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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人天下
-빙옥여제(氷玉女帝) 한명인
강호 오대문파 중 하나인 명진회(明進會) 장문의 딸로 태어났지만 그녀의 인생은 신화파 강희수와는 전혀 달랐다. 허울뿐인 명망(名望)만을 남긴 채 문파의 세력은 그믐달처럼 기울었고, 모든 명예와 의무 따위 버린 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강호를 떠나 살려 했지만 이빨만 남은 육식동물 파파라치(跛跛羅齒)의 공격에 정인(情人)을 잃었다. 그 때부터였으리라, 그녀의 마음이 얼음처럼 차가워진 것은. 이후 세상에 복수하듯 이를 악물며 무공을 연마하고 명진회의 세력을 키워 강호에서 손꼽히는 고수가 되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다. 그래서 강호인들은 그녀를 빙옥여제(氷玉女帝)라 부른다. 아홉 개 손톱에 검기를 모아 상대의 목을 베어 정벌하는 구조조정(九爪徂征)과 칼끝을 타고 다니는 경공술(輕功術)인 인사이동(刃徙移動)을 구사하는 절세고수이자 차가운 머리로 정세를 파악하는 지략가인 그녀지만 현재의 남편과 초미일관(初美一貫) 은혜정이 오랜 시간 은밀히 정을 통한 것을 알고 분노하며 은혜정을 파멸로 몰아넣기 위해 태양진경을 획득하려 한다. 세상을 정복하는 방식으로 마음 속 외로움을 채우던 그녀이기에 자신의 소유물을 건드린다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초미일관(初美一貫) 은혜정
만약 아름다움만으로 따진다면 강호의 제일인(第一人)은 애리본좌가 아닌 그녀일 것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나 절세미인(絶世美人)이라는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미색(美色)의 소유자인 그녀는 노래와 춤, 연기를 보여주는 예인(藝人)이지만 무공에도 능하다. 그녀의 방에는 어릴 적부터 가죽에 싸움의 기록을 적어 기념한 투로피(鬪勞皮)가 가득이나 그녀에게도 뼈아픈 첫 패배의 기억이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사랑하는 이의 어머니 황보여사(皇甫女史)와의 비무(比武)에서. 예인 따위에겐 아들을 내줄 수 없다던 황보여사와 사랑을 건 승부를 벌였으나 지고 말았고, 때문에 정인(情人)이 명진회 장문의 사위가 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다시 한번 사랑을 걸고 싸울 일이 생기면 다시는 지지 않으리라 마음먹으며 무공을 닦았고 그 일념(一念) 하나로 이젠 그의 아내인 빙옥여제 한명인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초고수가 되었다. 예인답게 노리개의 일종인 아이오패(娥利烏佩)를 무기로 달빛처럼 찬란한 빛을 뿜으며 손을 뻗는 비기(秘技) 월두수타(月斗手打)를 펼치는 그녀에게 그 싸움의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일 대 일의 정정당당한 승부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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