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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마음.
사실 ‘사랑한다면서 상처를 주는 여자’라는 말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대단히 모진 말인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정민에겐 정말 큰 상처였나 봅니다. 마찬가지로 정민의 어머니에게도 말입니다. 글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적어도 기본은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정민이 사귀는 사람에 대해 절대적인 반대를 보이며 정민을 철없는 아이쯤으로 여기던 어머니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데려와라 한번보자라는 말을 두 번에 걸쳐서 했습니다만 그 두 번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네요. 거실에서서 검은 자켓자락에 눈물을 뚝뚝 떨구어야 할 만큼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정민의 마음이 안쓰러웠던 걸까요. 떨쳐내야 하는데, 그 길이 곧 낭떨어지일 뿐이며 상처밖에 서로에게 남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는 정민의 마음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습니다.
솔직히 전 물러서는 게 불가능한 사랑을 해본일이 없어 뭐라 말하기가 참 난처하네요. 사랑하면서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관계란 게 어떤 건지 모르겠습니다. 비유하자면 나도 모르게 어머니께 퉁명스럽게 굴고 툴툴대는.. 그런 거라고도 할 수있을까요? 돌아서면 후회하고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또 어느새 문득 또다시 퉁명을 떨고 있는 자신을 혐오하는 기분.... 뭐 저야 조금 고치긴 했습니다만... ^^;;; 믿거나 말거나지만... 정민의 부모는 그게 평생 되지 않았던 거겠죠.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바라볼때마다 그들 사이에 그림자로 남아있는 상처받은 한사람이 두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서로를 상처내도록 만드는 관계.. 그런 삶.. 아마 평생 괴롭고 슬플 것 같네요. 그 아물지 않는 상처를 어찌 견딜까요. 매시간 매분 매초 느껴지는 그 쓰라림과 통증을 말이죠. 석주와 정민이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너무 가슴아픕니다. 뻔히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막을 수 없는 정민의 어머니는 아마도 더 괴롭겠죠. 그리고 이미 결과를 알고 있고 평생 보며 자라왔던 그 길로 자신이 가야한다는게, 걸음을 돌이킬 수 없다는게 얼마나 처참하고 괴로울지...
그래도 적어도 석주는 ‘정직’하네요. 흠.. 아마도 최소한의 자존심일까요? 아니면 그야말로 정면으로 뚫고 가려는 의지의 발로 인가요. 하지만 이미 정민을 선택하는 시점에서 정면에서 벗어나 버린 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이런 경우는 그 정직이 곧 상처를 주는 칼날이 되겠지요. 정직해야하지만 정직해선 안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정직하지 않은 게 최선인 듯 보이지만 결국 그건 그저 임시방편 일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 버리겠죠.
오피스텔에서 석주와 서영이 나눈 그 모호한 대화들.. 사실 전 석주가 서영에게 분명히 내가 먼저 죽을 거고 죽기 전에 잘못을 고백할 테니 용서는 지금 해달라고 했을 때, 그때의 석주 눈빛을 보며 희망을 가졌습니다. 바보 같죠. 분명한 전개를 알고 있으면서도 희망을 갖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곧바로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죽기 전에야 고백하겠다던 그 죄를 털어놓으니 말입니다. 아마 서영도 저처럼 불안에 떨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석주 감정의 그 모호함.. 차라리 털어놓지 않았다면 뭔가 치명적이리라 생각하면서도 아마 안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죽기 전에 말하겠다던 걸 말해버리는 건 곧 서영과의 헤어짐이 자신의 죽음이라는 의미인가요? 사랑의 죽음. 마음의 죽음. 영혼의 죽음. 석주가 지금까지의 석주로서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 제가 너무 확대해석한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석주는 어떤 면에선 상상이상으로 결벽증이 있는 것 같네요. 완벽주의자 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예기치 않았던 실수 한번을 견디지 못한 건 석주가 아직 나약하기 때문이겠지요. 결벽증이 때론 나약함의 표현이 될 수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쨌거나 이미 평지풍파는 일어났습니다. 석주와 서영 사이에도. 현주와 창훈 사이에도 말입니다. 흠.. 조금 덧붙이자면 오늘의 찬주는 드라마 시작하고 처음으로 좀 철들어 보이더군요. 정신적인 나이가 제 나이 같았다고 할까. 예고편을 보니 참.. ㅠㅠ 할말이 없더군요. 지은이야 당연히 서영이가 키우리라 생각했지만.. 뒤에서 울면 뭐한답니까.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걸요. 저렇게 석주처럼 혼자 삭히며 모든 것을 해결해온 사람의 가장 큰 단점은 가장 중요할 때 자신의 감정을 표현 못한다는데 있을 겁니다. 뭐 지금의 석주야 의도적으로 표현을 안하는 거긴 하지만, 저렇게 숨기고 감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어떤 의미에선 가슴아프더군요. 그토록이나 격정적인 감정을 깨끗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철저히 스스로를 단련하며 가두고 살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흠.. 눈물을 흘리며 가슴아파하는 포인트가 전 참 이상한거 같네요. -_-;;;
휴..
내일을 기대합니다. 사실 오늘은 시작부터 참 가슴아팠습니다. 하필 지난회의 가장 보기 괴로웠던 - 심정적으로 - 장면에서 시작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겨우 봤습니다. 사사는 괴롭고도 재밌습니다.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드라마예요. 한번에 두시간씩 하면 안되나요? ㅠㅠ
FR: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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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长的文字,不知道写啥,希望有人翻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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