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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증> 권상우 “심심한 멜로, 내가 먼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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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1.09.02 10:22조회수 : 1339
[맥스무비=권구현 기자] 권상우와 인터뷰를 위해 삼청동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입구부터 약간 소란스러운 커피숍, 이유인즉슨 앞 선 인터뷰에서 사진을 찍던 기자가 의자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어 실려갔단다. 권상우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병문안이라도 가야겠다.”고 기자의 안부를 걱정했다. 알고보면 권상우는 잘생긴 옆집 형 같은, 누구보다 대중에게 가까운 인간적인 배우였다.
권상우는 소위 말하는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주한 순간 ‘예쁘게 생겼다’라는 생각과 함께 호감부터 일어난다. 딱 한마디로 규정짓거나 기준에 얽매이기 힘든 외모다.
성격도 그랬다. 일반적인 바른말, 예쁜말을 하기 보다는 정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가끔 폭탄 발언으로 잡음이 생길 때도 있지만 결국 그와 나누는 대화는 더 친근하고 진솔하다. 권상우의 이러한 모습은 연기에 대한 올곧은 주관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왈가왈부 거칠 것 없이 자신이 가는 길을 오롯하게 걷는다. 한류의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연기 욕심은 신인보다 왕성하다.
곽경택 감독과 함께한 <통증>도 그러한 욕심의 한 일면이다. 눈에 힘을 풀고 내면연기에 힘썼다. 그간 장르의 제한 없이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던 권상우인 만큼 그가 보여줄 <통증>의 ‘남순’도 남다른 기대를 모은다.
내가 원하는 액션, 아직이다
촬영 중에 입은 부상으로 아직까지 고생이라고 들었어요.
발목인대 4군데가 파열됐어요. 일단 촬영은 마쳤는데 아직까지도 발목이 안 좋은 상태라서 병원에 계속 다니고 있어요.
멜로 영화라 처음엔 이 정도로 몸을 쓰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제가 찍었던 영화 중에 가장 강도가 강했던 작품이 <야수>인데, 그런 작품에 비하면 사실 <통증>은 편한 촬영이었어요. 맞기만 하면 되잖아요. 그래서 몸을 쓰는 부분에 대해서 걱정은 안 했던 거 같아요. 전 아직 제가 생각하는 기준의 액션은 못 만나 본 것 같아요. 제가 <옹박>의 토니 쟈처럼 몸으로 기술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제가 해보고 싶은 액션영화는 지금까지 했던 작품보다는 더 강해야 해요. <통증>은 제게 있어서 감정 연기로 다가가는 영화지 몸을 사용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래도 이번에 맞는 연기 하나는 제대로 했겠네요.
그렇죠. 기술적인 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대역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열심히 맞았죠.(웃음)
유독 스크린에서는 육체적으로 힘든 작품을 하고 있는데요.
제목이 <통증>이라 주인공이 맞는 것에 대한 포커스가 많이 맞춰져 있는데 오히려 배우의 감정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육체적인 통증보다는 감정적인 통증이 크게 와 닿을 거예요. 사실 ‘통증’이라고 하면 어두운 면이 있는데 굉장히 유쾌한 영화에요. 웃음 포인트도 정확하고. 그러나 극장을 나올 땐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죠. 원래 재미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라 심심한 멜로였으면 전 안 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정통 멜로인 <시월애> <선물>과 같은 장르는 아니에요. 눈물은 흐르겠지만 작품이 어둡지는 않아요.
곽경택 감독, 꼭 만나고 싶었다
곽경택 감독이 남자를 잘 그린다는 평가를 받는지라 촬영 전부터 기대가 컸죠?
당연하죠. 제일 작품을 같이 하고 싶었던 감독님이었죠. 그래서 굉장히 영광이고요. 감독님도 저를 많이 믿어 주셨고, 제가 감독님에 대한 신뢰감도 워낙 컸고요. 여러모로 좋았어요. 솔직히 기회만 된다면 감독님의 원래 색깔이 들어있는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소위 말하는 남자 영화요.
감독님이 생각한 ‘남순’과 본인이 생각한 ‘남순’은 많이 다르던가요?
감독님께서 “잘 잡은 거 같다.”고 “내가 생각했던 남순과 거의 같다.”고 말씀하셔서 무리없이 촬영했어요. 덕분에 감독님의 특별한 주문 같은 건 없었고요. 약간 어눌하고, 말도 더듬는, 애기같고 순박한 남순이라는 게 공통적으로 생각이 같았어요. 지시하신 게 있다면 감독님이 “머리를 짧게 깎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수긍하고 머리를 깎았고, 그렇게 머리를 깎고 나니 그 캐릭터에 순응하게 되더라고요.
강풀 작가의 원안인데 혹시 작품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쳤을까요?
제 자체가 워낙 만화를 잘 몰라서 작가님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를 못했어요. 그리고 시나리오만 봤을 때 워낙 매력있는 작품이었고요. 물론 작가님이 마니아층이 확고하신 편이라 홍보도 되고 고맙죠.
정려원 씨와는 첫 연기 호흡이었는데 어땠나요?
려원 씨가 영화를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가장 정려원다운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콤플렉스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편인데, 려원 씨도 영화에서 흥행이 잘 안 됐던 것에 콤플렉스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 충분히 의욕을 가지고 임했기 때문에 그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정려원 씨를 좋게 평가할 거에요.
촬영현장 공개 땐 두 사람이 나름 어색한 면이 보이던데요.
