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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網今天的金來沅專訪
[D터뷰] “내 목표는 연기하지 않기”…김래원, 진짜가 되는 법
기사입력 : 2015-03-07 10:38
[Dispatch=서보현기자] 박경수 작가는 ‘펀치’ 마지막회 대본에 짧은 메모를 남겼다. 김래원을 향한 찬사였다. 단 3문장으로 김래원이 보여준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펀치’의 박정환은 래원 씨가 만들어 낸 인물입니다. 전 래원 씨가 만든 박정환을 따라간 것에 불과합니다. 정말 훌륭했어요, 래원 씨.”
박 작가의 말대로, ‘펀치’에서 김래원은 박정환이었고, 박정환은 곧 김래원이었다.그가 내뱉는 시선, 말투, 손짓, 표정 등은 날 것, 그대로였다.
“연기를 안하려고 했습니다. 드라마가 아닌 ‘인간극장’에 나오는거라고 생각했죠. 연기가 아닌 진짜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연기가 아닌 연기. 김래원이 ‘펀치’에서 모토로 삼은 방향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리얼, 그게 좋은 연기라 믿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김래원의 연기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극에 젖을 수 있었다. 그 사이 김래원은 다시 날개를 달았다.
‘펀치’의 시간은 끝났다. 그리고 다시 김래원의 시간이 왔다.
◆ 고민의 펀치 : 김래원은 18년차 배우다. 지금껏 학원물, 로코, 코미디, 멜로, 액션, 느와르 등을 경험했다. 하지만 연기는 경험이 많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었다.
김래원은 ‘펀치’에서 현실과 이상의 기로에 섰다. 그는 조미료를 쓰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추구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감칫맛이 있는, 대중적인 맛을 원했다.
” 설거지를 하면서도 볼 수 있는게 드라마입니다. 쉬운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가 많아요. 아무래도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시청 연령대도 넓으니 그렇겠죠.
그래서인지 제작진은 쉬운 연기를 요구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더 많이 표현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고민이었습니다.”
◆ 타협의 펀치 : 김래원은 중반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놀랐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거도, 화가 났을 때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게 연기했다.
이는 드라마에서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감정 표현이 적어 밋밋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결국 중반 이후부터 익숙한 연기도 하려 했다. 나름의 타협이었다.
“처음에는 티 나는 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미소도 짓는 듯 마는 듯 했고, 대사도 걸어가면서 흘렸어요. 그러다 중반 이후부터 드라마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게 됐죠.
개인적으로는, 초반 연기가 맞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불친절해도 훨씬 자연스러우니까요. 얼굴에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이야’라고 다 보여주는게 더 억지스럽지 않나요?”
◆ 노력의 펀치 : 리얼한 연기를 향한 열정은 단순 말 뿐이 아니었다. 연기에 온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극에서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장면도 허투로 넘기지 않았다.
3부 빌딩 창문에 매달리는 장면이 일례다. 그는 촬영 전 팔굽혀펴기로 빨개진 얼굴, 헐떡이는 숨소리 등을 담았다. 조재현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할 정도였다.
“보통은 그냥 흉내를 내죠. 전 그게 싫었습니다. 진짜로 하고 싶었어요. 생각해보세요. 내가 진짜 창문에 매달려 있다고. 그런데 얼굴이 멀쩡하면 이상하잖아요.
그런 작은 부분도 온전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저를 김래원이 아닌 박정환이라고 믿게 하고 싶었어요. 그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공감의 펀치 :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시키는 것도 김래원의 몫이었다. 박정환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물. 동시에 세상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인물이기도 했다.
사실 비현실적인 인물이었다. 김래원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박정환의 고통에 힘을 실었다. 시청자들이 어느 신에서나 ‘박정환=아픈사람’이라고 인식하게끔 말이다.
“정환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썼습니다. 시청자들이 ‘쟤 왜 저래’라고 여길 수 있으니까요. 그를 피하려면 정환이가 진짜 아픈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사를 맞을 때는 핏대를 세우다 얼굴에 피멍이 들기도 했어요. 진짜 아픈 애처럼 보이려다가 그런거죠. 안그랬다면 시청자들이 정환이에게 공감하지 못했을거에요.”
◆ 만족의 펀치 :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던 김래원. 매 회를 거치면서 캐릭터에 가까워졌고, 스스로를 박정환이라 여기게 됐다. 비로소 제 연기에 만족감을 느꼈다.
11회 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정환이가 신하경(김아중 분)에게 “살고싶다”고 말할 때였다. 그때의 눈빛이, 목소리가, 박정환의 그대로였다고 추억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신입니다. 진짜로 연기한 것 같거든요. 대본에 표현됐던 것보다 정환이의 복합적인 감정이 보여진 것 같습니다. 분노, 애정, 집착, 슬픔 등이요.
계산으로는 안되는 연기였습니다. 제가 진짜 박정환이었기에 그런 감정이 담긴거라고요. 솔직한 감정이 그대로 담긴 것 같아요. 스스로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 참여의 펀치 : 그렇다고 자신의 연기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김래원은 스토리 흐름을 파악,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편이었다. 그만큼 작품에 애정이 있었다.
5회 짜장면 먹방신은 바로 그 것. 이태준(조재현 분)과 박정환이 CCTV를 사이에 두고 짜장면을 먹는 신이었다. 김래원은 대본을 살짝 비틀어 반전 효과를 줬다.
“대본에는 정환이가 사전에 방을 둘러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는 그걸 다 뺐습니다. CCTV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죠. 짜장면을 먹을 때서야 쳐다보는 걸로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CCTV를 쳐다봤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반전의 묘미가 덜하지 않았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더 극적인 효과가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김래원의 펀치 : 혹자는 ‘김래원이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지난 3년의 공백기를 극복하고 배우로서 다시 입지를 세웠다는 평가다.
쏟아지는 찬사에도 김래원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 평가는 작품 덕분이라고 손사레를 쳤다. 자신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여줄게 많단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음 작품이 잘될 수도, 안될 수도 있는거니까요. 그보다는 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좋은 연기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되네요.
배우로서는 나이가 드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요, 진짜가 어떤건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계산 안 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인정받고 싶습니다.”
<사진=서이준기자,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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