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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4 03:12:29
그의 눈물...
그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
죽을만큼 얻어맞아 그저 휘청거릴 수밖에 없던 그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
멍한 눈으로 그의 아픔을, 상처를 쳐다보지 않던 그녀를 보면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
하필이면 그 형사의 동생이 그녀임을 알았을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
그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
그녀는 그를 보지 못합니다.
처음 만난 그 때도...
그녀는 용기와 배포로 그를 구해준 자신에게 의기양양했을 뿐...
그런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를 보지 못합니다.
꿈처럼 다시 만난 병원 응급실에서도
그녀는 그의 상처만을 보고, 상처를 알아볼 뿐 반가움에 웃고 있는 그를 보지 못합니다.
그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그녀에게 다가왔을 때에도
그녀는 자신의 슬픔에 겨워 그를 보지 못합니다.
그가 그녀 곁에 있을 때조차
그녀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느라 그녀를 천사라 부르는 그를 보지 못합니다.
그래도 그는 웃었습니다.
*
아름답지만 곧 사라져버릴 거품과 함께 그녀 또한 사라질 듯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처음 그 때도 그녀는 아름답게 다가왔지만 사라져버렸고...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살기 위해 달아날 수밖에 없었고...
그녀 곁에서 살 수밖에 없는 지금...
그녀는 더욱 다가설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그녀 뒤에서 웃었습니다.
*
자신이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임을 너무나 잘 압니다.
아무리 잘 겨누어봤자 내 인생...
그녀가 싫어하는 깡패에다...
하필이면 그녀 오빠를 죽게 한 조직에 몸을 담은 왕재수에다...
의사인 그녀 앞에서 가짜 의사나 해야하는 팔자에다...
그녀가 원하는 선물조차 제대로 해줄 수 없는....
노려보고 겨눠봐야 18 소리만 절로 나오는 팔자이지만...
닭튀김 좋아하냐는 검사영감 말에는 그저 비실비실 웃음이 비어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둘 다 그녀랑은 안되니 그게 고소했는지도 모릅니다.
(동지...ㅎㅎ )
*
그런데 이제...
점점 욕심이 생기나 봅니다.
.
다가갈 수 없어도...
다가갈 수 없는 게 어쩔 수없는 팔자라해도...
그저 곁에서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녀가 그를 구해주던 학교 뒷산에서...
괜시리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던 학교 도서관에서...
술 취한 그녀 곁에 잠깐 몸을 뉘어 보았던 엄마방에서...
함께 신나게 청소를 하던 병원에서...
함께 빨래를 하던 집에서...
조금씩 마음이 커져갔나 봅니다.
그녀가 사준 선물이 떡하니 자리잡은 손목을 볼 때마다
마치 그녀가 손목 위에 내려앉아 있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커져갔나 봅니다.
*
이제 그녀가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서럽고...
그녀를 위한다는 것이 기껏해야 그녀가 가장 경멸하는 깡패 노릇밖에 되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하고...
그런 그녀와 함께 하길 바란 오랜 자신의 소망은 그저 허망하게 사라지는 거품같을 수도 있음을...
그가 알았나 봅니다.
너무나 아름다워 이루어질 수 없고...
이루어질 수 없어서 눈물이 나도록 슬픈 꿈....
그가 그녀를 향해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달고나만큼이나 달콤하지만 쉬 녹아버려 슬픈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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