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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새>│하늘이시여! 남편 철 좀 들게 해주소서 [2007-11-07 10:43]
MBC 주말특별기획 <겨울새> 촬영 현장
MBC 주말드라마 <겨울새>가 제목처럼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날개짓을 시작하고 있다. 초반의 지지부진하던 시청률도 조금씩 오르고 있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여자가 눈이 애달프면 슬픔이 많아”라는 원작의 표현이 잘 들어맞는 영은(박선영)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더없이 찌질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경우를 연기하는 윤상현과 무서운 시어머니 강여사 역 박원숙의 콤비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래, 그래, 저런 사람들도 있지”라며 수긍하며 보게 되는 <겨울새>의 촬영 현장은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일산에 새로 지은 MBC 제작센터 7층에 자리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니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세 대의 커다란 카메라가 각기 자리를 잡은 스튜디오 안은 드라마 촬영 현장이라기보다 마치 연극의 리허설 중인 소극장 같다는 느낌이다. <겨울새> 촬영 현장은 한 마디로 말해 능숙한 베테랑들의 잘 짜인 팀 플레이를 보는 것 같다. 사전 리허설에서 카메라 앵글과 배우들의 동선을 미리 다 맞춰본 뒤 본 촬영에 들어가고, 좀처럼 실수가 없는 박선영의 능숙한 연기 덕에 열 개에 가까운 신의 촬영에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이다. 지난 주말 15회가 방송된 가운데 벌써 18회의 내용을 녹화하는 여유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눈가가 젖어드는 박선영은 계속되는 감정 연기에 지칠 법도 하건만 잠시도 쉬지 않고 대사를 되뇌어 보곤 한다. “자꾸 ‘~잖아요’가 반복되니까 이상해서 내가 중간에 끊었어”라며 자신의 대사가 입에 붙지 않자 즉석에서 표현을 바꿔보기도 한다. 긴 감정신의 연기를 여러 번 반복한 뒤 “웬만하면 첫 감정이 좋으니까 그걸로 해주세요”라며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부조정실의 정세호 감독에게 부탁하는 박선영은 대사와 감정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베테랑 박선영과 윤상현의 재발견
이런 진지함은 영은의 남편 경우를 연기하는 윤상현도 마찬가지이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스튜디오로 들어선 윤상현은 들어서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박선영과 대사를 맞춰보기 시작한다. “엄마를 병원까지 가게 하시지 말았어야지!”, “내가 뭘요.”, “엄마를 배신하면서까지 그럴 순 없어요.”, “그럼 날 더러 어쩌란 거예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은 리허설임에도 불구하고 지켜보는 사람까지 몸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긴장감이 팽팽하다. 특유의 울먹이듯 찌푸린 표정으로 숨도 쉬지 않고 대사를 내뱉던 윤상현은 긴 대사로 인해 NG가 반복되자 손을 떨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박선영은 손을 잡아 주는 등 리액션을 해주며 윤상현을 격려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심각한 마마보이에다가 때때로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중인격인 경우를 보면서 ‘윤상현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시청자들은 웃음을 참으며 보는 장면이라 해도 실제로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는 이렇게 온 신경을 다해 연기하고 있었다.
무섭도록 서로의 역할에 몰입하는 곳
오후 4시 반 경, 예상보다 일찍 끝난 촬영으로 마음이 들뜬 스태프들에게 또 하나의 낭보가 날아든다. “이거 끝나고 왕갈비 회식 있으니까 집에 가지 말고~”라는 정세호 감독의 외침이 그것. 이에 한 스태프가 “감독님, 집에 돈 많으신가 봐요~”라고 하자 정세호 감독은 “집 팔면 되지 뭐”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배우, 감독, 그리고 스태프들이 다소 무서울 정도로 자신들의 역할에 집중하는 <겨울새>의 촬영 현장은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고’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베테랑들이 보여주는 환상의 팀웍으로 시청률 견인차의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겨울새>가 추운 겨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from: magazine 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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