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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폐인, "시청률7%? 우리에겐 100%였다"
“魔王”废人,收视率7%?对我们来说是100%
[스포츠서울닷컴 | 탁진현기자] 부산에 사는 대학생 박성은(가명·21세)씨는 '마왕'폐인이다. 지난 세 달간 KBS-TV 수목드라마 '마왕'에 푹 빠져 살았다. 최근에는 다른 '마왕'팬들을 만나기 위해 고생을 무릎 쓰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
청주에 사는 대학생 나경옥(가명·23세)씨도 박씨 못지 않은 '마왕폐인. 나씨는 매일 '마왕' 디씨인사이드 갤러리와 시청자게시판에 상주한다. '마왕'폐인들 간의 정모와 이벤트 모두 나씨 손을 거치고 있다.
'마왕'의 평균 시청률 7~8%. '마왕'은 방영 내내 저조한 한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청률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다. 불과 한자릿수 시청률일지라도 '마왕'은 박씨와 나씨처럼 수많은 '폐인'들을 양산시켰다. 이들 '폐인'에게 시청률은 7%가 아닌 100%였다.
'마왕'이 지난 24일 2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마왕'은 12년 전 억울하게 형을 잃은 승하(주지훈)가 형사 오수(엄태웅)의 주변 인 물들을 살해하며 복수극을 벌이는 내용. 결국 이 드라마는 두 주인공 승하와 오수의 죽음으로 끝났다.
아쉬움이 너무 컸던 것인지 팬들은 종영날인 24일 한자리에 모였다. 경상남도 부산에 사는 박씨를 비롯, 충청도 청주, 연기군 등에서 전국 각지의 '마왕'팬들이 서울에 모여 종영의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도대체 '마왕'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인 것일까.
팬들이 말하는 '마왕'의 매력은 새로운 소재에 있었다. 경기도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서지수(가명·28세)씨는 "남녀 관계, 재벌집 등 반복되는 소재가 아닌 학교 폭력, 복수 등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간적인 고뇌를 담은 드라마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충청도 연기군에 사는 고등학생 이미영(가명·17세)씨는 "선악의 구분이 없는 드라마다. 캐릭터들은 선인도 악인도 될 수 없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을 지지할 순 없지만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열광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낮았던 시청률. 팬들은 그 이유로 4가지 정도를 꼽았다. 첫번째는 능동적인 시청자를 요구하는 드라마라는 점, 두번째는 시청률 집계 방식, 세번째는 첫회나 중간을 놓치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 마지막은 독특한 캐릭터다.
나씨는 "'마왕'은 마니아 드라마가 될 수 밖에 없다. 능동적인 시청자를 요구하는 드라마기 때문이다"라며 "또한 4인 가족 기준으로 집계되는 시청률도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회사원 박지현(가명·26세)씨는 "자신도 가족들과 있었으면 '마왕'을 보고 싶었어도 '고맙습니다'를 보게됐을 것이다"라고 거들었다.
이씨는 "한 번만 보면 이해할 수 없고 몇 번을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박씨도 "처음부터 즐기기 시작하면 재미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팬은 "승하(주지훈)처럼 전지전능한 캐릭터는 없었다. 국내 드라마에서 시도된 적 없는 모험적인 캐릭터다. 그런 면에서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시청률은 시청률일 뿐 사실 마왕팬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들은 '마왕'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박씨는 "한편의 명품 드라마가 탄생했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1, 2년 후 잊혀지지만 '마왕'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시청률 7%요? 우리에겐 100%였습니다. 잘 만든 드라마였어요. 제작진들, 연출자들, 작가님, 수고하셨습니다." 어느 팬의 말처럼 시청률은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닐까? 이날 저녁 인터뷰가 끝난 후 팬들은 '마왕' 마지막회를 보러간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사진설명='마왕' 포스터(왼쪽). 지난 24일 서울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 모인 '마왕'팬들(오른쪽)>
2007/05/25 09:44 입력 : 2007/05/25 09:5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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