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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8일 (금) 05:14 조선일보
“제2의 다니엘 헤니? 두고 보세요 하하~”
[조선일보 김미리 기자]
“운 좋은 줄 아세요. 당신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마지막 사람이니까. 하하.”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 배우, 그리고 잘 생긴 외모. “‘제 2의 다니엘 헤니’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발끈한다. “비슷한 조건을 지녔으니 비교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몇 년 후에는 분명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몫을 하고 있을 겁니다.”
‘노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MBC 월화드라마 ‘달콤한 스파이’에 출연 중인 혼혈 배우 데니스 오(24). 드라마는 이제 갓 4회를 넘겼지만, 데니스 오의 인기는 벌써 ‘상승모드’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너무 잘생겨서 화면을 똑바로 못 쳐다보겠다”는 칭송부터, “표정 연기가 보기에 민망할 정도”라는 따끔한 지적, 친절한 영어 댓글까지 한아름이다.
데니스 오는 CF를 통해 국내에 얼굴을 처음 알렸다.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포즈로 팔다리를 큰 대(大)자로 벌리고 한 남자가 굴러오는 휴대폰 광고. 사이보그 같은 무표정한 인상과 군살 없는 탄탄한 몸매의 ‘바퀴 청년’이 바로 그다.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기요, 커피!” 촬영 때문에 2시간밖에 못 잤다며 졸음을 떨치려 커피를 시킨다. 노르스름한 조명 아래 퀭한 눈이 더 크고 깊어 보인다. 데니스 오는 주한 미군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고향은 미국 텍사스. 아버지를 따라 일본과 독일에서도 생활했다. 현재 집은 ‘코카콜라의 고장’ 미국 애틀랜타에 있다.
극중에서는 5개 국어에 능통하지만, 실제 데니스 오가 할 수 있는 언어 수는 “원 앤드 하프”. 영어랑 독일어 약간. 이제 갓 걸음마를 뗀 한국말은 먹고, 사고, 타는 데 필요한 ‘서바이벌 코리안’ 정도다. “대사에 한국말 좀더 늘려 달라”는 시청자의 부탁을 들어주기는 무리다.
열여섯에 데뷔했다. 라디오를 들으며 러닝 머신에서 뛰다가 우연히 듣게 된 모델 콘테스트에 출전해 카탈로그·잡지 모델을 시작했다. 대학(미국 서배너 디자인대학 사진학과) 시절 아르바이트 삼아 싱가포르, 홍콩에서도 짬짬이 활동했다. 본명 ‘데니스 조지프 오닐’이 활동명 ‘데니스 오’로 짧아진 건 그 무렵이다. 그러다가 올 초 한국 광고에 출연할 기회가 생겼다.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활동하게 됐을 때의 느낌은 어땠을까. “이제 맛있는 거 먹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중국 음식이 느끼해서 입에 안 맞았거든요….” 예상외다. 음식 때문에 기뻤다니. “엄마가 집에서 항상 국, 찌개 끓여주셨어요. 어렸을 땐 김치를 물에 헹궈서 먹여주기도 하셨고요.” 어머니는 전형적인 한국 분이다. 집에서는 꼭 신발을 벗게 했고, “깨끗이 치워라”를 입에 달고 사셨다. 애틀랜타에 있는 한국 통신회사에 다니는 어머니는 요즘 인터넷으로 아들의 연기를 보고 모니터해준다.
아직 그는 ‘연기’보다는 ‘외모’로 먹고 들어가는 배우다. 대본을 일일이 한국어로 번역해 캐릭터를 분석하지만, 뭔가 어색하다. 톤은 단조롭고,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엇나가기 일쑤다.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잖아요. 완벽한 사람은 애초부터 없어요. 점점 나아질테니 지켜봐 주세요.”
드라마에서 그는 극의 긴장감을 지탱하는 핵심배역을 맡았다. 정체 불명의 사나이 한유일. 그의 실체를 슬쩍 물어보자 정색한다. “답을 알지만, 말해줄 수는 없지요. 신문에 결말 나가면 시청률 떨어지잖아요. TV에서 보여드릴테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김미리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mi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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