 그러냐? 일어나자...
[건이와 양미, 작은아버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양미: 언니... 나 저기 나갔다 올게...
태영: (버럭 소리지른다.) 어디가!
[놀라서 자리에 도로 앉는 작은아버지.]
양미: (조심스럽게) 그... 면접... (봉투를 흔들면서) 취직하려고... 간다~
태영: (계속 작은아버지를 노려보며) 수혁이... 연락 없었어?
양미: 글쎄~ 밤새 무소식이네~ 강건! 학원가야지. 컴온!
건이: (아빠한테 귓속말로) 무조건 빌어. 아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그런 건이를 양미가 질질 끌고 나간다.]
태영: ...집은 왜 팔았어요? ...작은아버지. 나, 작은아버지 때문에 얼마나 힘든줄 알아요?
파리도 못 가구요, 아빠 카메라는 차압당했어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길게 얘기 안 할게요. ...차 반납하세요!
필보: ...차? 아, 차... 그 차가... 이 뭐라고 설명해야... 그래, 마, 차가...
막... (머리를 감싸쥐고 흔들다가) 이래 사고나가... 폐차시켜 버렸다.
태영: (절망하면서) 뭐라구요? 그럼 차 반납도 못 하잖아요! ...집 판 돈은 어쨌어요!
필보: 제작비 안 했나~ 이 필보의 영화 인생 10년을 깨끗하게 마감짓는 은퇴작, <영 보이>라고...
태영: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 놈에 <영 보이> 지긋지긋해요! 으악! 어유~ (씩씩대는데)
필보: 타이틀이 맘에 안 드나...? (주위를 보더니) 아, 태, 태영아! 니, 이거,
남자 옷 아이가~ 어? 그래~ 그 수혁이~ 그놈아...
[종근네 바 앞 바닥에 앉아 있는 수혁.
손에 딱지가 잔뜩 들려있다.
술을 나르고 내려 놓던 남자.]
남자: (수혁에게) 사장님, 아직 안 나오셨나 봐요?
수혁: 네, 오늘 좀 늦네요그런가 봐요~
남자: 아니, 그런데 뭔 딱지를 그렇게 많이 뗐어요?
수혁: 그러게 말이에요.
두 박스 맞죠? 그냥 두고 가세요~
남자: 예.
[수혁은 컵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수혁: 치... 객기는~ 뭐 하나 도울 능력도 없는 주제에.
[동네 슈퍼 앞. 양미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수혁,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 양미를 보고 선다.]
수혁: (헬멧을 벗으며) 어디 가요?
양미: (반갑게) 우와~ 안 그래도 걱정했었는데!
아, 왜 이제 와요~ 어디서 누구랑 뭘 했어요?
수혁: 그냥... 여기 저기 좀 다녔어요~ 집에 누구 있어요?
양미: (끄덕이면서) 네... 근데, 쪼~끔 쌀벌해요~
수혁: 또 안 울어요?
양미: (고개를 숙이면서) ...언니 걱정 많이 되나 봐요.
수혁: 속 많이 상했을 거 같아서요. 아, 타요! 태워줄게~
양미: (미소를 띠면서) 누구요, 저요?
[CSV 앞.]
수혁: 여기 취직하게요?
양미: 아, 영화도 공짜로 보고, 얼마나 좋아요~
저도 한 때는 영화학도였거든요. 학교도 생각해 봤는데요...
수혁: (말을 끊으며) 면접 잘 봐요~ 갈게요.
양미: 저기요... 이제 집에 안 들어오는 거에요? 거실에서 자도 되는데...
수혁: ...바에서 먹고 자면 되요. 걱정마요.
양미: 근데요, 나는 걱정되거든요...?
[수혁이 쳐다보자 당황한 양미.]
양미: 그냥~ 그냥 그렇다구요~ 아, 옛날에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요,
한 데서 잠자는 거 아니라고 했거든요.
[수혁, 피식 웃고 만다.
가는 수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양미.]
[회장실.]
회장: 신차 개발을 다시 하겠다고?
기주: 언제까지 남의 나라 차 수입해다 팔아야 되죠? 파리 가기 전부터 준비한 겁니다.
최이사: 시기상좁니다. IMF보다 더한 경제 위기 상황에, 신차 개발이라뇨!
(회장을 보면서) 말도 안 됩니다.
기주: (물러서지 않고) 위기에 처했을 때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 가장 안전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이사: 회사 사활이 걸린 일입니다. 젊은 혈기로 무모하게 덤빌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주: 최이사님!
