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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기자의 in 드라마] ① 두 남자의 깊고 화려한 맛 '식객'
앞치마를 두른 남자들이 안방을 사로잡았다. 거친 손끝에서 나오는 여자보다 더 섬세한 손길을 타고 오색찬란한 요리들이 만들어지고 그 손끝에 마음을 담은 정갈한 음식들이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운암정이라는 한국 최고의 전통 음식점을 배경으로 한 두 남자의 요리 경합 '식객(극본 박후정, 연출 최종수 한철수)'은 서로 다른 색의 요리를 만들어가는 두 요리사, 성찬과 봉주의 이야기다.
'천재 요리사' 이성찬(김래원). 밝고 건강하며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난 천재 요리사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 천재성을 발휘하듯 성찬이 바로 그렇다. 실수도 많고 다소 덤벙대는 구석이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기지를 발휘하는 성찬의 감각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진짜 요리사다.
'노력하는 요리사' 오봉주(권오중). 노력하는 요리사다. 오봉주의 야욕은 항상 2등 자리에 머물러야 하는 2인자의 비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했지만 그 마음을 다 얻지 못해 늘 조마조마하며 불안한 위치에 있는 2인자다. 야욕이 사랑보다 앞서기 때문에 오봉주는 늘 괴롭다.
성찬의 등장은 자기의 것이라고 믿었던 기득권자의 자리를 뿌리채 흔들게 하고 "실력을 갖춘 자에게 운암정을 물려 주겠다"는 아버지 오숙수의 선포는 봉주를 위기의 벼랑으로 내몬다. 더구나 성찬이 대령숙수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봉주는 결국 성찬을 운암정에서 밀어내고 만다.
오로지 노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으나 언제나 봉주에게는 2%가 부족하다.봉주에게는 성찬이 타고난 감각과 재능이 부족하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 때 정성어린 마음이 부족하기도 하다. 그러나 질투심에 눈이 먼 봉주이고 보니 음식에 마음을 담아낼 여력이 없어 화사한 멋과 향이 그윽한 눈 앞에 보기 좋은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그치고 있다.
물론 봉주가 지향하는 다양한 맛과 한국 음식의 세계적인 고급한 맛도 훌륭하지만 정말 좋은 음식에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과 음식을 향한 경건한 진심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 가장 정직한 맛'은 가장 값싼 재료로도 최고의 맛을 내려는 마음이고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을 내려한 진심 어린 마음이라는 의지를 '식객'은 보여주고 있다.
<고승희 기자 / 조선닷컴 ET팀 scblog.chosun.com/dairuda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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