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vieweek雜誌 360期<遺憾的城市>鄭俊鎬專訪
NO.360 2009.1.8~1.14
<유감스러운 도시> 정준호, “내 느낌대로 산다”
최근엔 7년 동안 해온 ‘사랑의 밥차’로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그래서 정준호는 자기 관리 철저한 목적 달성형 배우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목적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인간 정준호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말한다.
어제 크리스마스였는데 뭐 했나?
술자리가 세 군데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촬영을 위해 평소 주량의 3분의 1 정도만 마셨다.
워낙 발이 넓어서 참석해야 할 연말 모임만 해도 꽤 많겠다.
아휴, 12월 중순 넘어가면서부터 매일 술자리다. 하루에 두 군데는 기본이다. 연말에 사람들 많이 만나서 좋긴 한데 광고 촬영에 영화 홍보까지 겹치니 정신이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촬영했다. ]
김동원 감독, 정웅인 정운택 김상중 등 ‘투사부 패밀리’와 3년 만에 다시 만나 만든 <유감스러운 도시>의 시작이 궁금하다.
김동원 감독과 나의 아이디어였다. “왜 굳이 지금 <투사부일체> 멤버들이 다시 모여서 영화를 만들었냐”고 물으면 바로 지금이 한국 코미디 영화가 살아나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힘들수록 사람들은 웃음을 찾지 않나.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서 침체에 빠진 한국 영화계를 다시 살려보자는 아주 거국적인 의미로 시작한 거다.(웃음) 코미디의 흐름을 제대로 짚을 줄 아는 감독과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환상적인 팀緇㈇?믿었다.
<두사부일체>의 새로운 시리즈로 오해하는 관객들도 꽤 많을 듯하다.
일단 이 영화는 <두사부일체> 시리즈와는 무관하다. 2편 <투사부일체>의 배우와 감독이 만들었지만 전혀 다른 작품이다.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그곳에 잠입한 경찰에 대한 내용으로, 엄밀히 따지면 경찰 영화다. 그리고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탄탄한 드라마와 화려한 액션, 세련된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렇다고 누아르로만 끌고 가면 무거우니까 중간중간 재미 요소를 넣었다. 결국 이 영화가 주는 것은 웃음이니까.
현장 분위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좋았겠다.
물론이다. 처음부터 설 개봉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달 안에 모든 촬영을 끝내야 했다. 그래서 계약할 때 배우들한테 이 영화 촬영하는 두 달 동안 그 어떤 스케줄도 잡지 말라고 반 강제적으로 말했는데 고맙게도 다들 따라줬다. 1주일에 닷새, 엿새를 촬영하는 강행군이었는데 다들 군에 갓 입대한 훈련병의 자세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코미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장 분위기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어도 배우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걸 살려내기 힘든 거다. 우리는 현장에서 늘 다른 배우의 연기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주고 촬영하면서 상대 배우가 더 웃기면 그걸 받쳐주곤 했다. 다들 자신이 욕심낸다고 영화가 더 재밌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거다. 그러니 항상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지. 내가 배우를 그만두지 않는 한 이 멤버들과의 작업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다.
인천과 제주도에서 촬영할 때 촬영 허가도 직접 앞장서서 받았다고 들었다.
인천시장 직접 만나서 부탁하고 잘 알고 지내는 국회의원 ‘형들’한테 “제가 이런 영화를 찍으려는데 걸림돌이 많습니다. 요즘 한국 영화도 어려운데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고, 스태프들이 하는 것보다 내가 이렇게 직접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 다 뛰어다니면서 했다.
작품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건 뭔가?
‘내가 이 작품을 해서 즐겁고 행복한가’이다. 괴로우면 할 필요가 없다. 내 인생에서 영화 한 편 촬영하는 기간은 고등학교 때의 한 달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이 들면 고등학교 때 어느 한 달이 생각나나? 기억 못한다.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할 것도 아닌데 그 순간에 행복하면 된 거다. 무슨 영화제를 목표로 하는 작품성 높은 영화라 하더라도 연기하면서 내가 괴롭고 힘들면 싫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작품에 정말 최선을 다하면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내가 행복하고, 그 모습을 보는 관객들이 즐거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고 난 그걸로 만족한다.
배우뿐 아니라 영화 제작자, 사업가, 자선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바쁘게 또 열심히 산다. 보통 부지런하지 않고선 이 모든 업무를 소화하기 쉽지 않겠다.
난 늘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새벽 4시에 자도 7시면 절로 눈을 뜬다. 자명종이 필요 없다. 그만큼 긴장하고 산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24시간을 30시간처럼 쓰려고 노력하는 거고. 사람들은 나보고 어떻게 그렇게 바쁘게 사냐고 묻는데 이렇게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살기 때문에 할 거 다하고도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연애도 할 수 있는 거고.(웃음) 그리고 ‘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도 있기에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 충청남도 예산에서 태어났는데 집이 꽤 부유했지만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당시엔 나 자신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온갖 고생 다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기 때문에 두려움도 없고 어떤 새로운 일을 하게 돼도 자신이 있다.
