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发表于 2006-11-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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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가 허락한 마지막 멜로
[한겨레21 2006-11-03 18:05:48]
[한겨레] 계급을 뛰어넘은 게이들의 절박한 사랑을 다룬 <후회하지 않아>… 비정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에서 서로의 이름으로 인사를 나누다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오늘날 게이(남성동성애자]들만큼 낭만적인 사랑의 각본을 제대로 연기하는(혹은 꿈꾸는] 존재도 드물다. 그들에게 사랑은 언제나 봉쇄당한 무엇이(었]다. 일상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자연스레 사랑에 빠지고, 떨리는 가슴으로 마음을 고백하고, 평생을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랑. 이제는 낡아버린 이런 사랑의 각본을 21세기 서울 하늘 아래서 비로소 꿈꾸는 이들이 있다.
일상에서 사랑의 가능성이 봉쇄된 만큼 게이들의 사랑에 대한 욕망은 강렬하다. 두려운 마음으로 첫발을 딛는 게이들만의 공간에서 그들은 비로소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발견하고 열광한다. 그리고 어쩌면 뻔하고 뻔한 애정 행각이 반복된다. 여전히 주말에만 명멸하는 서울의 게이 커뮤니티는 그들에게 애정의 해방구다. 그래서 게이들에게 서로를 죽이고 싶을 만큼 갈망하고 원망하는 멜로 영화는 어울리는 형식인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니가 좋아…”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멜로 <후회하지 않아>에는 치명적인 청년과 매혹당한 아저씨가 등장한다. 사랑은 계급보다 강고한 권력관계를 만든다. 사랑받는 자는 언제나 사랑하는 자를 지배한다. 스물두 살의 청년 수민(이영훈]은 스물일곱의 아저씨 재민(이한]의 마음을 지배한다. 게이바에서 술을 마시던 재민은 대리운전사를 부르고 대리운전사로 온 수민을 만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 그냥 니가 좋아…”라고 말하는 사랑이다. 재민은 집착이라는 열병에 시달리지만 수민은 재민의 마음을 쉽사리 받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첫 번째로 만난다. 그리고 애정의 권력관계에 현실의 계급관계가 겹쳐진다. 청년은 가난하고, 아저씨는 부유하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인 재민은 회사의 ‘실장님’으로 그 회사에서 일하는 ‘공돌이’ 수민과 조우한다. 마침 회사에는 정리해고 바람이 분다. 재민은 자신의 권력으로 정리해고당한 수민을 구제하지만, 수민은 재민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공장을 나온다.
영화는 수민이 서울 하늘 아래서 선택할 길이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가진 것은 젊은 몸뚱어리뿐인 수민은 게이들을 상대하는 호스트바에 ‘선수’로 나선다. 수민은 손님 앞에서 알몸을 흔든 대가로 받은 1만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쥔 채 뒷골목 하수구에 얼굴을 처박고 술을 게워내는 인생을 살아간다. 수민을 찾아헤매던 재민은 호스트바 손님으로 찾아오지만, 여전히 수민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 봐주면 안 돼?” 재민의 이렇게 통속적이지만 간절한 호소는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 <후회하지 않아>의 초반에 사랑은 계급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러나 집착은 강하다. 재민은 수민의 ‘가게’에서 난동을 피우다 가게의 선수들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수민은 비로소 재민을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그들의 밀애는 시작된다. 이렇게 <후회하지 않아>는 70년대 호스티스 영화의 내러티브를 2000년대 호스트 영화로 변주한다. 다만 비련의 여주인공 대신에 가난한 게이 청년의 드라마로.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위태롭다. 사랑의 권력관계가 지워진 자리에 현실의 계급이 자리를 넓힌다. 게이들에게 언제나 그렇듯 결혼 문제가 끼어든다. 재민의 어머니는 재민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재민은 수민을 포기하지도, 자신의 계급에서 달아나지도 못한다. 이번에는 수민이 너무나 통속적이지만 간절하게 호소한다. “그럼 우리 사이는 뭐야?” 수민과 재민의 관계는 어긋난다. 수민이 또다시 호스트바로, 재민이 결혼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듯 보이는 순간에 영화는 반전의 칼날을 품는다. 그리고 수민이 재민에게 쏘아붙였던 대사가 떠오른다. “당신은 부자여서 달아날 곳이 있겠지만, 나는 아무 곳도 없어.”
