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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소녀를 만나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두 남녀배우들의 귀엽고 발랄한 매력을 감상할수 있다는 것이 <도마뱀>의 최대 매력이다.
조승우와 강혜정은 모두 평범하지 않은 연기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다. 전형적인 꽃미남이나 꽃미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그 또래의 배우들이 소화해내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들을 통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오늘날 한국영화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들이자 실제 연인 사이이기도 한 조승우와 강혜정이 정통 멜로 영화에서 커플 연기를 펼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간직하고 있을 어린 시절 첫사랑의 환타지를 일깨우는 <도마뱀>은 다른 무엇보다 철저하게 이 선남선녀 커플의 매력에 기대고 있는 영화다.
순수의 시대로 돌아온 조-강 커플
명실공히 두 배우는 지난해 한국영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조승우가 상반기 <말아톤>으로 흥행 배우의 반열에 들어서며 각종 시상식을 평정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강혜정이 <연애의 목적>과 <웰컴 투 동막골>의 연이은 히트에 힘입어 충무로의 탑 클래스 여배우로 급성장했다.
사실 얼핏보면 평범해 보이기까지하는 두 배우가, 막상 소화해낸 영화속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었다. 달리기로 세상과 소통하는 <말아톤>의 순수한 자폐아 초원이나,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막골의 순수를 상징하는 귀여운 광녀 여일, <연애의 목적>의 폐쇄적이면서도 당돌한 면이 있는 여자 최홍 등은 모두 소화하기에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미지에 민감한 스타급 배우들이라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캐릭터였다.
평범하거나 반듯한 배역보다는 주로 비정상적이고 비극적이며, 주류에서 소외된 느낌을 주는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인물들을 연기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두 배우의 공통점이다. 그것은 영화가 두 배우의 이미지 속에서 발견해낸 다중성의 매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배우에게는 선과 악, 혹은 미성년과 어른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양면적 이미지가 공존한다. 꾸미기에 따라 앳된 느낌의 소년, 소녀 같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지극히 도발적이고 퇴폐적인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 '너 진짜 어느 별에서 왔니?' 머리에 피도 안마른 나이에 온갖 기행을 일삼는 '우비 소녀'에 필이 꽃힌 순정남 조강, 취향 참 특이하다.
<춘향뎐>이나 <와니와 준하> <클래식> <후아유> 같은 조승우의 초기작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순정남이나 로맨틱 가이가 대부분이었지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영화 <에이치> <하류인생>에서는 조승우의 내면에 숨겨진 반항기를 꺼내든다. 미묘한 표정 하나, 혹은 작은 조명 하나의 차이로도 조승우의 얼굴은 순진한 소년성과 내면에 감춰진 악마성을 넘나드는 다중적 매력을 발산한다.
수줍고 앳되 보이는 얼굴의 강혜정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녀같다가도 어느 도발적인 팜므 파탈의 이미지로 여러번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올드보이>와 <쓰리 몬스터>, 파격적인 노출연기도 감수한 <연애의 목적>은 모두 강혜정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롤리타적인 이미지에 빚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감정의 진폭이 큰 배역들을 소화해왔음에도 그들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신뢰를 안길수 있었던 것은, 이 두 배우가 지닌 야누스적인 이미지에 있다. 주로 무겁고 심각하던 전작들에서 벗어나 <도마뱀>을 통해 순수의 시대로 귀환한 두 배우들의 모습에선, 다시 전작의 그늘을 찾을 수 없는 풋풋한 청춘의 이미지 그대로다.
소년, 지독한 사랑에 빠져들다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이라는 테마는,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좋은 소재다.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미 충분히 울궈먹은 소재이기는 하지만, 만들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20년에 걸친 두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다분히 조승우의 전작인 <클래식>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번엔 술래잡기를 하는 것이 여자 쪽이다. 조승우가 연기하는 조강은 매번 나타났나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사라지는 아리(강혜정 )를 향해 20년간 변함없는 순정을 다 바친다.
기존의 작품들에 보여주던 조승우의 '선한 이미지' 위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사랑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조강의 열정을 덧입힌다. 기존의 나긋나긋하고 수동적인 이미지보다 조강은 좀더 우직하고 낙천적이다. 너무 순수해서 때로는 바보스럽지만, 우직한 열정을 지켜나는 조승우의 조강은, 항상 '사연을 간직한 여자'의 이미지를 지닌 강혜정의 아리와 잘 어우러진다.
▲ 조승우와 강혜정, 두 배우는 모두 성인과 미성년의 경계선에서 양면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들이다.그러나 영화는 빈약한 구성으로 배우들의 매력에 의존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강과 아리는, 조승우와 강혜정라는 배우들의 이미지에 기대는 것 이상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첫사랑의 운명과 짧은 추억에 기대어, 20년간 변함없는 순정을 바치는 조강의 순애보는,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종류의 멜로 영화 특성상 충분히 이해해줄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정작 영화의 터닝 포인트라 할수 있는 아리의 숨겨진 사연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초반의 활력을 잃고 지루한 신파극으로 우향우하고 만다.
차라리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나 <사랑을 놓치다>처럼 조강과 아리가 어긋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좀더 현실적인 사연을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20년의 인연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함께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서로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았던 것도 아니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 동안에도 진행됐을 두 사람 각자의 인연과 사연들은 너무도 쉽게 생략되어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저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이유로 시간의 벽을 초월하여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기에는 영화의 정서가 너무 순진한 게 아닐까?
캐릭터나 설정 자체가 관습화된 장르 영화의 틈바구니에 갇히면서 배우들의 호연도 빛을 잃는다. 그간 조승우와 강혜정은 '이 배우들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뛰어난 캐릭터 소화로 관객들의 지지를 얻어왔다. 그러나 어쩐지 TV 트렌디 드라마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도마뱀>에서는 굳이 조승우나 강혜정이 아니라, 송승헌- 송혜교(가을 동화 ), 서도영-한효주(봄의 왈츠 )라도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어떤 새로움보다는 장르 영화 자체의 매력에 이끌리는 관객이라면, 그리고 조승우와 강혜정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적어도 배우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낸 연기와 화면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2006-04-28 09:07]
[ 本帖最后由 MyTerm 于 2006-4-28 12:10 编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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