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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마스크를 벗지 마시오!!
제작 아이러브시네마 / 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감독 김성수 / 출연 장혁, 수애, 박민하, 차인표, 유해진, 이희준, 마동석 / 순제작비 100억원 / 개봉예정 6월
김성수 감독이 돌아온다. <비트>(1997)와 <태양은 없다>(1998), 그리고 <무사>(2001)를 통해 한국 액션영화의 한 정점을 찍었던 그가 로맨틱코미디로 잠시 선회했던 <영어완전정복>(2003) 이후 무려 10년 만에 촬영장에 복귀했다. <영어완전정복> 이후 훌쩍 성장한 장혁과 다시 만났고 TV시리즈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 이후 차기작을 심사숙고하던 수애가 가세했다. 변종 바이러스를 둘러싼 재난블록버스터 <감기>는 지난해 5월 크랭크인한 뒤 전국 각지를 돌며 촬영했고, 현재 여름 개봉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 중이다. <씨네21>은 김성수 감독의 복귀에 대한 관심으로, 재난 속 아수라장이 된 마트, 분노한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 중인 고속도로, 그리고 재난사태 속 대책본부 현장, 그렇게 계절을 바꾸어 총 3번 현장을 찾았다. 그는 “현장에 다시 섰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며 예의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현장을 이끌고 있었다. 재난과 맞닥뜨린 현장 취재와 더불어 배우 장혁, 그리고 김성수 감독의 인터뷰를 덧붙인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기다. 감염속도 초당 34명, 발병 뒤 36시간 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고병원성 변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다. 경기도 분당시에서 고열과 홍반, 각혈을 동반한 감기 환자가 병원에서 사망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같은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시내 곳곳의 병원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발생 하루 만에 4만2천명이 감염되는 등 엄청난 전염속도를 보인 이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는 최초 발병지인 분당을 순식간에 통제불능 상태에 빠트리고, 정부는 더이상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사태 1호를 발령하고 ‘분당 폐쇄’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원인을 알 수 없어 예방도 치료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편, 분당병원 감염내과 전문의인 인해는 이 바이러스가 조류독감의 변종이라는 것과 현재까지 발견된 백신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상황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직감한 인해는 딸 미르(박민하)와 함께 분당을 빠져나가기 위해 집으로 향하지만, 엄마 몰래 밖으로 나간 미르는 구조대원인 지구와 함께 혼란스러운 죽음의 도시에서 방황하게 된다.
7월22일, 양산 이마트 - 마트를 탈출하라
“나는 왜 많이 안 나와요?” TV 예능프로그램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등을 통해 유명세를 치른 아역배우 박민하는 촬영장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존재다. 영화 속 인해의 딸 미르로 나오는 민하는, 그렇게 김성수 감독에게 계속 자신의 촬영 분량을 확인(?)하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 아버지인 박찬민 아나운서가 언제나 현장에 와 있지만, 영화 속 엄마인 수애의 곁을 떠날 생각을 않는다. “이제 민하가 저보다 더 유명하지 않나요?”라는 수애 역시 영화 속 딸의 손을 놓을 줄 모른다. 바로 미르는 바이러스 보균자인 필리핀 노동자 ‘몽싸이’를 통해 감염이 됐고, 미르를 키우는 싱글맘이자 분당병원 감염내과 전문의인 인해는 치명적 바이러스에 전염된 딸을 구할 유일한 방법인 백신 개발을 위해 최초 발병자를 찾아나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사선을 넘는다.
재난사태 속 분당의 혼란스러운 현장을 담아낼 마트장면은, 경남 양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촬영됐다. “고객 여러분, 분당의 전염병 사태로 인해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합니다. 즉시 쇼핑을 중단하시고 매장 밖으로 대피해주십시오”라는 장내 방송이 나오고, 마트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항의하는 시민들은 막무가내로 계산 통로로 카트를 밀고 나오고, 방독면을 쓴 경찰들이 들이닥쳐 계산대 통로를 막아선다. 그때 한 시민이 갑자기 격한 기침을 하더니, 피가 섞인 토사물을 질펀하게 쏟는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그런 가운데 지구와 인해는 미르를 찾아 헤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르는 지구와 함께 있었지만 지구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미르가 사라졌다. 얼마 뒤 그들은 기적적으로 미르를 찾게 되는데, 이미 매장은 폐쇄조치가 내려진 뒤다. 그들은 일단 마트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신종전염병 위험등급이 ‘심각’으로 격상되고 분당의 일부 지역에 격리조치가 내려진 상황, 혼란스런 마트 내부 장면을 촬영하는 김성수 감독의 모습은 흡사 전장의 야전사령관처럼 보였다. 더구나 우왕좌왕 혼란스런 군중 신을 연출하는 모습에서 유독 활기가 느껴졌다. “너무 좋죠”라는 한마디로 거의 10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소감을 대신한다. ‘액션’ 연출에 대한 갈증이 그를 그동안 어떻게 짓눌렀을까 생각해보면 무척 감격적인 순간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과 <마이웨이>(2011)를 촬영한 이모개 촬영감독 또한 그에 관해서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충무로에서 ‘에너지’라는 측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의 조합이다. 두 사람은 오랜 컨셉 회의를 거치면서 ‘카메라를 절대 삼각대 위에 두지 말자’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단 한순간도 고정된 카메라가 없는 긴박한 상황, 바로 그 생생한 현장감에서 <감기>가 출발했다.