회장: (가로 막으며) 무리한 짓 벌리지 말고 최이사 말 들어.
남들이 안 하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기주: ...자세한 브리핑은 개발팀이 꾸려지는대로 다시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기주.]
회장: 저런, 저, 고집하고는~
[사장실.
표정 굳은 기주 뒤로 승준이 뒤따라 들어온다.]
기주: (소파에 앉으면서) 최이사 알아보라는 거, 어떻게 됐어?
승준: 주식으로 조금 재미본 거 외엔 깨끗해요.
대신 일주일에 두번 정도 기원에 가는데, 그게 좀 수상해요.
기주: (심각하게) 뭐가?
승준: 최이사 바둑 실력이야 프로 기사 뺨치는 거 다 아는데, 한 3, 40분 정도면 대국이 끝난단 말이죠.
아무래도 기원에서 딴 짓을 하는 거 같애요.
기주: 자세하게 알아봐. 그냥 놀러다닐 위인이 아냐.
승준: 예. 아, 그리고 강태영씨 일은 잘 해결됐어요.
기주: 수고했어.
[승준,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기주: 네!
[문이 열리고 김변호사가 들어온다. 승준은 나가고...]
기주: 아, 김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요.
부탁드린 거 잘 마무리 지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변호사: 아, 어려운 거 아닙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사장님께서 직접 다 나서시는 걸 보면,
매우 중요하신 분인가 봅니다.
기주: 아, (미소) 제가 꼭 도와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회장실. 한회장과 윤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회장: 그래, 일은 재미있고?
윤아: 네.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도 가끔 하는데요, 그게 더 재밌어요. 많이 배워요.
["똑똑" 여비서가 들어온다.]
비서: 회장님, 김변호사님 오셨습니다.
회장: 그래, 들어오시라고 해~
비서: 네, 알겠습니다. 들어오시죠.
[김변호사 들어오고, 비서는 나간다.]
김변호사: 안녕하세요, 회장님. 사장님 뵙고 가는 길에 잠시 들렀습니다.
회장: 그래~ (윤아를 소개하며) 어, 기주 짝으로 생각하는 아일세.
문의원 여식이야. (윤아에게) 인사해라, 우리 고문 변호사이시다.
윤아: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 뵙겠습니다.
김변호사: (반가워하며) 아, 이 아가씨군요~ 한사장님한테 얘기 듣고 오는 길입니다.
작은아버지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뒤탈 없이 잘 처리됐습니다.
[윤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한다.]
윤아: ...작은아버지요? 어, 저... 작은아버지 없는데요?
회장: (김변호사에게) 무슨 말인가, 그게?
[회사 복도.]
태영: 저기, 나 시간 없어. 요점만 간단히 말해.
윤아: 너 정말 주제 파악 못 하는구나! 무슨 애가 이렇게 뻔뻔해?
태영: 수식어 빼고 주어만 얘기할래? 변호사 얘긴 뭐야.
윤아: 허~ 뻔뻔한데 내숭까지 떨겠다? 하나뿐인 외아들이 너 같은 애 작은아버지 때문에
회사 고문 변호사까지 오라 가라 불러대면 회장님이 기막히시지 않겠니?
태영: (충격 받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윤아: 다 알아 들었으면서 뭘 자꾸 물어! 남자한테 동정받는 게 취미면, 좀 바꿔~ 식상하니까.
[멍하니 서 있는 태영을 윤아가 치고 지나간다.]
[사장실. 인터폰 버튼을 누르는 기주.]
직원: (목소리) 사보팀 강태영씨 오셨는데요. 사장님 뵙고 싶다고...
기주: 어, 들어오라 그래...
[기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열고 태영이 들어온다.]
태영: 저기요! 지금 안 바쁘시면 저랑 얘기 좀...
기주: 쉿! 잠깐만! 소리지를 거지?
태영: ...네?
기주: 비서가 꼭 들어야 되는 얘기 아니면 일단... 문 좀 닫지?
태영: 아, 문, 문! 네... (문을 닫는다.) 문 닫았고... 안 바쁘시면...
기주: 바쁜데?
태영: 그러니까요, 바쁘시죠! 그럼 다음 기회에... (나가려는데)
기주: 아니, 잠깐만~
[태영, 다시 돌아와서 기주 앞에 선다.]
태영: 네.
기주: 아니, 무슨 얘긴데 이렇게 어수선을 떨지?
태영: 아... 알잖아요, 왜 이러는지... 문 열기 전에는 따질려고 그랬는데요,
막상 문 열고 들어오니까 그럴 일이 아닌 거 같아서요...
