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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김하늘 "스릴러도 잘한다는 말 듣고 싶어요"(인터뷰)
BLIND金荷娜 惊悚片都做得很好 ,很想听到的话
TV리포트 김범석 기자] 지킬 수(守), 자기 아(我). 자신을 지킨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민수아는 경찰대 재학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동생을 잃고 시력까지 잃게 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한 수아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 모범택시인줄 알고 탔던 연쇄살인마의 차에 오른 뒤 자신과 세상을 구하는 일생일대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데뷔 후 처음으로 핸디캡 연기에 도전한 김하늘(33)은 인터뷰에서 "촬영하며 이렇게 외롭고 처연한 기분이 든 건 처음이었다. 말 그대로 도전이었고 연기 이상의 값진 경험을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11일 개봉하는 '블라인드'(안상훈 감독, 문와쳐 제작)의 헤로인은 "만약 이 카페에서 수아를 만나게 된다면 와락 안아준 뒤 같이 펑펑 울 것 같다"고 했다.
◆ 경찰 진술신 12번 NG
-시사회 후 반응이 썩 괜찮다.
"부천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언론배급 시사회 보다 먼저 공개됐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에 감격했다. 청바지로 갈아입고 모자 눌러쓰고 영화를 봤는데 관객들이 체육관이 떠나가도록 박수를 보내주는 거다. 김하늘이 아닌 화면 속 수아를 위한 격려였다고 생각하니 더 설레이고 기분 좋았다."
-같은 날 개봉하는 '최종병기 활'도 분위기가 좋다.
"의식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지만(웃음) 서로 장르가 다르고 타깃 관객층이 다소 엇갈리지 않을까 싶다. 한국 영화니까 둘다 잘 됐으면 좋겠다."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비주얼을 구현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국내 최초의 시도였을 거다. 수아가 앞을 보진 못하지만 느낌만으로 사물과 사람을 인지하는 장면이라 무척 신선했다. 감독님이 되게 독창적이고 아이디어가 좋으신 것 같다고 느낀 장면이었다."
-가장 힘들게 찍은 장면은.
"범인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던 희망유아원 밤 장면이었다. 앞이 안 보이는 설정이라 상대 배우의 움직임에 리액션을 하면 안 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할 때마다 속상했고 안타까웠다. 그래도 감독님이 시간 순서대로 찍어주신 덕분에 뒷부분으로 갈수록 몰입이 됐고, 노하우도 붙어서 수월했다."
-겉으로는 살인마와 싸우지만 죄책감이라는 또다른 자아와 싸우는 수아를 보며 연민이 느껴졌을 텐데.
"큰일을 당했을 때 흔히 눈앞이 캄캄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수아는 더군다나 경찰지망생이었다. 혹자는 영화 본 뒤 '왜 동생을 조수석에 태워 수갑을 채웠냐'며 타박하는데 그건 수아 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내가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후회하면서 살지 않나. 사고란 게 예고하고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
-가장 NG를 많이 낸 장면은 기억하나.
"당연히 기억한다. 조형사(조희봉)에게 범행 현장의 분위기를 진술하는 장면이었다. 각오는 했지만 눈으로 감정 연기를 할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절감했던 신이었다. 정적인 자세에서 그 절박했던 상황을 진술하는 거라 참 어렵더라. 대사톤과 말투, 호흡 때문에 정확히 12번 NG가 났다."
◆ 밥차 야식의 유혹
-촬영하면서 외로웠다고 자주 말하는데 외로움의 실체는 뭔가.
"수아가 처한 환경 때문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립감을 맛봤다. 죄책감과 장애에 대한 편견, 앞을 볼 수 없다는 막막함이 실체였다."
-밤 촬영이 많았을 텐데 에피소드는.
"밥차 아저씨의 요리 솜씨가 워낙 좋고 체력 소모가 많아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많은 야식을 먹은 것 같다.(웃음) 치즈스틱, 군만두, 떡볶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체중이 늘었다.(웃음)"
-유승호와는 어떻게 말을 텄나.
"제가 누나지만 처음엔 승호를 제가 직접 챙겨야 하나, 살짝 고민했다.(웃음) 처음엔 '승호군'으로 부르며 거리를 두다가 며칠 뒤 '승호야'라고 불렀더니 술술 풀리더라."
-촬영중인 '너는펫'에서도 연하남 장근석과 출연한다.
"MBC 드라마 '로망스'에서 만난 김재원씨 이후 강동원, 유승호에 이어 네 번째 연하남과 공연이다. '너는펫'에선 공주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근석이가 '여왕님,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떠받들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톡톡히 느끼고 있다.(웃음)"
-'6년째 연애중' '로드넘버원'에서 만난 윤계상도 최근 좋은 활약을 보였다.
"아쉽게 '풍산개' VIP 시사회에 못 갔는데도 계상씨가 선뜻 '블라인드' 시사회에 와주셔서 고마웠다. 배우는 기다려주면 언젠가 보답하는 존재인 것 같다. 계상씨도 요즘 그런 시기를 맞는 게 아닐까."
-내성적이고 낯가림 심한 김하늘이 외향적으로 변했다는 말이 많다.
"나이 드니까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예전엔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사람들을 만날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제는 좀 내 자신이 핸들링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다가가면 상대방이 좋아할까, 싫어할까 굉장히 따졌는데 대체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바뀐 이유 중 하나다. 요즘 또다른 김하늘을 만난 기분이다."
-김하늘 안에는 몇 명의 김하늘이 있나.
"그래도 제 안에 저는 하나인 것 같다.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이 좀 바뀌었다고 해서 김하늘이 여럿일 순 없지 않나."
김범석 기자 kbs@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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