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瑞雨新闻采访
서우, 그의 연기에 '안티'는 '찬티'로 바뀐다
서우는 쉬운 길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영화 <파주><하녀>는 20대 중반의 여배우가 소화하기 버거울 만큼 깊은 내면 연기를 요했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욕망의 불꽃>에서는 거대한 벽과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견줬다. 이미숙 신은경 등 당대 최고의 베테랑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는 건 생각만으로 오금이 저릴 일이다.
서우는 비슷한 또래 여배우 중 단연 최고의 연기력을 지녔다. 정작 서우는 "어떤 작품에서도 연기력 논란이 없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달콤한 칭찬을 찾아듣기 보다는 쓴 비판도 달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야말로 서우가 성장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작품이 끝날 때쯤엔 서우는 '안티'마저 '찬티'로 돌려세운다. 그의 연기에서 진정성을 봤기 때문이다.
"너무 어려운 배역만 맡는 것 같아 속상한 적도 있어요. 소속사 대표님한테 힘들다고 징징대기도 했죠. 하지만 일단 끝나고 나면 스스로 한 뼘 만큼 성장했다고 느껴요. MBC 주말극 <욕망의 불꽃>에 출연하면서는 단순히 연기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선배님들과 호흡을 통해 배우로서 자세를 배울 수 있었죠."
<욕망의 불꽃> 후반부로 갈수록 서우가 호평받을 수 있었던 데는 숨은 두 명의 '과외 선생님'이 있었다. 바로 이효춘과 이순재. 이효춘은 바쁜 스케줄을 마친 후 장시간 전화통화를 하며 서우에게 연기를 가르쳤다. 세종대학교에서 연기를 가르치고 있는 이순재는 <욕망의 불꽃>의 촬영 현장에서는 서우의 '1인 과외 선생님'이 돼줬다.
"이순재 선생님은 제 차에 올라 타셔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어요.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죠. 이효춘 선생님과는 주로 새벽 1시께부터 서너 시간씩 통화했어요. 많이 힘들고 피곤하셨을 텐데 제게 신경 써주시는 것을 보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거듭 다짐했죠."
촬영 막바지는 자신과 벌이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촬영을 마친 후에는 응급실로 가서 링거를 맞았다. 집에는 들를 시간도 없이 몸을 추스르고 다시 촬영장으로 복귀하는 스케줄의 연속이었다. 병원에서 "지금 나가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드라마 종방연까지 참석한 후에는 쓰러져서 잠만 잤어요. 일주일간 그 동안 못 잔 잠을 몰아서 잤죠. 스스로도 '사람이 이렇게 잘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어요.(웃음) 자면서도 촬영가야 한다는 생각에 문득 깨기도 했죠. <욕망의 불꽃>을 촬영하는 동안 백인기는 연기라기보다 제 인생이었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선 서우는 길게 자란 머리칼을 싹둑 잘랐다. 처절한 삶을 살았던 백인기와 작별을 고하듯 고이 가꾼 머리칼을 잘라 냈다. 덕분에 서우의 모습은 한결 가볍고 발랄해졌다.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하연 작가와 조민기의 격론도 서우를 피해갔다.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나요? 막상 자르고 보니 좀 어색했어요. 하지만 뭔가 변화를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죠. 한 동안 제 이름 '서우'조차 잊고 살았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배님들과 연기호흡을 맞추며 백인기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죠. 요즘은 거울을 보면서 원래 저를 찾아가는 연습 중이에요, 하하."
서우의 목표는 '다시 채우기'다. 몸 안에 있는 모든 기운을 쏟아낸 만큼 또 다른 연기를 펼칠 만한 경험과 소스를 다시 축적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이미 숱한 제작사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당분간은 한숨 돌리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두르고 싶지 않아요. 몇 작품을 거치며 조바심을 내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제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느낄 때쯤 다시 카메라 앞에 서려고요. 허점이 많은 배우인 만큼 준비 기간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이해해 주세요.(웃음)"
http://news.hankooki.com/Article ... d=2201&ver=v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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