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发表于 2018-4-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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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ZAAR 》3月号 李奎炯的采访
文字版先放上来 省得我之后又找不到了
슬기로운 이규형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사랑스러운 마약중독자 ‘해롱이’에게서 〈비밀의 숲〉 속 무색무취의 인간 ‘윤세원’을 찾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가 이 드라마틱한 변신과 이규형이란 배우의 발견에 대해 말했지만 정작 이규형은 잔잔한 말투와 차분한 태도로 일관했다. “지금이 허무하다거나 부담스럽거나 두렵지는 않아요. 운이 좋았어요.”
화보 촬영이 익숙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카메라 앞에서 꽤 능숙하게 포즈를 취하더라.
요즘 좀 늘었다. 감사하게도 <슬기로운 감빵생활> 끝나고 촬영할 일이 종종 생겼다.
촬영 내내 옷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매가 긴 하얀 셔츠를 입고는 탈춤을 덩실덩실 추기도 했고.(웃음)
화보다 보니까 가끔은 아방가르드한 옷들을 입고 촬영해야 할 때도 있는데 아직은 좀 신기하다. ‘이런 걸 평상시에 입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 평소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를 즐겨 입는다. 편집숍은 안 가봤지만 이제부터 가려고 한다. 주변에서 이젠 옷도 신경 써서 입어야 된다고 하니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연기한 ‘유한양’은 패션에 까다로운 편이었다. 1화에서부터 죄수복을 받으면서 이런 대사를 날리지 않나. “교도관 삼촌~ 이왕이면 한 사이즈 큰 걸로 줘. 롤업해서 입게.”
여러모로 나와는 다른 캐릭터다. 나도 친한 사람들과 있으면 장난도 잘 치고 그러는데, 또 과묵할 때는 정말 한 마디도 안 한다. 사실 한양이랑 비슷한 사람이 어디 흔하겠나. 워낙 특이한 캐릭터이고 귀엽게 나와서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주변에서 사인 요청 들어오는 것 보면 누구 어머님, 장모님, 할머님이 많다.
보통 마약 상습복용범이라고 하면 퇴폐적이고 위험한 인물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유한양은 철저하게 애교로 무장한 마약사범이다. 때문에 본래 이름인 유한양보다 ‘해롱이’라는 별명이 훨씬 입에 잘 붙는다.
사실 처음엔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다. 성소수자라는 것도 모르고 그저 ‘강남 최고의 현금부잣집 아들, 마약 상습복용범’ 정도라고만 알고 있었다. 오디션을 볼 때도 신원호 감독님이 준비할 것 없이 편하게 오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정말 그냥 갔는데 연극 <날 보러와요>에서 했던 만취 연기, <응답하라 1988>에서 이동휘 씨의 술 취한 장면 그리고 한양이의 대사 등 해롱대는 연기와 똑똑한 인물, (정)경호가 연기한 ‘이준호’ 역 대사를 모두 시켜보시더라. 그때만 해도 해롱이가 약 먹으면 멀쩡해지는 것도 모르고 ‘여러 가지 역할을 두고 보시는 건가?’ 싶었다.
처음 캐릭터의 실체를 알게 됐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외로움이 바탕에 깔린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한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고, 성소수자로서 사회적으로 고독함도 느꼈을 테고, 애인과 헤어진 상태에서 유학 생활을 하기도 했으니까. 한양이가 해롱이로서 그렇게 까불까불거리는 것도 다 외로움의 발현이 아닐까 싶었다. 사실 사회에서 그 정도로 응석 부리면 누가 좋아하겠나. 감옥이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들과 한 방에서 지내면서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응어리가 폭발하게 된 것 같다. 아마 사회에 나오게 되는 순간 자기 방어를 위해 다시 말수도 줄어들고 경계심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워낙 사랑받았던 캐릭터다 보니 모두가 해피 엔딩을 바랐지만 출소하자마자 다시 마약에 손대고 마는 현실적 결말도 화제였다. 후사를 상상해본다면?
마약을 끊는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고 하더라. 아마 어머님이 감옥에 보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제대로 된 관리와 사랑이 더욱 필요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되지 않았을까? 합법적인 선 안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 노력하는 좋은 결말을 상상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전작 <비밀의 숲>에서도 그렇고, 주로 감옥에 가는 걸로 끝을 맺는다.
대체로 그렇다. 그전 <도깨비>에서는 아내를 죽인 살인자였고 <비밀의 숲>에서는 범인, 하물며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재수감되기까지 했다. 이젠 그만 가고 싶다.(웃음)
<비밀의 숲>에서의 ‘윤세원’은 세월호 유가족을 모티프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들었다. 캐릭터를 고민하는 내내 너무 많이 울어서 오히려 감정을 덜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이다. 이번 유한양 역할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나?