스크린에 처음 새긴 게이의 입말
이송희일 감독은 커밍아웃한 게이 감독이다. <후회하지 않아>는 커밍아웃한 게이 감독이 만든 퀴어 영화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두 남자가 나누는 사랑의 행위에서 카메라를 돌려버리지 않고, 게이들의 입말도 제대로 살려낸다. 호스트바 마담이 수민에게 “나도 호모지만 애매호모한 건 정말 싫어”라고 말할 때 스크린에 최초로 한국 게이들의 입말이 새겨진다. 수민이 재민에게 “나는 밤마다 수많은 ○○을 빠는데, 니 게(너의 것) 특별한 이유가 뭐야?”라고 묻고, 재민이 “내 것도 하나니까, 니 것도 하나니까”라고 답한다. 그들은 위급한 순간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때도 손을 잡는 대신에 ‘거기’를 만진다. 게이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솔직하고 절묘한 묘사다. 초라한 몸피의 중년이 돈으로 산 선수인 수민에게 “나, 너 사랑하나 봐”라고 말할 때, 사랑의 간절함과 허망함이 한순간에 녹아든다. <후회하지 않아>에서 인사는 관계의 다른 이름이다. 재민이 수민에게 “안녕하세요, 수민씨”라고 뒤늦은 인사를 건넬 때, 그들의 첫 번째 관계는 비로소 시작된다. 또다시 수민이 재민에게 “안녕하세요, 재민씨”라고 인사를 건넬 때, 무너졌던 그들의 관계는 복원된다.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 관계가 아직도 적지 않은 동성애자의 관계에서 인사는 그렇게 관계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후회하지 않아>는 서울에서 성공해 서울에 복수를 꿈꾸는 청년, 수민의 영화다. 메트로폴리스의 거대함은 일종의 소수민족인 동성애자에게 서로를 만날 가능성을 제공하고, 도시의 익명성은 그들의 만남에 자유를 허락한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아>가 서울에 대해 표하는 애증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수민이 “이놈의 서울, 확 불 싸지르고 싶어”라고 말할 때, 수민의 첫사랑을 닮은 가람이 “차가 생기면 서울을 쏘다니고 싶다”고 말할 때, 게이들이 대도시에서 느끼는 애증의 양면이 온전히 살아난다. <후회하지 않아>의 카메라도 비정한 도시, 서울의 풍경을 쓸쓸하게 잡아낸다. 수민이 재민을 뿌리치고 나와 혼자서 쓸쓸히 주저앉아 손에 묻은 휴지를 떼내는 장소는 게이들이 주말이면 밤마을을 마치고 택시를 잡는 낙원상가 부근이다. 수민이 어둑한 종로의 뒷골목을 등지고 휘황한 대로변의 네온 속으로 뛰어가는 장면은 <후회하지 않아>가 잡아낸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이다. 수민이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한강 다리 위에 가람의 뼛가루를 뿌리는 장면도 비정한 서울의 얼굴을 정확히 잡아낸다. <후회하지 않아>에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업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재민이 다치면 수민이 업어주고, 수민이 아프면 재민이 업어준다. <후회하지 않아>는 서로를 업어주는 관계에 자신을 내던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서 30분만에 매진
<후회하지 않아>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매 시작 30분 만에 전회 매진되는 호응을 얻었다.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세계적인 배급사인 ‘포르티시모’가 해외 배급을 맡게 됐다. 포르티시모는 피터 그리너웨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왕자웨이, 허우샤오셴 등 세계적인 거장의 영화를 배급해온 영화사다. 이송희일 감독의 단편영화 <굿 로맨스>의 주인공이던 이영훈이 수민을,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 지안 역할을 했던 이한이 재민 역을 맡았다. 재민의 약혼녀로 <그녀를 모르면 간첩>에서 주연을 했던 김정화가 우정출연했다. 재민의 어머니 역은 배두나의 어머니인 김화영이, 아버지 역은 이청아의 아버지인 이승철씨가 연기했다. 11월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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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本帖最后由 boshao 于 2006-11-4 01:28 编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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