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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박용하 김민정, “인생 역전 따위 바라지 않아”
잘되면 600억 원, 인생 역전이다. <작전>은 주식 시세를 조작해 부당한 이득을 보려는 ‘작전’ 세력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용하와 김민정이 600억 작전에 가담했다. 영화 속에서 쉽게 믿을 수 없는 공모자인 그들은 마치 여동생 괴롭히는 오빠와 약 오른 여동생같이 뗄 수 없는 탄탄한 관계였다.
●●박용하는 인생을 빚지지 않는다●●
질곡 많은 연기 인생이었다. 1998년 드라마 <보고 또 보고>로 얼굴이 알려지기까지 무명 5년, 2002년 <겨울연
가>로 한류 붐을 타고 2004년 일본에 진출 후 2008년 <온에어>로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또 5년. 수많은 터닝 포인트를 겪었다.
일본에서 가수로 대성공해 아레나 투어‘만’ 하는 위치지만, 박용하는 그동안 한국 활동에 목이 말랐다. “굳이 한국에서 음반 안 내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굳이 일본에서 연기 안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구분이 지어졌다. 반반씩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 새로운 일을 병행하기엔 시간이 바투다.”
일본에서 연기를 하려면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일본어로 연기할 정도는 아니다. 연기의 폭이 줄어들고 한정될 바에는 무리해서 어설프게 하느니 나중에 하자는 생각이다. 앞으로 몇 년이나 한다고 제 살을 깎아 먹을까.” 길어야 5년, 얼마 안 남았다고? 송승헌 권상우 소지섭 박용하, 네 명의 한류 스타가 모여 소주 한잔 기울이다 보면 의당 나오는 뼈 있는 농담이다.
“나는 최대한 그 이전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박용하는 요즘 책임감을 더더욱 느끼고 있다. <온에어> 이후 영화 <작전>을 하면서도 그랬다. 박용하는 50퍼센트의 도전은 하지 않는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잘하는 것이 박용하의 빚지지 않는 방법이다. “잘하는 게 80이고 도전해야 할 것이 20이라면 할 수 있다. 80 안에서 갖고 놀면서 나머지 20을 채우면 된다.” <작전>은 박용하가 지금 잘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박용하는 지금, 조금 더 잘하고 싶다.
“<작전>은 정말 좋았지만 다음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 <남자 이야기>다. 내가 자신의 부족함을 모르겠나.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나만의 분위기가 아직은 설익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좀 더 거칠어져야 하고 좀 더 닳아야 한다. 그 후에 영화를 해야 한다.” 박용하는 중압감에 추격당하고 있다. 하지만 <작전>을 보고 나면 안다. 김무열의 멱살을 붙들어 쥐고 폭발하는 박용하는, 그 자신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박용하는 인생을 빚지지 않고 싶다고 했다. 부채가 있었다면 그 컷이 갚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해림 기자
●●김민정은 20년째 진화 중이다●●
어언 20년. 당시 여덟 살이었던 김민정은 MBC 드라마
<베스트 극장-미망인>에 아역 배우로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리고 자그마치 20년이 흘렀다. ‘중견’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대중의 그런 시선이 조금은 불편하다.
“어릴 때부터 해왔으니까 잘하잖아 하는 식의 반응이 너무 싫다”며 목소리의 톤을 높일 정도니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그래도 이제는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물음에 손사래와 함께 돌아오는 한마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그녀의 캐릭터는 비슷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늘 최고를 고집하는 야망이 넘치는 인물. 배우 김민정의 캐릭터는 그렇게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강한 카리스마 속에 은은한 부드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작전>의 유서연 역할은 그녀의 연기 행보에서 일종의 도전이다.
그녀는 “<작전>이 배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는 아니다. 다만 뭔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말한다. 그 대답 속에는 20년을 한결같이 한길을 걸어 온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연륜이 묻어 있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지만 전념하고 있는 일이 또 있다. 현재 인천과 부천에서 열심히 촬영에 몰입하고 있는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이다. 올 상반기 방송될 예정인 이 드라마에서 엄지 역할을 맡은 그녀는 “아무래도 만화 캐릭터이다 보니 귀여운 구석이 많다”며 내심 흥분한 눈치다.
지금껏 도도하고 냉정한 인텔리 여성을 주로 연기한 그녀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느낄 시기에 만화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엄지가 끝이 아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임수정)처럼 독특한 캐릭터나 <겨울연가>의 정유진(최지우)처럼 진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그녀다. 스크린에서 팔색조 같은 ‘또 다른 김민정’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 지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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