이렇게 부지런히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솔직히 어떤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나중에 엄청난 재벌이 되겠다든지 정치인이 되겠다든지 하는 생각은 하나도 없다. 살다가 하고 싶어지면 그때 가서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꼭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활동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그냥 내가 좋아서 이 일들을 하고 있는 거다. 다만 나중에 배우나 사업가 정준호가 아닌 인간 정준호로서 인정받는 게 인생의 목표라면 목표다. 내 자식에게 존경받는 아빠, 내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 한 남자가 되고 싶다.
2008년은 정준호에게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그러게. 그런 의미에서 2008년은 내가 꼭 기억해야 하는 해인 것 같다. 일단 결혼을 하려다 못한 게 가장 아쉽다. 이번 일로 결혼은 급하게 서두르면 안 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결혼 준비를 해야지, 결혼이란 틀에 맞춰 상대방을 만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진실 씨가 세상을 떠나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배우로서의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버리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배우로서의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고…. 최고의 스타였던 동료 연예인이 한 줌의 재로 변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정말 잊을 수 없겠다. 故 최진실 때문에도 그렇지만 ‘정준호의 재발견’이라는 호평도 들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을 만나서 너무나 행복했고 또 너무나 슬펐다. 작품 자체도 재미있고 송재빈을 통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많이 노력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 배우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고. 얼마 전 일본에 갔더니 사람들이 나보고 “송재빈, 송재빈”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 드라마가 이렇게 성공하고 내가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최진실 씨의 공이다. 그래서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이 너무나 큰 충격과 아픔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사랑의 밥차’로 받은 국무총리 표창이 많은 위안이 됐겠다.
솔직히 그건 내가 받을 상이 아니다. ‘사랑의 밥차’ 명예 회장으로 있어서 내가 받긴 했지만 밥하고 국 끓이면서 같이 봉사해 주는 분들이 받아야 한다. 그래도 7년간 이 ‘사랑의 밥차’를 이끌어 왔다는 데는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연예인들은 이런 봉사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을 때 돈과 인기를 싸들고 갈 것도 아니지 않나.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면 마땅히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인으로서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도 많았지만 배우가 되어서 내가 타고난 것에 비하면 정말 과한 사랑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받은 만큼 베풀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2009년의 개인적인 소망은?
늘 하는 이야기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랑 연기 활동이 잘 풀렸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별 탈 없이 평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또 내 행복이니까. 또 ‘사랑의 밥차’ 시작한 지 7년째인데 차 한 대를 더 늘릴 생각이다. 이 ‘사랑의 밥차’가 더 많은 분들께 따뜻한 밥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참, 2009년이 소띠 해더라. 소는 말없이 일만 하지 않나. 우리 모두 소처럼 말은 적게 하고 귀로 듣고 열심히 일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서 풀지 못한 숙제인 결혼도 꼭 해야지.
결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음… 결혼은 정말 어려운 거 같다. 결혼식장에 온 하객들 중에 3분의 2는 결혼한 사람들인데, 결혼하는 부부가 결혼 서약할 때 그 사람들 표정을 보면 참 묘하다. “지금이나 좋지. 좀만 살아봐라. 이제 전쟁 시작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웃음) 근데 그게 맞을 수도 있지. 결혼은 참 행복하면서도 때로는 괴롭고 처절한 인생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더 신중해야 하는 거고,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는 거고. “이 여자 예쁜데” 싶어서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생각한 거랑 완전 딴 판인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겠나. 그리고 여자 입장에서는 “결혼하기 전에는 잘해주더니 결혼하고 나니 변했네” 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아는 게 중요하다. 결혼한 후에는 한결같이 사랑하고 서로에게 헌신해야겠지.
내년에는 꼭 결혼하길 바란다.
응. 꼭 그래야지.
2009년을 <유감스러운 도시>와 함께 시작하게 되어서 이 영화에 대한 기대도 크겠다.
우리 영화가 이번 설 개봉작 중 유일한 한국 영화더라. 매년 한두 작품씩 10년간 영화를 찍어 왔는데 연말연시에 한국 영화가 이렇게 없는 건 처음 본다. 그래서 개인적인 소망으로서뿐 아니라 한국 영화계를 위해서도 우리 영화가 잘되었으면 한다. 근데 난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크랭크 인 날 비 오면 대박 난다는 속설이 있는데 우리 크랭크 인 날 아침부터 비가 막 쏟아졌거든. 그리고 제작보고회 전날 ‘똥꿈’을 꿨다.(웃음) 이야~ 진짜 그런 꿈은 처음 꿔본다. 똥밭에서 막 굴렀다니까. 아무래도 벌써부터 조짐이 좋다.(웃음)
http://www.movieweek.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