9월6일, 행신지하차도 - 서울로 가자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정부가 국가 재난사태 1호를 발령하고 분당을 폐쇄시키자,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갇혀버린 시민들은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성난 군중은 고속도로로 몰려들어 서울로 향한다. 미개통 상태인 행신지하차도에서 촬영이 진행됐고 아스팔트 바닥에는 커다란 화살표와 함께 ‘서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우리를 살려라! 분당을 살려라! 정부는 우리를 치료해라!”라는 구호와 함께 경찰이 가로막은 철책 라인으로 엄청난 숫자의 시민들이 몰려온다. 시민들을 조준하고 있는 최루탄과 총, 그리고 화염이 난무하는 현장이다.
주변으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차들이 다니는 상황, 오직 촬영이 진행되는 미개통 지하차도 주변만이 또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여기저기 차들이 널브러져 있고 얼굴이 검게 그을린 엑스트라들이 좀비처럼 오간다. 그야말로 전시상황 그 자체다. 곳곳에 불길이 피어오르고 내내 스모그가 감싸고 있는 탓에 임영주 PD의 말에 따르면 스모그로 인한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단다. 철책을 뚫고 지나가는 대규모 액션 신도 예정돼 있기에 특수효과를 맡은 ‘데몰리션’의 정도안 대표도 직접 현장을 찾았다. “어지간하면 일선 팀장들에게 현장 지휘를 맡기는 편이지만, 이런 중요한 촬영이 있는 날이면 꼭 현장에 와야 안심이 된다”고 말한다.
이날 촬영에는 지구와 갈등관계에 있는 국환 역의 마동석을 볼 수 있었다. 군수비리로 퇴역한 군 작전과장 출신의 국환은 분당을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인 미군특수부대 수송차량 탑승을 꾀했으나 실패하자 사람들을 선동해 소요사태를 불러일으키는 장본인이다. 비슷한 시기 그는 <반창꼬>(2012)의 소방대원으로도 겹치기 출연했으니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다. 지구는 미르를 안고서 그런 그를 피해 인해를 만나러 간다. <무사> 조감독이자, 최근 류승완의 <부당거래>(2010) 등에 출연하기도 했던 <특수본>(2011)의 황병국 감독도 <감기>에 우정출연 중이다. 분당의 한 치킨집 사장으로 출연해 서울로 향하는 성난 군중 대열에 합류한 것. 김성수 감독과 가장 거칠고 험한 <무사>를 함께했던 조감독이기에, 10년 만에 현장에 돌아온 그가 어떻게 보이냐고 물었다. 현장에서 에너지 넘치기로 유명한 그가 좀 달라진 게 있어 보이냐는 질문이었다. “내가 볼 때 현장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참을 인’자를 쓰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이미 폭발했을 순간이 분명히 여러 번 있었는데…”라며 웃었다. 농담처럼 건넨 말이긴 하지만, 오랜만의 현장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는 스승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얘기였다.
10월4일, 파주 아트서비스 지하벙커 세트 - 바이러스를 정복하라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태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정부는 지하벙커(인공동굴)에 ‘변종조류인플루엔자’ 대응을 위한 안전대책본부를 세운다. 지하벙커 내부에는 ‘반공, 방첩’이나 ‘삼천만이 총화단결, 멸공통일 이룩하자’는 구호가 쓰여 있다. <화려한 휴가>(2007), <아이들>(2011) 등에 참여했던 박일현 미술감독이 구축한 지하벙커에는 그런 문구들 외에 스모그가 가득 차 있고 바닥에는 물기가 흥건하다. 세트 설계의 모델이 된 것은 ‘충무시설’이라 불리는,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 터널형 콘크리트 구조의 지하벙커다. 실제 부산 황령산 아래 충무시설에서 작전 수행 장면들이 일부 촬영됐다.
바로 이 지하벙커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도 파견되고, 패기 넘치는 젊은 대통령(차인표)은 총리(김기현)와 함께 감염자 발생현황을 예의주시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양 박사님, 항체는 어떻게 됐습니까?”라는 대통령의 대사에 사건의 심각성이 짙게 묻어나온다. 그런 그가 총리에게 얘기한다. “시민들이 절대 동요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됩니다.” 감독의 얘기에 따르면, 모두가 선망하고 바라는 젊고 건강하고 양심적인 대통령의 모습이 바로 그에게 투영돼 있다. 임영주 PD는 “특별출연 개념이고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임팩트가 강한 역할이다. 차인표는 캐스팅 1순위였다”고 말한다.
‘<영어완전정복>을 만든 카투사 출신의 감독’답게 김성수 감독은 외국인 배우들과 영어로 대화하며 현장을 이끌었다. 동시에 좁고 음침하고 축축한 분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지하벙커의 폐소공포증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그 스스로는 “그동안의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느라 너무 힘들다”고 말하지만, 현장편집기사와 함께 그런 분위기에 맞게 스피디하게 컷을 맞춰나가는 모습은 오래도록 쉰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능수능란했다. 마트와 지하차도 장면의 거친 현장감, 지하벙커의 음습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오가면서도 그는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마치 오래도록 기다려온 현장인 것처럼 어느 정도는 들뜬 상태로 좀체 감독의자에 앉아 쉬는 법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난 아무것도 아냐. 이모개가 진짜 안 쉬어. 그래서 별명이 ‘이모게이터’야”라며 웃었다. 하지만 임영주 PD는 “그래도 현장에서 감독님 에너지를 따라가는 사람이 없어요”라며 조용히 귀띔한다. 그렇게 김성수 감독은 다시 신인감독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현장의 흥분에 젖어 있었다. <감기>라는 평범한 제목에 숨어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처럼, <감기>는 규모에 비해 조용하게 완성됐지만 그런 흥분과 에너지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来源: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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