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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가이드 3월호 중 신입사원 소개
시트콤 <논스톱4>에 등장했던 앤디의 말을 패러디해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이때, <신입사원>이라는 드라마는 대체 누구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입니까?"라고 물어볼수 있겠다.
영어제목은 한글 제목보다 더 거창한 'Super Rookie'. 3월23일 첫방송되는 수목 미니시리즈 <신입사원>은 도대체 어떤 드라마일까.
백수의 제왕 강호 vs 상큼발랄 미옥
<신입사원>에서 우선 눈에 띄는 건 꽤 호화롭고도 기발한 캐스팅이다.데뷔작 <나는 달린다>에서 반항적이고 과묵한 이미지를 선보인데 이어, <불새>에서는 무척이나 '닭살스러운' 대사를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태연스럽게 날렸던 에릭.이번에는 '백수의 제왕' 강호 역으로 돌아왔다.
좋게 말해 '취업준비',노골적으로 말해 '실업자' 신세다.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꿈이 있다거나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지도 않는다.첫장면부터 면접 대기실에서 침을 흘리며 엉뚱한 꿈이나 꾸고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등장 인물들을 말해보라"거나 "무협지에서 말하는 구파 일방은 무엇인가" "도리짓고 땡에서 10이나 20을 만드는 방법"에는 거침없이 대답하겠지만,정작 면접장에서는 실수투성이다.
집에서는 어머니께 빗자루로 얻어맏고,잘나가는 동창 모임에선 멸시당한다.감정을 이입하자면 한없이 불쌍한 캐릭터지만,가볍게 본다면 어처구니없게 웃긴 캐릭터다.이제 누가 에릭을 '로맨틱 가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실 에릭은 과묵하게 고독을 즐기는 타입이라기보다는 시도때도 없이 '썰렁한 유머'를 구사하면 좌중을 웃기는 사람이다.그러니까 <불새>에서 구축된 에릭의 이미지는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에릭본인도 자신의 이미지가 굳어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던 차였고,마침 <신입사원> 대본이 손에 들어왔다.
극중 강호는 눈에 힘주고 괜히 목소리 깔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였고, 에릭은 서슴없이 <신입사원>을 택했다.신화측에도 "드라마에 전념할수 있게 해달라"고 양해를 구했고, 신화 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기간의 수익은 포기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완전한 주연으로 처음 발탁된 만큼 드라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중략..
환상 속의 웃음 vs 현실 속의 눈물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신입사원>은 코미디다.인사 채용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당연히 떨어져야 할 열등한 응시생이 대기업에 수석으로 합격한다는 설정부터가 심상치않다.인사 담당자는 뒤늦게 결과가 잘못됐을을 발견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해 일을 덮는다.
대신 덜떨어져 보이는 신입사원 강호가 해낼수 없을법한 막중한 임무를 줘서 스스로 나가떨어지게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다.그런데 정작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강호는 엘리트들이 떠올리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상황을 이겨나간다는 줄거리다.냉정한 사회현실을 돌아보지 않더라도 이는 분명 환상이다.
줄거리도 그렇거니와 형식도 튄다.어머니의 구박에 천원짜리 한장 달랑 들고 한강변에 나선 강호.배경음악으로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깔린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적이 있는가..."로 시작되는 유명한 내레이션이 흐른뒤 노래가 나온다.그런데 뜬금없이 강호가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한다.주먹을 펴자 천원짜리 지폐가 날아가고, 돈을 잡으려고 애처롭게 발버둥치면서도 강호는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지 않는 코미디는 공허하다.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신입사원>은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적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강호가 엉뚱하게 웃기다가도 슬쩍 뒤돌아 눈물 훔치는 부분에선 갈곳없이 막막한 백수의 아픔이 진하게 묻어난다.사법고시 합격한 친구, MBA 마친 친구 사이에서 '쓰레기' 취급 당하는 강호, 극중 강호는 꿋꿋하지만 보는이의 마음은 씁쓸하다.
후략..
<연출가 인터뷰 중..>
에릭과 한가인을 캐스팅한 이유는?
에릭은 <불새> 등에서 굳어진 캐릭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만나보니 그는 엉뚱한 유머를 가진 친구였다.촬영하면서 에릭이 연기 준비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비장하다가 웃기고 다시 비장해져야 하는 연기가 쉽지 않은데 잘 소화하고 있다.
<한가인씨 인터뷰 중..>
호흡을 맞추고 있는 상대배역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에릭씨는 두가지 매력을 갖고 있는 분이세요.고생 모르고 자란 부잣집 아들 같은 이미지가 풍기는 동시에, 주머니에 천원 한장 없으면서 큰소리 뻥뻥 치는 백수 이미지도 갖고 있거든요.연기자로서는 참 복을 타고나신 거죠.
출처 : www.Erichole.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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