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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Week (2006-11-1~11-7)专訪
<사랑따윈 필요없어> 문근영 & 김주혁-그들의 매혹적인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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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개의 거짓말로 여동생이라 불러야 하는 여자를 유혹하는 남자 그리고 그의 위험한 거짓말에 진심으로 빠져든 여자가 있다. 김주혁과 문근영, “사랑 따윈 필요 없다”고 싸늘하게 말하지만, 두 배우가 연기하는 눈망울은 긍정보다 강렬한 부정의 빛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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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힘이 되어 보듬어 주고 싶은 여자와 늘 섬세한 배려로 자신의 여자를 지켜줄 것만 같은 남자가 만났다. 15살의 나이차가 나는 이 색다른 커플의 공통점은 그러한 이미지를 데뷔 이래로 꽤 오랫동안 유지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드라마 마니아 팬들 사이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한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이 두 배우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조금은 색다르게 전복하는 작품이다. 반듯하거나 착한 ‘훈남’의 이미지에 고착된 김주혁은 호스트바의 섹시하고 차가운 매력남으로 거듭나고, ‘국민 여동생’이라는 별명으로 더없이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이미지를 구축한 문근영은 무표정하게 “사랑 따윈 필요 없다”고 말하는 차가운 심장의 여인으로 등장한다. 데뷔 이래 조금씩 진보 전진하는 캐릭터의 매력을 선보인 김주혁은 이번 영화로 그간 보여준 이미지의 색상보다 조금 더 개성 짙은 색상을 덧칠했다. “아직 보여준 매력보다 보여주어야 할 매력이 많은 까닭에 그간 비에 젖어들 듯이 변화를 추구해 왔다”고 하는 김주혁.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그의 변신은 무척이나 진중하고 특별하다. 한편, 문근영에게 이번 작품은 스무 살 성인이 되고 난 후 처음으로 선택해 관객 앞에 선보이는 작품이기에 남다르다. 이 진득한 매력의 두 배우가 풀어내는 캐릭터와 이미지 변신의 묘미는 아직 공개 전이다. 영화 보는 후회 따윈 필요 없을 만큼 두 배우의 새로운 호흡과 색다른 연기 앙상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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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아직 아는 것이 없어서 백지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하지만, 문근영은 자신만의 강렬한 색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어린 은서 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 <연애소설> <장화, 홍련>을 거쳐 주목받는 아역배우로 성장한 그녀는 <어린신부>의 고등학생 새댁 역으로 ‘국민 여동생’이 됐다. 밝고 낙천적이고 품행 단정하며 심지어 영민하기도 한 문근영의 별명은 그녀에게 달콤한 인기와 씁쓸한 유명세 그리고 별명 자체가 한계일 수밖에 없는 이미지의 무게로 짓눌렀다. “솔직히 이름 앞의 별명이 예전에는 짐이었는데 지금은 감사할 따름이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그만큼 존재감이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나도 변할 테고 변한 나는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이미지의 연기도 하게 될 겁니다. 그 별명이 새롭고 멋진 별명이 되도록 멋있게 나이 들어서, 멋있게 늙었으면 좋겠어요.” 국민 여동생이 스무 살이 되어서 대학생이 되었다. 스무 살의 문근영이 연기한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류민은 너무나 외로워서 죽는 것에도 사는 것에도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냉소적인 여인. 그동안 문근영이 연기한 마냥 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비교하면 차별점에 서 있는 역할이다. 분명 성인 이미지로의 터닝 포인트에 있을 만한 이 작품을 두고 문근영은 자신에 대해 꽤나 솔직하고 냉혹한 평가를 내린다. “편집본을 보니 생각보다 문근영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참 강하더라고요. 극중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센 이미지 때문에 기존의 모습을 확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뒤바꿀 만큼 확실하지는 않았어요.” 아직 공개되진 않았으나 문근영의 연기에 대한 관계자들의 찬사를 앞에 두고 그녀는 큰 눈을 깜빡이며 두려움 없이 말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지금 그녀의 고백이 겸손함이 될지 솔직함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건 전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채울 것이 많아서 특정한 색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이미지를, 문근영은 지금도 조금씩 지우고 다른 것으로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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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의 필모그래피는 지속적으로 색을 덧붙여간다. 드라마 <카이스트>의 단정하고 반듯한 과학도로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 스크린 쪽으로 활동 영역을 옮겨 전혀 다른 장르를 넘나들긴 했지만 그는 자상하고 믿음직한 남자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왔다. 살인마의 표적이 되는 남편 역의 <세이 예스>는 조금 예외이긴 하겠지만, 전형적인 시대의 지식인 역할인 을 시작으로 <싱글즈>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광식이 동생 광태> <청연>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한결같이 사랑하는 여자 옆에서 묵묵히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치는 우리 시대의 흐뭇한 ‘훈남’이었다. “전략적으로 대단한 이미지 변신을 하는 배우도 있지만, 전 저를 봐주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 조금씩 조금씩 제가 변화하는 모습과 이미지에 관객들을 젖어들게 만들고 싶어요.” 그런 그가 작정하고 이미지 변화에 힘을 실었다. 그 변화의 도전작은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호스트 줄리앙. 늘 진심을 다하는 눈빛으로 든든히 옆을 지켜줄 것 같은 김주혁이 28억 7,000만원의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거짓 오빠 노릇에 나섰다. 마약같이 치명적이지만 그만큼 중독적인 매력남 줄리앙으로 변신하는 것은 배우로서도 더할 나위 없이 연기하는 재미를 안겨준 캐릭터이기도 했다.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은 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잖아요. 그 한계적 태생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하게 된 건, 캐릭터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죠.” 김주혁이 연기하는 줄리앙은 아마도 따뜻하고 달콤하지만 조금은 밋밋하던 그의 필모그래피에 강렬한 색을 덧입혀줄 캐릭터가 될 것이다. 더없이 달콤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차가워지는 남자, 줄리앙은 그가 진심을 다해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는 매혹의 가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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