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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아직도 이어지는 ‘브레인’ 후유증…”(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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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데이 | 기사전송 2012/02/06 21:14
[경제투데이 조혜련 기자] 생각마저 투영할 것 같은 하얀 피부, 컬러렌즈를 의심케 하는 신비로운 빛을 머금은 눈을 가진 그는 이른 시간 햇빛을 모두 모은 듯 밝은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쾌활함까지 지녔다.
차가운 의학드라마 속 냉혹한 남자의사들 가운데 가장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 하얀 의사가운을 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월, 화요일 밤 10시부터 의국을 뛰고, 뛰고 또 뛰어 다니던 레지던트 3년차 윤지혜에서 4개월 만에 배우 최정원으로 돌아온 그와 만났다.
▶ 이 원수 같은 ‘암 표준 진료 지침’
첫 촬영이 있었던 지난해 10월부터 의사 윤지혜로 살아온 최정원은 아직까지도 종영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매일 아침이 되면 촬영장으로 출발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을 뜨면 오늘 하루를 뭘 하며 보내야 할지부터 고민하기 시작한단다.
“윤지혜의 삶이 아직도 몸에 배어있는 기분예요. 어서 촬영장가서 가운 입고 이강훈 선생님, 김상철 선생님을 만나야 할 것 같은데 지혜를 보내려니 아쉽기만 하죠. 윤지혜가 아닌 나로 돌아오려니 잊고 지냈던 ‘최정원의 삶’이 낯설게 느껴지네요.”
마지막 촬영과 종방연, 마지막 회 방송까지 마치고 설 연휴를 보내는 동안도 지혜를 보낼 수 없던 그는 드라마 게시판에 직접 시청자를 향한 고마움을 표현해 ‘이런 배우는 처음이었다’며 ‘개념배우’로 불리기도 했다. 시청자 전상서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려 했던 작품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그런 허전함을 달래준건 종영 후에도 식지 않는 주변의 반응과 팬들의 센스 있는 게시물 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브요일( ‘브레인’이 방송되는 월, 화요일을 칭하는 말로 ‘뇌요일’이라고도 함)이 사라졌으니 이젠 무슨 낙으로 살지?’ 라고 고민하는 걸 들으니 기분 좋았어요. 혹시 ‘뇌를 품은 달’이나 ‘하이킥, 뇌의 역습’ 보셨나요? 설 연휴동안 팬들이 만들어 준 패러디 물을 보면서 허전함을 달랬어요. 우리 드라마에 보내준 뜨거운 반응에 촬영 당시에도, 끝난 후에도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주연 배우 전면 교체로 캐스팅 당시 최정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할 그에게 가장 힘이 된 것은 오로지 대본. 수술법이나 자신의 입을 통해 전해져야 할 여러 전문 대사들은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평소 생활에서도 대본을 읊고 또 읊었다.
“공부 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오로지 대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최대한 NG를 내지 않기 위해 밥을 먹다가도,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다가도 중얼중얼 외웠죠. 배우들 마다 각자 어려운 대사가 있었다는데 내겐 ‘암 표준 진료지침’이 가장 어려웠어요. 발음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유독 NG를 유발했죠. 마치 나와 인연이 아닌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 풍선껌 키스, 절대 잊을 수 없지
현실성 있는 뇌 관련 이야기로 시청자를 매료시킨 ‘브레인’. 하지만 정작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이강훈(신하균 분)과 윤지혜의 러브라인에 불을 지핀 풍선껌 키스 였다. 풍선껌이 입술에 묻은 지혜에게 까칠하게 고백한 후 박력 있게 키스하는 강훈의 모습에 ‘아이리스’ 사탕키스, ‘시크릿가든’ 거품키스에 이은 화제의 키스신으로 꼽혔다.
“내게도 기억에 남는 장면예요. 강훈을 향한 지혜의 감정이 최고조였잖아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꾸만 시선이 가고 마음이 커져가니 그런 자신에 대해 짜증이 나고 답답해하는 장면이었어요. 대본상에는 눈물 흘리는 모습은 없었지만 지혜에게 너무 몰입 된 나머지 눈물이 났죠.”
화제의 두 키스신과는 조금 달랐던 풍선껌 키스는 사실 촬영준비부터 고생의 연속이었다. 연결 장면 촬영을 위해 최정원은 몇날며칠을 몇 번이고 입 주변에 풍선껌을 붙이고 떼기를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껌을 씹을 줄 안다면 어린아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풍선껌 불기.
“풍선껌으로 풍선을 동그랗고 크게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시죠? 추운날씨라 아무리 열심히 껌을 씹고, 촬영 전에 뜨거운 물로 입을 녹여도 풍선이 크게 부풀지 않더라고요. CG처리를 해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라니까요. 장장 4시간에 걸쳐 풍선껌을 씹었더니 턱도 아프고 혹시 얼굴이 네모 되진 않을까 걱정도 됐죠. 어휴, 당분간 풍선껌은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아요. (웃음)”
드라마에 출연하는 동안 사실 최정원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냉정하고 까칠하지만 심장마저 ‘하균하균’ 뛰게 하는 이강훈(신하균 분)과 모든 것을 다 갖춘 것도 모자라 내 여자에게는 세상 가장 따뜻한 서준석(조동혁 분)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니 말이다. 두 명의 오빠들과 홍일점으로 극을 이끌었던 최정원에게 선택권을 넘김과 동시에 연하남과 연기에 대한 욕심도 얹어 물었다.
“이강훈은 아픔과 상처가 많아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외롭고 안쓰러운 사람이더라고요. 난 나쁜 남자는 싫지만 상대의 아픔을 보면 사랑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의 나는 사람사이의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느낌이 좋아서 호감이 생겼다면 나이는 상관없는 것 아닐까요? 연하남과의 연기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 다음 도전은 ‘골 때리는 여자’
이번 작품을 통해 대세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 최정원. 드라마 ‘별을 따다줘’, ‘소문난 칠공주’ 등에서 보여주던 당당하고 통통 튀는 상큼한 매력의 그가 해낸 섬세한 연기와 절제된 심리묘사, 완벽 몰입의 전문직 변신에 다음 행보 또한 관심이 집중된다.
“윤지혜는 워낙 인간적이고 솔직한 캐릭터였잖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특이하고 개성 있는,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인물이 돼 보고 싶어요. 한 마디로 ‘골 때리는 캐릭터’요. ‘소문난 칠공주’ 미칠이와는 또 다른 독특한 인물이면 좋겠어요. 사상이 특이한 캐릭터여도 재미있겠죠?”
인터뷰 스케줄까지 마무리 되면 온전히 윤지혜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던 그는 결국 두 눈 가득 눈물을 그렁이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지혜야, 까칠하고 아픔도 많은 이강훈을 지지하고 보듬어 주랴, 의국 열심히 뛰어다니랴 너무나 고생했어.”
자립심이 강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지닌 윤지혜는 사실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발랄하고 청량한 최정원에게 감춰져 있던 또 하나의 모습이었다.
조혜련 기자 kuming@ |사진 / 김유근 기자 kim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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