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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帖最后由 corona0911 于 2014-3-26 18:41 编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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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뒤에 걸린 그림, '쓰리 데이즈' 비밀 있다?
[분석] 중요 장면마다 등장한 의미심장한 명화들, 드라마 해석하는 또 다른 재미
14.03.26 10:12l최종 업데이트 14.03.26 13:50l이정희(ama2010)
독일의 화가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1533)이라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의 원제는 <장 드 댕트빌과 조르주 드 셀브>로, 왼쪽의 장 드 댕트빌은 영국에 파견된 프랑스 대사였으며 그 옆의 조르주 드 셀브는 그림이 그려질 당시에는 주교였으나 후일 베네치아에 파견된 프랑스 대사가 됐다. 때문에 제목이 <대사들>로 명명된 것이다.
이들은 당시 스물아홉, 스물다섯이었다. 그 나이에 대사로, 주교로 임명될 정도라면 창창하게 출세 가도를 달리던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림 중앙에 비스듬히 그려진 물체가 있다. 바로 해골이다. 젊은이들의 그림에 해골이라니! 이 해골이 상징하는 것은 당연히 죽음, 그리고 그를 통해 되돌아 본 인생의 덧없음이다. 이렇게 우리가 명화라 칭송하는 많은 그림들에는 철학적 혹은 종교적 의미를 띤 상징들이 꼭꼭 숨겨져 명화의 맛을 더해준다.
매회 다음이 어떻게 이어질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SBS 수목드라마 <쓰리 데이즈> 속에서도 이런 그림들이 종종 눈에 띤다. 그저 등장인물들의 배경을 장식하기 위해 쓰였다기엔 그 명화들이 숨겨놓은 의미가 심상치 않다. 벌써부터 눈썰미 좋은 누리꾼들은 이 명화가 드라마에서 어떤 것을 상징하는 것인지, 각자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쓰리 데이즈>에 등장한 명화들을 통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를 찾아보자.
<유년기> - 비호 세력으로부터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대통령
▲ SBS <쓰리 데이즈> 5회의 한 장면. 이동휘 대통령(손현주 분)의 뒤로 니콜라스 랑크레의 <유년기>가 걸려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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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데이즈>의 한 장면이다. 함봉수(장현성 분) 청와대 경호실장의 암살 시도에서 한태경(박유천 분)의 활약으로 운 좋게 살아남은 이동휘(손현주 분) 대통령은 신규진(윤제문 분) 비서실장으로부터 청수대의 비상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등 각종 기관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그들을 즉각 소집한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호텔에 나타난 이동휘가 걸어가는 복도의 끝에, 니콜라 랑크레(프랑스, 1690~1743)의 <유년기>가 걸려있다. 이 그림은 사람의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다룬 연작 <인생의 네 시기>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그림을 살펴 보면 유모가 뒤에 서서 갓난아기를 안고 있고, 그 앞에서 조금 큰 아이들이 유년기의 아이를 바퀴 달린 기구에 태운 채 끌어주고 있다.
극 중 이동휘는 그 그림을 뒤로 한 채 재신그룹 회장 김도진(최원영 분) 일행을 만나러 비장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그런 그를 그림 속 유년기의 아이로 치환시켜 보면 어떨까? 그간 김도진을 비롯해 여당, 국방부, 국정원의 비호를 받으며 무리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던 이동휘는 그림 속 자신보다 큰 이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는 아이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그림을 뒤로 하고 이동휘는 1998년 양진리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이는 그림 속과 같이 '누군가가 보호해 주던 시절'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며,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고 홀로서기에 나선 대통령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야간 순찰> - 이익을 위해선 살인도 불사하는 '그들'의 실체
▲ SBS <쓰리 데이즈> 5회의 한 장면. 이동휘 대통령(손현주 분)의 뒤로 렘브란트 판 레인의 <야간 순찰>이 걸려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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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가 김도진 일행을 만나러 간 방 안에는 렘브란트 판 레인(네덜란드, 1606~1669)의 <야간 순찰>이 걸려 있다. <야간 순찰>은 당시 활동했던 프란스 바닝 코크 대위와 그가 속한 빌렘 반 라위텐뷔르흐 민병대의 의뢰를 받아 만들어진 그룹초상화로, 줄을 지어 있거나 연회에 참가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던 전통적 그룹초상화의 틀에서 벗어나 실제 순찰을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그림의 주인공, 네덜란드의 민병대는 절대왕정이 없었던 네덜란드에서 국가의 군대 대신 돈 많은 귀족과 상인 계층이 낸 금액으로 운영되었던 민간 부대다. 즉 이 그림 속 민병대란 17세기 자본주의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던 암스테르담의 자본가 그룹의 상징이었다.
다시 <쓰리 데이즈>로 돌아가 보자. 이 그림 앞에 자리한 이들은 1998년 IMF로 닥친 한국의 경제적 위기에 줄어든 국방 예산을 빌미로 죄 없는 이들을 희생시켰다. 그들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틈타 다국적 기업인 팔콘의 이익을 위해, 혹은 그 자신이 주인인 재신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삭감된 국방 예산을 되찾기 위해 양진리 사건을 도모했다.
