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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济众院》朴勇宇、延政勋、韩惠珍,想显出真正的胜利者的身姿
제중원’ 박용우 연정훈 한혜진, “진정한 승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박용우 씨는 원작 소설이 출간됐을 때부터 <제중원>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박용우 배우가 먼저 원해서 출연이 성사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나도 <제중원>이 유일하다. 왜 출연하고 싶었냐고 묻는다면 단순한 이유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고, 황정의 역할이 매력적이었다. 연기자는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배역을 맡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백도양과 유석란도 황정만큼 매력적이던가?
연정훈 백도양 캐릭터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 도양은 보수파 아버지 아래서 개화를 꿈꾸는 청년이다. 승부욕이 강하고 의사가 되고자 가문도 버린다. 이렇게 강한 인물을 연기해본 적이 없다. 하고 싶었던 걸 다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째려보고 흘겨보고 그런 거.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잖아.(웃음)
한혜진 유석란은 적극적인 신여성이다. 여자라서 자기 목소리를 낮추기보다 그 시대에도 올바른 행동을 하려고 한다. 시집가서 아버지와 남편, 아들에게 순종하며 살기보단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려는 캐릭터다.
-촬영 장면을 지켜보니 도양에게 가정 폭력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같던데?
한혜진 결혼한 친구가 책을 보다가 남편에게 맞은 얘기다. 도양은 미국 유학을 함께 가자고 하면서 청혼하지만, 석란은 거절한다. 결혼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혼은 이미 한 번 거절한 상황이다.(웃음)
연정훈 계속 거부당한다. 눈빛을 보면 석란은 벌써 마음이 황정한테 가 있는 것 같더라. 하하.
한혜진 여자는 아무래도 두 종류잖아. 현실을 생각하면 돈과 명예, 능력을 겸비한 남자를 원하지만 자신이 보듬어주고 싶은 남자를 찾는 여자도 있다. 석란도 처음에는 긍휼과 자비의 마음으로 황정을 보살피다가 사랑의 감정을 키우는 게 아닐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 배우가 모두 이번에 처음 만난 걸로 안다.
연정훈 처음에는 서로의 성격도 몰랐다. 황정 캐릭터와 많이 부딪치는데, (박)용우 형을 뵙고 나니 오히려 연기하기 편하더라. 워낙 배역에 몰입하셔서 내가 등장만 하면 고개를 수그리고 뒤로 가신다. 그런 모습 자체에 캐릭터가 살아 있어 재밌었다. 이제 넉 달 정도 촬영하고 나니 작은 디테일 같은 것들이 극 중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느낌이다.
한혜진 세트장에서 황정은 항상 주눅들어 있다.(웃음) 근데 실제 성격도 약간 비슷하다. (연)정훈 오빠가 수줍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에너지가 넘치고 외향적이더라. 반면에 용우 오빠는 침착하고 과묵하다. 성격이 반대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박용우 아직 두 사람과 많이 부딪치지 않았다. 내 무리가 또 있거든. 알렌이라는 제중원 원장 선생님이 있고, 백정 친구들이랑 거지 떼들. 하하. 거의 그런 분들과 함께 등장한다. 10회까지 찍었는데 11회에서 제중원 의생으로 입학하게 되면서갈등도 생기고 사건이 많아질 거다.
-황정은 초반에 백정 신분을 숨기고 양반으로 위장해 한바탕 소동을 겪는다. 도양과 얽히면서 갖은 고생을 하더라.
박용우 고생을 많이 하는 역할이다. 15~16년간 연기하면서 벌레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스타쉽 트루퍼스>처럼 벌레 떼에 시야가 가릴 정도였다. 충북 제천이었나? 황정이 총에 맞아 물에 빠지는 장면인데 수면이 온통 하얀 거다. 전부 죽은 나방들이 떠있었다. 입으로 들어오는 걸 다 먹었더니 나중에는 배가 부르더라. 하하.
연정훈 정말 자연의 신비를 보는 기분이었다. 산 속에 그렇게 많은 벌레가 있을 줄이야. 팅커벨처럼 생긴 벌레들이 조명 기구를 따라 회오리치는데, 눈 오는 것 마냥 신기했다.(웃음)
박용우 촬영 때문에 짚신에 맨발로 다녀서 발바닥도 많이 갈라졌다. 아직 얼음을 깨고 물속에 뛰어드는 장면 촬영도 남아있다. 홍창욱 감독님 특유의 말투가 있다.“작가가 이런 걸 쓴다는데, 걱정하지 마쇼. 난 못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괜찮다고 했더니 씨익 웃으면서 좋아하시더라. 황정은 끝까지 고생만 할 것 같다. 드라마 제목을 ‘황정의 꿈과 모험’으로 바꿔야 한다니까.
연정훈 사실 황정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다. 밑바닥 출신으로 자수성가해서 만인한테 잘하는 인물. 인정받는 만큼 고생스러운 것 아니겠나. 내가 괴롭히는 역할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웃음)
-메디컬 사극이라는 생소한 장르여서 배역을 위해 준비한 것도 많을 듯하다.
박용우 백정 역할이니까 거침없이 하는 거지. 서울 양반만 있나 뭐, 사투리도 막 쓴다. 황정은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서민’이거든.
연정훈 사극이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개화기에 접어들어 상투를 빨리 자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늦어지고. 이게(상투를 만지면서) 아주 불편하다. <에덴의 동쪽>(MBC)에서 군대 가는 장면을 찍으면서 가발을 썼을 때도 그랬는데,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평상시와 다른 여러 억양을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재밌다. 많이 연습하고 있다.
한혜진 이번에는 사극 톤에 현대적인 억양을 섞어 사용해 보고 있다. 그런데 사극에서 영어를 쓰게 될 줄이야. 3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 준비했구나 싶더라. 배우들이 알렌 역의 션 리처드한테 영어 발음을 교정받곤 한다. 정훈 오빠는 좋은 발음을 못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데, 유학파라 오히려 그쪽이 더 힘들어 보이더라.(웃음)
-의술에 대해 준비한 것은 없나?
연정훈 이번 작품 하면서 <하얀거탑>(MBC)을 다시 봤다. 수술하는 장면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의사 같으면서도 우아하더라. 그런 제스처를 유심히 관찰했다. 초반에는 (백정 출신의) 황정에게 의술로 뒤질 테지만, 나중에 도양은 완벽한 의사로 거듭나야 한다.
-<제중원>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박용우 황정이 결국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 서민의 승리라는 게 그렇잖아. 황정의 실제 모델이 박서양 님인데, 그분도 죽을 때까지 고생만 하셨다. 의사가 됐지만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셨단다. 지금에야 박수를 받지만 생전엔 얻는 것 하나 없이 갖은 고난을 겪으셨다. 돈을 많이 벌고 능력을 인정 받는 사람만이 훌륭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눈앞의 작은 것보다 큰 숲을 찾아 끊임없이 정진하는 사람, 황정을 통해 진정한 승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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