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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10년째 따라다닌 악녀 벗었죠"(인터뷰)
OSEN=봉준영 기자] 큰 눈에 날카로운 턱선, 뚜렷한 이목구비 덕에 김소연은 여느 여배우보다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김소연은 10년 전 악역으로 분했던 ‘이브의 모든 것’ 속 허영미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 채 10년 째 ‘악녀’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악녀’를 벗었다. 아니, 다른 옷으로 새로운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KBS 드라마 ‘아이리스’에 이어 SBS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이하 검프)에 연이어 출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 김소연은 ‘검프’는 끝났지만, 그 후유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신기하리 만큼 (‘검프’ 종영)실감을 못하고 있다”는 김소연은 “원래 드라마 한편을 끝내고 나면, 사람들이나 캐릭터와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 많이 울곤 하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안 울었다. 17부, 18부 대본을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다. 대신 팬들 사이에서 계속 뒷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걸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고 종영 아쉬움을 달랬다.
‘검프’를 하면서 김소연에게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김소연은 만사가 행복해졌다고 했다.
“‘아이리스’를 할 때는 웃는 게 어색할 정도였다. 사진을 찍어도 이상하게 슬퍼보이더라. 근데 지금은 웃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주위 사람들 특히 엄마가 ‘아이리스’에 비해 세배는 더 좋아하셨다. ‘아이리스’가 나에게 너무 행복한 작업이었다면, ‘검프’는 나로 인해 다들 행복해 했던 작품 같다.”
그렇지만, 초반 마혜리라는 캐릭터를 잡기 위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처음에는 마혜리를 연기하려 했다”는 김소연은 “내 모습이 아닌 자아도취에 빠진 마혜리를 연상했던 거 같다. 근데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작가님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날 보고는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처음부터 재촬영을 했다. 그때부터 저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소연은 “감히 이런말을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검프’를 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논다’는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자지만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편이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가 안보였고, 5, 6부 부터는 나인지 마혜리인지 모르겠더라”고 100% 몰입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특히 김소연은 원톱 주인공, 더구나 경쟁작의 여주인공인 손예진, 문근영과 대결해야 된다는 자체가 부담 아닌 부담이었다.
“처음 캐스팅이 되고 딱 이틀이 좋았다. 그리고 삼일째부터는 괜시리 부담이 됐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까봐 부담스러웠다. 특히 제작진(‘찬란한 유산’의 진혁 PD-소현경 작가 콤비)은 화려한데 주연배우인 나 때문에 화제도 안되고, 기사도 안나오나? 상대 드라마에 비해 약해서 그런가? 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첫회 시청률 역시 한자리수가 나오면서 그 역시 ‘나 때문에’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촬영장에서 활발하지 못했다.”
그러던 김소연은 팬들의 끝없는 박수와 스태프들의 격려에 다시금 힘을 얻었다. 첫 방송이 나가고 있었던 회식자리에서 김소연은 스태프들에게 ‘나 때문에 밀리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그 자리에서 스태프들은 오히려 화를 냈던 것. 그때 김소연은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끝나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3회를 앞두고 시청률 꼴찌에서 MBC ‘개인의 취향’을 제치고 2위로 올라온 것에 대해 “하늘이 준 선물같은 일”이라며 “사실 (시청률은) 포기하고 있었다. 서로 ‘반응은 최고’라며 위로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집혀졌을 때 정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놀랍고 고마운 것은 사람들의 선입견을 풀었다는 것이다. 십년동안 바꾸지 못한 ‘이브의 모든 것’ 속 악녀 이지미를 ‘검프’로 바꿨다. 이제 시청자들의 인식이 조금은 바뀐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소연에게 ‘검프’란 “나 스스로한테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이 작품으로 인해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다. 다양성을 안겨준 작품이자 원없이 웃게 해 준, 마주 받을 때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앞으로 연기 인생에 대해 물었다. 김소연은 “당연한 것이었는데 요즘 더 구체적이 됐다. 많은 느낌을 가진 배우. 천가지 얼굴, 천가지 목소리, 천가지 눈을 갖는 게 소원이다. 고등학교 인터뷰 때 ‘야누스’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때보다 구체적이고 절실하다. 다시 악녀 연기에 도전할 수도 있다. 누구는 ‘10년만에 (악녀이미지)벗었는데 또 다시 하냐’고 말리지만, 나는 다시 변할 수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마음이다”고 한 뼘 자란 모습을 보였다.
http://news.nate.com/view/20100606n020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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