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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新一期『 MovieWeek 』专訪高賢廷 談《海边的女人》
《해변의 여인》 고현정-발칙한 열정 품은 ‘신인 여우’
김승우도 울었다는 쫑파티 때, 꽃다발도 받았겠다, ‘아, 여배우도 울어줘야 되는데’ 하며 고개를 돌리고 (억지로 ) 눈물을 뽑아내려 했으나 안 나오더란다. 다른 여배우 같았으면 굳이 말 안 했을 법한 상황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면에 대해서는 너무 재수 없어 한다는 얘길 하며,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거냐고 묻기도 한다. 물론 정답은 기대도 하지 않는 눈치다. 꼬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어쩌면 자해적이기까지 한 이러한 말들을 고현정은 거리낌 없이 늘어놨다. 그녀는 ‘달변의 여인’이다.
사진을 찍을 때의 고현정은 영락없는 마나님처럼 느껴졌다. 자태가 워낙 우아하고 고상한 느낌도 있었거니와, 의상이며 조명 세팅이며, 진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아웃라인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보태진 걱정도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거나 고압적으로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랄까. 하지만 이런 환경이 주던 부담감은 테스트로 찍은 첫 컷 첫 이미지를 보고 던진 고현정의 말 한 마디로 일거에 사라졌다. “저만 잘하면 되는 거네요?” 생글생글. 기분 좋게 촬영을 마치고 마주한 자리에서는 더욱 마음이 놓였다. 아니, 대화하던 한 시간여 만에 부쩍 친해졌다 싶을 만큼 즐거웠다. 말은 또 어찌나 잘하시던지. ‘물어봐야겠다, 물어봐도 될까?’ 했던 걸 특별히 꺼리거나 경계하는 것 없이 요모조모 잘도 말해줬다. 그게 많이 고마웠고 또 그런 모습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였다.
결혼 생각? ‘그걸 또 어떻게 하겠냐’는 식의 진솔한 푸념, 피부 관리? 뭘 많이 마시고 뭘 잘 먹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싼 걸 바르고 관리도 제대로 해주니까,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식의 직설화법, 앞으로 영화배우 고현정의 노선을 가늠하게 하는 시금석? <해변의 여인>을 하게 돼서, ‘이제야말로 배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의 뿌듯한 자신감…. 이게 모두 고현정 그대로의 고현정을 설명하는 예들이다.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받는다는 ‘고액 개런티’ 기사에 대해서도 쿨하다. “그에 상응하는 연기를 하면 되는 거고, 줄 수 있으니까 주는 걸 테고, 내가 훔쳐오는 것도 아니고, 주기 싫으면 안 주겠지, 아무리 달라 그런다고 주겠느냐”는 거다. 그러고 보니 <해변의 여인> 속 문숙도 이 고현정과 많이 닮아 있다. “지랄?” 푸하하! ‘고현정 입에서 저런 말이?’ 할 정도의 의외성들이라든가, 감정이 잘 드러나는 말투나 표정 같은 것들이, 어쩌면 그렇게 배우 그대로를 잘 뽑아냈을까 싶기도 한 영화니까. 그리고 그 속에 고현정은 잘도 녹아들어 있으니까. <엄마의 바다> 속 영서, <모래시계> 때의 혜린이 같은 이미지들은 이제 고현정에게 없다. 적어도 <해변의 여인>에서만큼은 그렇다.
●홍상수 감독님을 우연히 뵙게 됐어요. 배려 차원인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는데, 여태껏 보셨던 제 연기에 대해서 말씀을 디테일하게 해주셨어요. 감사했어요. 그 자리가 굉장히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얘길 하다가 “감독님, 그러면 저 같은 사람은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면 안 되겠죠?”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저는 좀, 미스코리아 출신에, 그런 이미지가 있고 굉장히 좀 상업적인 사람으로 돼 있잖아요? 자의든 타의든.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의외로 “아니, 그게 무슨 얘기냐” 하시며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셔서, 그럼 저 하고 싶다고, 그렇게 이루어진 캐스팅이었어요.