역할의 성격적 측면에서 보면 윤세원과 유한양은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이다. 윤세원은 마지막에 큰 아픔을 토로해내긴 하지만 대부분 무색무취의 사람인 반면 유한양은 특징이 굉장히 뚜렷하다. 마약중독자에 성소수자,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자란 금수저 같은 면면을 잘 표현해내는 데 집중했다. 마약중독자의 행동을 수소문해서 알아본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이를테면 어떤 특징들이 있었나?
알아내기 쉽지 않았지만 마약중독자들은 반복적으로 경련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더라. 계속 한쪽 눈을 깜빡거리고 입 주변 근육을 씰룩댄 건 귀여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마약중독자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는 거였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얼굴을 움직일 때마다 보조개가 드러나서 애교처럼 봐주신 것 같다.
누구에게나 다짜고짜 반말로 ‘팩트 폭력’을 일삼은 것도 유한양의 깜찍한 매력을 증폭시켰다. 애드리브의 비중은 어느 정도였나?
사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한양이의 대사는 대부분 대본에 있는 거였다. ‘설명충’ ‘닭다리 개이득’ ‘생긴 건 고갈비처럼 생겨가지고, 간은 렌틸콩만 해가지고’ 같은 표현들 말이다. 하지만 싸우는 장면만은 애드리브의 비중이 높았다. 감독님이 대략적인 동선을 짜주신 후에 “마음껏 떠들어봐”라고 하신다. “난 고통을 느끼지 않지.” 같은 대사도 그래서 나왔다. 즉흥적으로 몇 번 했는데 처음엔 묻어가는 사운드로 희미하게 몇 번 잡히더니 나중엔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렸다.
유한양을 연기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장면이나 대사 같은 게 있나?
애인인 ‘송지원’과의 접견 장면. 사실 대부분의 한양이 연기는 해롱이로서 놀면 되는데 지원이를 대할 땐 복잡한 감정들이 막 얽혀 있었으니까. 오해이긴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신고했다는 배신감과 여전히 그립고 사랑하는 마음…. 또 성소수자를 연기한다는 것에 있어서도 방법론적으로 고민을 좀 했다. 동성애자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공통된 말투나 제스처 같은 것들이 있는데 알고 보면 그게 일종의 편견 아닌가. 그래서 성정체성과 인물의 성격을 별개로 두고 접근했고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워낙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서인지, 실제의 ‘이규형’에 대해선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의외의 면을 말해준다면?
이를테면 힙합 마니아라거나 특이한 주사가 있다거나. 내가 랩 안 좋아하게 생겼나? 이제까지 <쇼 미 더 머니> 다 챙겨 봤다. 시즌 6 때는 비와이, 7 때는 넉살 응원하면서. 고등학교 때 가리온, 주석, 허니패밀리 같은 올드 스쿨 힙합 뮤지션의 팬이었고 컴필레이션 앨범 <1999 대한민국>을 비롯해 대한민국 시리즈도 모두 챙겨 들었다. 그때는 노래방에서 랩 안 하면 무시 당하는 분위기였으니까 드렁큰 타이거, CB 매스 노래를 열창하곤 했다.(웃음)
연애할 땐 어떤 모습인가?
유한양은 “사랑해. 사랑한다니까?”라고 담담하고도 애틋하게 고백하는 로맨티스트였는데.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나와는 달라서 좀 힘들었다. 난 감정 표현에 좀 서툰 편이다. 연애 횟수도 많지 않고.
‘이규형’ 연관 검색어 리스트 중 ‘이규형 결혼’도 있는 거 알고 있나?
나도 놀랐다. <비밀의 숲>에서 아이 아빠로 나와서 그런가, 왜 ‘이규형 결혼’ ‘이규형 아내’ 같은 검색어가 있는지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쨌든 결혼은 아직 안 했고 아내는 언젠가는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다.(웃음) 그동안은 일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대학로에서 작품 많이 할 때는 1년에 8~9 작품씩 했으니까, 사실은 연애를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쪽에 가깝다.
필모그래피만 쓱 훑어봐도 무대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특히 뮤지컬 <팬레터> <사의 찬미> 등 초연 창작 작품의 비중이 높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셰익스피어나 체호프, 고리키처럼 1백 년이 지난 작품들도 배우마다 느낌이 달라지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나. 하지만 초연 창작 작품은 작가와 연출과 끊임없이 상의를 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내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의 에너지가 좋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치면 22년간 무대에 오른 셈인데 독특한 하나의 캐릭터로 대중에게 각인된 지금, 허무하다거나 부담스럽지 않나?
전혀. 이전까지는 나라는 배우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 기회 한번을 잡는 것 자체가 너무 소중했는데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정보훈 작가님의 도움으로 운 좋게 사랑을 받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연기가 좀 더 재미있어졌다.
앞으로 이런 역할은 하고 싶지 않다, 싶은 게 있나?
칼이든 주사기든, 이제 그만 찌르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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