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紳品新聞
‘신사의 품격’, 일회성 로코물 아닌 '웰메이드' 드라마인 이유
사진 : 신사의 품격 영상 캡처
20회로 막을 내린 ‘신사의 품격’은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줬다.
지난 12일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이 20회로 종영했다. 지난 5월 26일 첫 방송을 했던 ‘신사의 품격’은 3개월 여 동안 열대야보다 더 뜨거운 인기로 안방을 점령했다. 매 회마다 화제가 될 정도로 많은 이슈를 몰고 왔던 ‘신사의 품격’은 20,30대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로맨틱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신사의 품격’은 방송하는 동안 ‘착한 드라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과도한 PPL 사용도 없었고 눈살을 찌푸릴 만한 막장 캐릭터도 없었다. 배우들 각자의 입체적인 캐릭터만큼이나 작품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은 사회를 적극 반영해 배우들을 통해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사진 : 신사의 품격 영상 캡처
- 서이수 폭풍대사, ‘고용노동부’ 공익 자료로 쓰여
이는 특히 윤리교사인 서이수(김하늘 분]를 통해 가장 잘 나타났다. 자기 반 제자 김동협(김우빈 분]이 아르바이트로 음식배달을 하던 중 오토바이 사고가 났고 병원에 오게 됐다. 서이수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병원에 찾아 왔고 뒤이어 식당 사장이 와서 오히려 동협에게 “오토바이 수리비 내놓고, 치료비는 못 준다”며 큰 소리를 냈다.
이에 서이수는 “‘청소년 근로기준법’ 아시죠? 저희 학생이 만으로 18세 미만인 거 아셨나요? 야간근로 시키시면서 본인에게 동의구하셨나요? 임금의 50% 가산해서 지급은 하셨구요? 학교 쉬는 휴일에 근무시간 7시간미만으로 지키셨나요? 오토바이 보험은 드셨나요?”라며 사장을 향해 조근조근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서이수가 한 대사가 18세 미만 청소년들을 위한 법적 보호 장치인 ‘근로기준법’에 대한 예시를 명쾌하고도 알기 쉽게 표현해주고 있는 평을 받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드라마 제작사 측에 “‘신사의 품격’ 11회 방송분 내용이 근로조건 준수 사항 등 국민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바, 이를 공익적으로 홍보에 활용코자 한다”는 요지의 공문을 통해 영상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알기 쉬운 설명과 이해를 도운 장면 덕에 청소년들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을 수 있는 부당한 대우로부터 보호하고, 업주들에게는 ‘청소년 근로 기준법’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사진 : 신사의 품격 영상 캡처
- 박민숙, “이게 세상이다” 진짜 세상을 말하다
‘청담동 마녀’ 박민숙(김정난 분]은 옳은 말만 해서 상대방이 반박조차 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똑똑한 캐릭터였다. 제자 동협에 대한 학부모의 고소 취하를 얻기 위해 집까지 찾아간 서이수는 자신을 문전박대하자 어쩔 줄 몰라했다. 우연히 이를 본 민숙은 이를 도와줄 것을 자처하고 나서고 쉽게 사과를 이끌어 냈다.
이후 민숙은 동협에게 “참 말 안 듣게 생겼네. 방금 잘 봤니? 방금 네가 본 게 네가 앞으로 나올 세상이고 돈 없는 사람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야. 알아들어?”라며 박민숙 특유의 도도함과 여유로 진심어린 충고를 전했다. 동협은 이 말을 듣고 한 방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많은 시청자들은 “박민숙, 진짜 최고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정말 와 닿는다”, “저런 언니가 있었다면 진작 공부했을텐데” 등 그녀의 대사는 네티즌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됐다.
- 학교폭력은 없다, 자라나는 성장통만 있을 뿐
사진 : 신사의 품격 영상 캡처
마지막 회였던 지난 12일 방송에 그들의 로맨스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40대 네 명의 친구들과 오버랩 되며 학교 옥상에 누워있던 네 명의 고등학생이었다. 문제아 김동협과 그 옆에 항상 같이 있던 친구, 그리고 김도진(장동건 분)의 아들이자 전학생 콜린, 윤리시간에 수학문제집을 풀던 유성재(안재민 분)는 또 다른 그들만의 우정을 맺게 됐다. 각자 판이하게 다른 성격과 관심사였지만 이제 그들은 ‘친구’가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꽃중년 4인방보다 더 멋진 우정을 보여줄 수도 있다.
‘신사의 품격’은 학교 폭력이나 금품 갈취 등을 일삼는 문제아를 그린 것이 아니라 그에게도 사춘기 반항을 할 만한 사정이 있었고 그를 친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풀어나가는 과도기의 성장통을 잘 그려냈다. 학창시절 친구가 가장 큰 재산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며 이 시절을 겪고 지나온 시청자들에게는 친구의 소중함과 우정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결연아동 10명, 가진 자들이 베푸는 세상을 말하다
한 스트리트가 통째로 자기의 재산이었던 청담동 마녀 박민숙은 사실 여린 여자였다. 임신을 하기 위해 약도 먹어봤지만 7년 전부터 노산기를 보이며 임신에 실패하게 됐다.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그녀에게 임신은 그녀가 가질 수 없는 하나의 벽이었다.
사진 : 신사의 품격 영상 캡처
지난 20회 방송분에서 그녀는 남편 이정록(이종혁 분)에게 아이 결연카드를 내민다.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이 아이들을 후원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10명의 해외에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로 했다고 말한다. 화려하기만 한 민숙의 삶에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일으킨 해외결연은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여운을 가져다줬다.
“지금은 10명이지만 앞으로 늘려 나갈거야”라고 말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도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고자 하는 따뜻한 엄마로서의 마음이 그려졌다. 작가 김은숙은 박민숙에 빙의해 시청자들에게 ‘어려운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자’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 했다.
‘신사의 품격’은 화려한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품격있는 대사와 상황, 긴 여운을 가져다주는 장면들로 시청자들에게 내내 기억될 것이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 하나가 사회에 가져다주는 영향에 대해 좋은 예를 보여준 작품이었으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였지만 전 세대를 아우르며 넓은 시청자 폭으로 ‘신품앓이’를 일으켰다.
이제 ‘신사의 품격’은 떠났지만 벌써부터 시즌2를 외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은 ‘신사의 품격’이 일회성으로 재미를 추구했던 작품은 아니라는 것은 방증한다. ‘신사의 품격’은 이 사회에 품격있는 일침을 가했던 웰메이드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신소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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