●사실 배우가 완벽한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는 게 제일 명분이 좋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다 본다는 게 시나리오를 전혀 안 보는 것보다 뭐가 더 좋은 건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시나리오를 안 봤다고 해서 걱정되는 건 없었고, 시나리오를 다 안 봤으니까 꼭 약속을 받고 가고 싶었던 부분은, 노출이라든가 영화 속 파격적인 모습들, 그런 부분에 대해서만 감독님과 약속이 되면 시나리오를 보고 안 보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거 아닌가 싶었어요. 홍상수 감독님 스타일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더 좋았어요.
●노출 얘기는 제가 먼저 꺼내진 않았거든요.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씀은 항상 해주셨고. 노출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정확하게 해놓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임박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이번 영화는 내용이 그런 내용이 아니고, 그런 뜬금없는 신이 나와서 좋을 것 같으면 중간에 넣을 수도 있대요. 그 느낌으로 알 수 있잖아요? 감독님이 워낙 배려가 많으시고 엽렵하게 해주셨기 때문에, 그 말씀이 뭐, ‘일단 진정시키고 촬영만 시작하게 하자’라고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 그 정도 만났는데 그 정도 신뢰가 생겼다면 현장에서 벗으라고 하신들 그건 앞뒤 명분을 확실히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서 별로 불안하지 않게 시작했어요.
●고현정 때문에 못 벗기지 않았나 하는 표현 자체가 감독님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고요. 자기 작품에 신념이나 확신이 없으신 분도 아니고, 저 따위 때문에 벗고 안 벗고도 아니고. 다행히 저도 감독님은 원하시는데 ‘아무리 그런 꿈을 꿔도 소용없어’ 할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아요. 감독님도 벗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셨으면 당연히 벗기셨을 거고 저도 그 정도는 내용을 아는 사람이니까.
●저라는 사람이 좀 요란하잖아요. 그러니까 아마 ‘얼마나 엄살을 떨고 했으면 15세 관람가를 받았을까’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자체가 감독님 작품에 대해서 좀 죄송한 부분이에요.
●저는 작품을 정할 때 사실 굉장히 우발적이고 충동적일 때가 많아요. <여우야 뭐하니>는 김도우 작가님의 작품이 새로 나왔다 해서 구해 달라 그랬어요. 제가 하든 안 하든 보고 싶다고. 그래서 앞에 몇 장을 읽었는데 ‘이걸 내가 하면 안 될까?’ 하던 차에, 그쪽에서도 고현정을 생각했는데 ‘하겠어? 이걸 전하려면 어떻게 전해야 되는 거야?’ 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사심이 좀 덜한 것 같아요. ‘내가 이 작품을 하면서 어떻게 보여줄까’ 하는 거 없이 ‘아, 괜찮아. 그냥 하겠어.’ 어쨌든 생각보다 쉽게 일이 성사된 것에 대해 기분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아, 내가 밖에서 이렇게 까탈스럽게 보이는 애구나. 일하는 동안만이라도 그렇지 않게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일을 안 하고 집에 있으면 애들 생각도 좀 나고, 멍하니 앉아 있으려니까 사람이 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쉬지 말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길 해요. 사실 <해변의 여인> 찍고 나서 얻은 게 많아서 굉장히 좋았어요. 배우 위주로 많이 배려를 해주셔서 그런 것도 흡족했고. 그래서 그 여운을 많이 가져가고 싶었는데, 그러면서도 자꾸 다운되는 듯한 게 한동안 느껴져서 ‘아, 이러면 안 되겠다. 정신 차려야겠다.’ 몸이 좀 바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단은 좀 들었어요.
●배우라는 사람들도 다 자기 안에 있는 것 중에 어떤 하나를 내놓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영화 속 문숙이는 거의 저랑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정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랑 있는 것 같다, 근데 여전히 계속 사랑하고 있다, 그러면 그 현장을 확인하려고 안 해요. 안 보고 확인 안 하고, 그냥 그 사람이 하는 거짓말을 믿고 사는 게 낫지.