기주: ...차 한 잔 할까?
태영: 바, 바쁘다면서요...
기주: 바쁘지. (태영을 보고는) 원래 이렇게 잘 속아? 아니면 내가 하는 얘긴 뭐든지 다 믿는 건가?
태영: (말이 안 나온다.)
[초밥 음식점. 열심히 먹는 기주.
그러나 태영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있다.]
기주: 아니, 왜 안 먹어? 차 마시러 가자고 그러고 밥 먹으러 와서?
이거 다 먹으면 후식으로 커피가 나와~
태영: ...
기주: 아니, 진짜 안 먹어?
아이, 궁금하네~ 무슨 얘긴데 식음을 전폐하고... 이러다 쓰러져~
태영: ...작은아버지 일이요... 어떻게 아셨어요?
기주: 아아~ 그 얘기? 고맙다는 얘기 할 거 같으면 내가 들은 걸로 할게. 대신 이걸 사!
비싼 걸로 먹어야 되는데... (돌아가는 초밥 접시를 둘러보며) 나 이거 하나 더 먹어도 되지?
태영: (큰 소리로) ...누가 고맙대요? (눈물이 고여서) 누가 자기 맘대로 도와달래요.
안 보이고 싶은 거 있잖아요~ 나도 숨기고 싶은 거 있잖아요~
기주: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태영: (더 큰 소리로) 근데 왜 자꾸 들키게 하냐구요, 챙피하게~ 왜요~
기주: ...
태영: ...미안해요... 고맙단 소리를 이렇게 밖에 못 해서...
기주: (장난스럽게) 아, 그러게~ 아... 고맙다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 하지?
[태영, 고인 눈물이 흐른다.]
기주: 무슨 시간에 졸면 그렇게 되는데? 체육? 교련? (웃음)
태영: 하... (웃음이 나온다.) 치...
기주: 하하!
태영: (눈물을 닦으면서) ...회장님도 아셨다는데, 괜찮겠어요? 윤아가 아무 말 안 해요?
기주: 아, 변호사 말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 그러던데. ...수혁이가 부탁도 했고.
태영: 수혁이가... 부탁했어요?
[종근네 바. 텅 비고 아무도 없다.
드럼을 치고 있는 수혁.
태영이가 바에 들어서고, 수혁도 태영을 발견한다.
수혁에게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태영.]
태영: 후... (따지는 말투로) 누가 그러래~ 누가 삼촌한테 그런 부탁해달래?
왜 니 마음대로 그런 부탁을 해?
[수혁도 마음이 아프다.]
태영: ...도와준 니 마음은 고마운데, 나 지금 얼마나 챙피한줄 알어?
나도 자존심 좀 지키면서 살게 해 줄래?
[수혁, 자리에서 일어나 태영한테로 다가온다.]
수혁: 앉자. 앉아서 얘기해~
뭐가 그렇게 챙피한지, 뭐가 그렇게 자존심이 상한지. (의자에 앉는다.)
태영: (앉지 않고 서서) 야. 봐봐, 챙피한 거? 자존심 상한 거? 이건 둘째 문제야~
수혁: 더 큰 문젠 뭔데?
태영: 회장님 아셨대. (흥분해서) 혹시라도 나 때문에 한기주씨 입장 곤란해지면,
나 그 사람 얼굴 못 봐! 미안해서 어떻게 봐! 내가 뭐라고 그런 험한 소리를 듣게 해, 그 사람한테~
나 그럴 수...
수혁: 강태영!
태영: 어우... (한숨)
수혁: ...니 눈에... 난 안 보이니?
[태영, 천천히 수혁을 바라보는데,]
수혁: 나 안 보여?
태영: ...?
수혁: 난 어땠을 거 같은데? 사랑하는 여자가 내 앞에서 우는데,
내 힘으론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어서 다른 남자한테 부탁해야 되는 내 기분은 어땠을 거 같은데!
태영: ...무, 무슨 말이야...?
수혁: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지금 내가 무슨 말하는지 몰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수혁.
태영의 손을 잡더니 끌어당긴다.]
태영: (당황해서) 아, 아니...
[수혁은 태영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갖다 댄다.
태영은 영문을 몰라 하고...]
수혁: 이 안에... 너 있다.
태영: ...
수혁: 니 맘 속에 누가 있는지 모르지만, ...내 맘 속에 너 있어.
[ Last edited by vvldl on 2004-9-28 at 11:05 A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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