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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의 눈] 표정 연기까지 대역이…'각시탈' 귀찮았나?
[스포츠서울닷컴 | 김은정 인턴기자] '수목드라마 대전'의 첫날, KBS2 월화드라마 '각시탈(극본 유현미, 연출 윤성식)'은 같은 시간대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탓일까.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1일 방송된 '각시탈'에서는 드디어 '조선의 영웅' 각시탈의 정체가 공개됐다. 조선경찰서 형사 이강토(주원 분)는 각시탈과 한패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각시탈을 잡으려 고군분투했다. 목단(진세연 분)을 인질로 삼아 그를 유인한 이강토는 눈앞에서 또다시 각시탈을 놓쳤고 분노하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각시탈의 가면 뒤에는 독립운동을 하다 바보가 된 이강토의 형 이강산(신현준 분)의 얼굴이 숨어있었다.
극적인 전개와 빠른 호흡 속에서 몰입을 방해한 것은 섬세하지 못한 연출력이었다.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정의를 실천하는 만큼 액션신이 많아 대역 사용이 불가피했겠지만 클로즈업 장면에서까지 대역 연기자의 얼굴이 수시로 등장하는 엉성한 연출로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한 시청자는 "각시탈이 여러 명인가요? 각시탈의 얼굴이 자꾸 바뀌어 헷갈립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시청자도 "탈 바꿔쓰고 촬영하는 게 귀찮았던 거냐. 클로즈업된 화면에서 각시탈 쓴 얼굴이 계속 달라지니까 집중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한국식 영웅'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발굴해 놓고 '영웅의 법칙'을 그대로 적용한 부분도 아쉬웠다. 아무리 총을 쏴도 절대 맞지 않는 할리우드 영웅의 공식은 '조선의 영웅'에게도 통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주원이 쏴대는 총에도 맨몸으로 말을 탄 각시탈은 유유히 멀어져만 갔다. 시청자들은 "어떻게 빗맞지도 않느냐", "한국식 영웅도 총은 피해가는구나" 등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배우들의 호연이 시청자들을 붙들었다. 온몸에 피를 흘릴 정도로 고문을 받은 주원의 독기어린 눈빛은 살아있었고 비열한 미소, 분노의 포효까지 어느 하나 흠 잡을 데 없었다. 신현준의 내공이 실린 바보 연기 또한 재치가 넘쳤다. "그 여자 엉덩이 커? 가슴도 커?", "많이 커? 얼마만큼 커?" 등 애드리브를 쉴 새 없이 날리며 실감 나는 바보 연기를 펼친 신현준은 각시탈 가면을 벗는 장면에서는 깊이 있는 표정 연기로 슬픈 운명을 예감하게 했다.
'각시탈'은 허영만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탄탄한 줄거리와 빠른 전개를 무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수목드라마 대전'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배자도 없다. 앞서 방송된 MBC '더킹 투하츠'도 1위로 화려한 출발을 했지만 끝내 그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배우들의 연기력, 뛰어난 원작과 제작비 100억 원이라는 규모로 첫 회부터 SBS '유령'과 MBC '아이두 아이두'의 기를 죽여놓고 세심한 부분을 놓쳐 시청자를 돌아서게 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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