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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하면서 처절한 '공주의 남자'>
<强劲,凄惨的“公主的男人”>
연합뉴스|입력 2011.09.04 07:05|수정 2011.09.04 07:05
14회에 시청률 20% 돌파..사실과 허구의 절묘한 결합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사실의 핏빛 투쟁은 파워풀하다. 반면 허구의 사랑은 절절하다.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결합했다. 처절하고 애끊는다. 그래서 눈을 뗄 수 없다.
KBS 수목극 '공주의 남자'가 지난 1일 14회에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무사 백동수' '계백' '광개토태왕' 등 최근 잇달아 등장한 사극 중 단연 선두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보스를 지켜라' '지고는 못살아' 등 경쟁작들과 격차를 벌려나가며 수목극 왕좌를 지키고있는 '공주의 남자'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해지는 긴장감을 동력 삼아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계유정난..그리고 복수 = 계유정난은 1453년 왕이 되려는 수양대군이 형인 문종이 승하하자마자 좌의정 김종서 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여기까지는 지금껏 많은 사극에서 심심찮게 다뤘다.
'공주의 남자'는 이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관련자들의 2세'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스토리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계유정난은 이미 초반에 벌어졌다. 드라마는 그후의 복수에 초점을 맞춘다. 김종서(이순재 분)의 아들 승유(박시후)가 수양대군(김영철)을 죽이기 위해 와신상담하는 모습에 이어 마침내 수양대군에게 화살을 쏘는 이야기까지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승유를 비롯해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과 문종의 딸이자 단종의 누이인 경혜공주(홍수현), 신숙주의 아들 신면(송종호) 등 계유정난 관련자들의 2세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익숙한 이야기가 새로워지는 순간이다.
드라마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승유가 오직 수양대군을 향한 복수에 몸을 던지는 처절한 이야기를 스피디하고 리드미컬한 전개 속에 펼쳐내고 있다. 이는 권력에 대한 수양대군의 야망과 어우러져 극에 강한 힘을 실어준다.
'공주의 남자'의 최지영 KBS CP는 4일 "앞으로 단종복위 운동 등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내용이 많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 계유정난이 한축이라면 다른 한축은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식 사랑이다. 승유가 불구대천지원수인 수양대군의 딸 세령과 엮는 금기의 사랑이 상상 속에서 피어난다.
제작진에 따르면 '금계필담' 등의 야사는 수양의 딸과 김종서의 손자의 운명적 사랑을 전하고 있다. 충북 백악산에는 두 사람이 피해 살았다는 동굴이 전해지기도 한다.
드라마는 여기서 착안해 수양의 장녀와 김종서의 막내아들과의 사랑을 그리며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절절함을 흩뿌려놓고 있다. 세령이 수양의 딸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졌던 승유는 모든 사실을 안 후 돌변해 세령을 납치한다. 그는 세령을 수양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 생각하며 차갑고 거칠게 대한다.
하지만 승유에게 이미 온 마음을 준 세령은 아비를 원망하며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비의 죗값을 대신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을 납치한 자가 승유임을 알게되자 죽은 줄 알았던 연인이 살아돌아온 것만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분노로 이글대며 자신의 목을 조이는 승유를 눈물로 안는다.
'공주의 남자'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눈물이 나서 볼 수가 없다' '너무 슬프다' '진짜 멜로의 짱' 등 승유와 세령의 애틋한 사랑에 발을 동동 구르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급기야 14회 마지막에서는 세령이 승유를 대신해 면이 쏜 화살을 등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방송되며 애끊는 안타까움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를 계기로 승유가 서서히 세령에게 다시 마음을 열 것으로 짐작되지만 과연 이들이 해피엔딩을 맞을지는 불투명하다.
◇박시후.문채원의 재조명 = '공주의 남자'는 이러한 탄탄한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젊은 배우 캐스팅에서는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덕에 박시후와 문채원에게 남녀 주인공의 기회가 돌아갔는데 가벼운 청춘극이 아닌 진중한 사극 미니시리즈로서는 파격적인 캐스팅이다. 대신 제작진은 김영철과 이순재가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줄 것이라 기대했고 실제로 두 백전노장 배우는 불꽃 튀는 카리스마 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박시후와 문채원이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이며 호연 대결에 가세했다. 특히 박시후는 한동안 전공처럼 맡았던 '실장님' 캐릭터와 180도 다른 모습을 통해 변신에 성공했다. 또한 하나의 벽을 깬듯, 한층 나아진 연기력을 과시하며 김승유가 짊어진 엄청난 운명의 무게를 무난하게 감당해내고 있다.
문채원은 '바람의 화원'에서 보여줬던 청초한 이미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비련의 여주인공으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연스러운 눈물 연기는 시청자가 세령에게 쉽게 감정이입을 하도록 이끈다.
◇로맨틱 코미디 홍수 속 빛나는 성과 = '공주의 남자'의 인기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홍수 속에 거둔 성과라 더욱 빛난다.
올해 성공한 드라마는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 등 로맨틱 코미디가 대부분이다. '공주의 남자'의 경쟁작이자 젊은층에서 화제를 모으는 '보스를 지켜라'나 인기를 끌었던 '동안미녀'도 같은 장르다.
그 속에서 촬영에 품도 더 들고, 스토리에 있어서도 더 손이 많이 가는 사극이, 그것도 정통 멜로를 표방하는 사극이 인기를 끄는 것은 드라마의 다양성 측면이나 시청자의 볼권리 측면 모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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