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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泰燮-彩英-景修對話
* 태섭의 커밍아웃
태섭 : 맑구 밝구 긍정적이구 배려두 많구 근면성실하구 한 마음이구 그 정도는 알아.
채영 : 그런데, 섹시하질 않아서? 응?
태섭 : 맞아. 섹시하질 않아.
채영 : 난 너 섹시해. 어떤 남자보다도 더.
태섭 : 나, 여자한테 그게 안 느껴지는 사람이야. 너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여자한테두.
여자라는 사람들 자체에 그걸 못 느껴. 나는 그걸, 남자한테 느껴. 나 그래.
이성보다 동성이 더 좋을 수도 있는 십대나 이십대가 아니야 정체성의 혼란 같은 거
겪고 넘어간지 벌써 오래전이야. 나는 내가 많이 싫고 많이 슬펐었어.
항상 뭔가 남모르는 범죌 저지르는 것 같고 저주받은 것 같구 그랬었어.
그게 내 실체야. 그래서 너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거야. 미안해.
(중략)
채영 : 언제, 확실하게. 언제, 결론을. 얻었는데?
태섭 : 대학 졸업하면서. 사회도 두렵고 부모님, 동생들한테도 미안하구
끊임없이 아니다, 나는 아니다 버텼었어. 나를 부정하는 건 인정하는 것만큼 많이,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어. 우리집 식구들 알았을 때 파장 감당할 자신도 없구
부모님께 그렇게 결정적인 타격을 드릴 수가 없어서. 한때는, 아니 최근까지도
나 자신과 세상 속이구 평생 정상적인, 정상적으로 살아볼까 끊임없이 갈등했었어.
채영 : 걱정하지 마. 두 병은 너끈하게 마시는 실력인 거 알잖아. 왜, 이제야 말해?
일찍 말해주지. 그것도 모르고 계속 삽질하게 왜 해?
태섭 : (한숨) 아는 사람, 세상에 단 한 사람 뿐이야. 이제 너까지 두 사람이야.
채영 : 미련한 내가, 얼마나 귀찮았을까.
태섭 : 아니야. 그런 건 아니구. 말할 수 없이 미안하고 안타까웠어.
채영 : 나 아니고, 또 한 사람. 경수씨? 맞지?
태섭 : 맞아. 미안해. 용기가 안 났어.
채영 : 그랬을거야. 괜찮아. 이해할께. 일본에도 게이 많아. 나도 여자친구보다 더 편한 게이친구들 있어.
(후략)
* 커밍아웃 후 집에 돌아와
[태섭이 채영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소리없이 울고있던 니 옆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내가 가여워 니 마음이 슬프다는 니 말,
내 잘못 아니니 가슴 펴고 살라는 위로에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너를 사랑하는 여자로 가질 수 있는 남자는 얼마나 행운아일까.
돌아오면서 너를 가질 수 없는 나의 구차스러움과 수치스러움에 나도 조금 울었어.
이해해 줘 고맙고, 더 좋아해준다니 또 고맙고. 연인보다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채영아.
그런 축복이 내 것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안하다 채영아.
[채영이 태섭에게 답장한 메시지]
친구야, 나 와인 마시면서 목욕하고 있어. 그러면서 나를 위로해.
어쩌면, 니 여잔 것보다 이게 더 좋은 걸수도 있다고. 힘들었을 거야. 고생했어. 고마워.
* 커밍아웃 후 경수와 태섭의 통화
밤. 태섭 방. '안개도시' 벨소리 울리고
태섭 : (놀람) 안 잤어? 자는 거 안 깨울려고 가만있었지.
경수 : (다소 언짢은) 기다리고 있을 거 몰랐어?
태섭 : 잘까 봐.
경수 : 어디야.
태섭 : 집
경수 : 언제 들어갔어?
태섭 : 조금 전에. 샤워했어.
경수 : 오늘도 또 유야무야하고 들어온 거야?
태섭 : ...
경수 : (격앙) 야!
태섭 : (누르는) 화내지 마. 채영이랑 헤어지구 금방 너한테 전화걸고 싶지 않았어.
경수 : 왜!
태섭 : 집에 들어오니 열 시 지났구, 열시면 잔다고 했잖아.
경수 : (격앙된 채) 기다렸단 말이야!
태섭 : 다 털어놨어. 있는 그대로. 채영이 얼마동안 넋이 나간 것 같았어.
그런 아이와 헤어지구 금방 전화해 '다 잘 해결봤어, 이제 걱정없어' 하기 싫었단 말이야! (감정 격해지고)
경수 : (안심) 알았어. 알아들었어. 그럼, 문자라도 넣어줬어야지.
태섭 : 그것도 하기 싫었어.
경수 : (마음 놓은) 하-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어. 고집쟁이. 잔다. 끊어-
轉d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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发表于 2010-4-17 23: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