<야간 순찰> 속 자본가 그룹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총도 쏠 수 있는 자위권을 획득했다. 더구나 17세기의 자본주의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의 다른 이름이 '식민주의'라는 것을 안다. 자신들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 신대륙을 강탈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한 무한 이기주의 자본가 그룹의 초상, 그것은 바로 그 앞에 앉아 각자 자신의 주판알을 튕기는 <쓰리 데이즈> 속 그들과도 같다.
김은희 작가는 <야간 순찰>을 통해 그 그림 앞에 앉은 인물들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살인도 불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사투르누스> - 괴물이 된 '아버지'를 물리칠 자는 누구인가
▲ SBS <쓰리 데이즈> 5회의 한 장면. 재신 그룹의 김도진(최원영 분)의 뒤로 프란시스코 고야의 <사투르누스>가 걸려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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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순찰>이 걸린 맞은편, 김도진의 등 뒤에는 또 한 편의 그림이 걸려있다. 바로 프란시스 코 고야(스페인, 1746~1828)의 <사투르누스>다. 이 그림은 고야가 자신의 집에 은둔하던 시절 벽에 그린 '검은 그림' 연작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여기서 괴물처럼 묘사된 사투르누스는 고대 로마에서는 '크로노스'라고 불렸던 농경신이다. 자신의 아들 중 한 명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사투르누스는 자식들을 하나씩 먹어치운다. 고야는 이 그림에서 신화의 재현을 넘어 자신의 아들을 먹어버릴 정도로 타락한 기성세대의 폭력성을 그려내고자 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시민과 젊은 군인들을 희생시킨 다국적 기업 팔콘사와 그와 작당한 재신그룹, 그리고 정부 각층의 인사들을 이 그림보다 더 적절하게 상징할 수 있을까. 그림은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의 모습을 담는 것으로 끝나지만, 신화는 그 후일담을 전한다. 막내아들로 태어난 제우스는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힘을 키워 아버지 사투르누스를 죽이고, 그의 뱃속에 들은 형제들까지 구한다.
과연 재신그룹과 그 일당들의 시커먼 뱃속을 폭로하고, 그들에게 무고하게 희생된 죽음들을 되살려 낼 오늘의 제우스는 과연 누구일까. 사투르누스의 아들로 태어나지만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죽인 제우스처럼, '그들' 중 하나였으며 '그들'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지만 다시 '그들'의 손에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이동휘일 수도 있다. 아니면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아버지'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순수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진 한태경일 가능성도 있겠다.
<디도의 자결> - 서로를 향해 '배신의 몫'을 묻는 김도진과 이동휘
▲ SBS <쓰리 데이즈> 6회의 한 장면. 양진리 사건 이후 이동휘(손현주 분)이 찾아간 재신 그룹의 김도진(최원영 분)의 집무실에 베랄레 다 베로나의 <디도의 자결>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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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총구를 겨눴던 함봉수의 죽음 이후, <쓰리 데이즈>에서 악의 '최종 보스'로 등극한 사람은 재신그룹의 김도진이다. 1998년 양진리 사건 이후, 자신이 바랐던 바와 다르게 일이 진행됐음을 안 이동휘는 김도진의 집무실을 찾아가 그의 멱살을 잡는다. 이때 두 사람의 뒤에 배경으로 등장한 그림이 있다. 바로 리베랄레 다 베로나(이탈리아, 1445년경~1526년 혹은 1529년)의 <디도의 자결>로,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아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트로이의 왕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함락 이후 유민이 되어 카르타고에 도착, 그곳의 여왕 디도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꿈같은 세월도 잠시, 새로운 나라를 세우라는 신탁을 받은 아이네이아스는 디도의 애원에도 카르타고를 떠나고, 그가 떠나는 날 디도는 자신을 버리고 간 아이네이아스를 원망하며 그가 준 선물 더미에 불을 지르고 그 위에서 칼로 자결하며 생을 마친다.
이 <디도의 자결>이 주는 메시지는 '배신' 혹은 '임무에 희생당한 사랑'인데, <쓰리 데이즈> 속에서는 그 그림 앞에서 멱살잡이를 한 김도진과 이동휘의 관계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1998년 그들은 각자의 이해를 위해 양진리 사건을 일으키기로 했다. 하지만 김도진이 이동휘의 계산을 뛰어넘어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킨 순간, 그 '밀월 관계'는 끝이 나고 말았다.
김도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동휘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동휘는 양진리 사건과 같은 일을 다시는 만들지 않기 위해, 외국과 자본가들의 손에 농락당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다.
그래서 김도진은 이동휘에게 "우리를 먼저 배신한 건 대통령이다"라고 말하지만, 이동휘는 양진리 사건을 확대한 김도진이야말로 자신을 먼저 배신한 것이라 믿는다. 서로를 향해 배신의 몫을 묻는 두 사람 중, 화염에 휩싸인 채 배신에 떨며 자결하는 디도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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