제가 남자다 보니까 남자배우랑 촬영할 때 가장 편해요. 아무래도 여자 배우는 동성이 아니니까 불편하죠.(웃음) 남자일 땐 허물없이 대해도 되는데 여자일 땐 그렇게 안 되잖아요. 그래도 려원 씨는 자신을 버리고 남을 많이 배려 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요. 둘이서 작품으로 만난 건 처음이지만 서로 알고 지낸 건 오래 됐거든요. 옛날에 려원 씨가 리포트하러 온 적도 있었고요. 안면이 있는 터라 불편할 건 없었어요.
배우의 통증? 흥행성적
사람은 누구나 통증을 겪잖아요. 일종의 성장통이랄 게 있을까요?
학교 다닐 땐 동성끼리의 관계랄까요? 수컷들의 자존심 다툼이요. 싸움도 했고요. 20대 들어와서는 당연히 사랑에 대한 아픔이 있었고요. 지금은 제가 아무래도 배우를 하니까 작품의 성패에 따라 통증이 있어요.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사실 없는 거잖아요. 결국 관객 수와 시청률이 그 결과를 나타내는데, 그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는 굉장한 통증이죠. 한 작품이 잘 됐더라도 그 다음 작품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 온갖 질타와 안 좋은 기사를 맞게 되니까 그게 통증이에요. 그래서 매 작품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매 작품이 결과가 좋을 수는 없으니 그게 참 힘들 때가 있죠.
흥행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타입인가요.
제가 생각할 땐 “전 흥행에 연연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남들이 비웃어도 관객이 많이 들은 영화는 대중의 심리를 파고 든 장점이 있는 거고요. 마니아층이 있는데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건 ‘무언가 대중적이지 못하다’라는 뜻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요소들을 잘 파악하고 연기하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흥행 지적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거예요. 대신 더 이를 갈죠. ‘다음 작품 때 두고 봐라’라는 다짐이요.(웃음)
<통증>에 들어가면서도 이를 가셨나요?
<포화속으로>가 어느 정도 흥행을 했지만 포커스가 한 명에게 집중된 영화는 아니었잖아요. 그에 비해 이번 영화는 어쩌면 권상우가 돋보일 수 있는 영화예요. 그 전에 소규모이긴 했지만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작품적으로 만족했고, 손해를 본 영화는 아니었지만 흥행부분에서는 사람들에게 안 된 영화로 취급받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 이번에 꼭 잘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연기적으로도 인정받고 싶고 작품 완성도로도 인정받고 싶고요.
<통증>을 통해서 어떤 권상우를 보여주고 싶나요?
우선 “권상우 잘했다.”는 이야기를 제일 듣고 싶고, “권상우는 역시 액션, 멜로, 코미디 다 유연하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구나, 다음 영화도 기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게 최고의 칭찬인 것 같아요. “연기 잘한다.”는 말 보다 “권상우는 기대된다.”는 이야기요.
흥행 보장 시나리오와 영화제 수상이 유력한 시나리오가 동시에 들어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사실 한국에서 천만 넘긴 영화가 몇 작품 있는데 그 작품들 중 배우가 보이는 영화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전 그런 영화보다 꾸준히 300만 정도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배우가 돋보이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작품을 오래 쉬는 것, 배우의 업무태만
이제 <통증>이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는데 남순에 대한 후유증은 어떤가요?
제가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사람인지는 몰라도 작품이 끝나면 바로 잊어버려요. 다음 작품을 먼저 생각하고요. 그게 바로 상업배우의 본분 같고요. 전작의 캐릭터에 헤어나오지 못해서 다음 작품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건 미련한 일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간의 간극이 큰 편이잖아요?
그래도 이번 년도 들어서는 안 쉬고 하는 것 같아요. 내년 4월까지 본다면 <대물> <통증> <리핏 사랑해> <용형호제> 등 6편을 연달아 가고 있어요.
바쁘게 작품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서른살을 제대로 넘어오니까 시간이 굉장히 짧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사실 다른 사람과 달리 군대를 제대하고 데뷔해서 그런지 몰라도 어려서부터 ‘시간이 덧없이 빠르게 지난다’고 느끼고 살았거든요. 그래서 신인 때도 열심히 살았던 거 같고요. 좋은 작품도 많이 남기고 싶은 욕심도 강한데 그건 제 뜻대로 되지는 않잖아요.(웃음) 얼굴에 주름살이 하나하나 늘어갈수록 조급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아들도 클 텐데 나중에 아빠가 출연했던 영화를 볼 거잖아요. 좋은 영화 보여주고 싶은 게 아빠 마음이고요. 배우가 작품 사이에 너무 많이 쉬는 것은 업무태만이고 비겁한 행위인 것 같아요. 솔직히 자기가 확신을 가지고 작품을 했다가 안 될 수도 있는 건데, 물론 기분은 안 좋겠지만 두려움은 없어요.
해외 스케줄도 연달아 있잖아요?
4월 달까지 계속 스케줄이 잡혀있죠. 한국에서 하는 작품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거 같아요. 일단 중화권에서 장백지 씨와 촬영한 <리핏 사랑해>가 11월 달에 개봉하고요. <용형호제>는 제가 홍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촬영 자체도 비밀리에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고요. 이번 달 말에 가서 12월까지 촬영할 것 같고요. 1, 2월에 해외에서 영화 한 편, 3, 4월엔 중국에서 드라마가 계획되어있고요.
보기보다 욕심이 과한 편이였네요?
원래 장르를 안 가리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어했고, 그래왔기 때문에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느 장르에도 어울리는 배우요.
한류 붐 속에서 국내보다 해외에 주력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까요?
사실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욕심나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고, 한국 보다 답답한 건 있겠지만 새로운 시장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설렘도 있고요. 새롭다는 건 재미있고, 사람을 에너지 넘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사진 :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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