●사랑이라는 게 상대한테 뭘 받아서 나를 위로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즐겁고 내가 행복하고. 내가 뭘 줘서 그러기는, 잘 생각해보세요, 진짜 힘든 거 아니에요? 내가 지금 이 남자의 생김이나 이 남자의 목소리나, 이 남자가 나한테 주는 손길이나 이런 게 너무 좋아. 그건 다 받는 거잖아요? 근데 대화는 안 돼. 이 남자가 너무 좋은데 어느 날 누구를 딱 만났는데, 다 꽝인데 대화가 너무 잘돼. 약간 이렇게 가는 거 아니에요? 대화 쪽으로는? 그러니까 즉! 사랑하는 마음을 이 사람에게 이렇게 표현하고 저 사람한테 저렇게 표현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것 자체가 나를 위로하는 행위 아니냐는 거죠.
●내가 필요하면, 이 남자가 대화가 잘되는 사람이면 이 남자를 지금 취하고 싶고, 이 남자가 몸으로 괜찮은 것 같으면, 하하! 그렇게 치면 두 사람 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거고. 그렇지 않고 한 단계 올라서서 자기 수양이 된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겠죠. 근데 그런 수준의 사람이 몇 명이나 되냐는 거예요. 대체적으로 사람이 살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싶은데, 그냥 딱 생각할 때 나랑 몸도 섞고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있지만, 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은 누가 더 생각나는데? 이런 거 있잖아요. 지금 일단 그냥 말초적으로 내 몸이 너무 힘들고 나 지금 너무 외롭고 고독해. 근데 지금 얘가 나한테 부드럽게 하고 달콤하니까 난 얘가 좋아. 그럼 사랑하는 거 아냐? 검증 없이 그렇게 가면, 그럼 그렇게 가는 거 아니에요?
●아, 이 감독은 카메라 뒤에 숨어서 상황만 던져주고 배우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그런 걸 잘 캐치해내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연기들이 너무나 자연스럽잖아요. ‘아, 저거는 완전히 술을 먹여놓고 기다리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작업을 해보니까 눈빛 하나 찻잔 잡고 돌리는 것까지 디렉션을 다 주시는 거예요. 저는 너무 깜짝 놀랐어요. 그게 다 감독님 거예요. 그리고 술을 먹는 부분도, 감독님은 배우에게 없는 걸 연기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을 별로 안 하시는 분 중 하나예요. 할 수 없는 걸 테크닉적으로 연기를 배운다거나 해서 나오는 건, 그건 감동도 없고 설득력도 없다는 거죠.
●촬영할 때 외에도 자리를 같이 많이 하세요. 그때 왜, 자연스러울 때 배우들한테서 나왔던 그 얼굴 표정이나 감정 같은 것들을 기가 막히게 기억하세요. 그걸 생각하시고 대본을 쓰셨을 거 아니에요? 근데 카메라가 딱 돌아가는데 그게 안 나온단 말이죠. 그러면 ‘술을 한번 마셔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무턱대고 술 거나하게 먹고 ‘촬영 시작합시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거든요. 진짜 아니거든요. 술이 좀 어느 정도 취한 것 같으면 더 마시려고 하잖아요? 감독님이 못 마시게 하세요. 그만 마시라고. 감정만 끌어올릴 수 있으면 된다고. 그러니까 그건 좀 감독님에 대한 오해가 아닐까.
●아, 담배를 피우게 하시는구나.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캔디와 신데렐라와 콩쥐와, 이런 걸 다 복합시킨 걸 자기 연기에 다 넣으려고 하면 그때부터 그 연기와 그 배우는 좀 지겨워지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해변의 여인> 하면서 정말 그런 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걸 구조적으로 감독님이 확 바꿔주시길 원했는데, 16년 만에 처음 하는 첫 영화의 첫 대사가 “지랄이야”부터 시작해서 너무 좋았고, 그렇게 서해안 신두리에 도착해서 첫 신 찍는데 담배를 물게 하셔서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정말 이제 어른이 된 것 같고.
●감독님이랑 앞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 말고 말 다하고 나서 뒤에 남는 부분 있잖아요? 그것이 대본에서 느껴져서 통한 것 같고, 그럴 때 굉장히 즐거웠죠. 그리고 홍상수 감독님, 저렇게 사시는 거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진짜 배려가 많으시던데요? (옆에 있던 제작사 스태프에게 ) 근데 아니라며, 김중래 감독(김승우 )이 홍상수 감독의 8할이라며? 알고 보면 그렇다며? 나, 촬영하는 동안 속은 거라며? 하하하하하!
====[MovieWeek; 08-28-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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