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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in 정치] '스타일'은 풍자극?... '언론은 재벌이 지배한다'
STYLE是讽刺剧?...舆论在批评财阀
어느 부잣집 도련님이 100% 실크처럼 기품과 미모를 갖춘 ‘엣지녀’에게 필이 꽂혔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명품 가방에 풀세트 다이아까지 갖다 바친 이 남자, 막상 그녀의 마음을 얻자 폭군으로 돌변한다.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일마다 간섭하더니 그녀가 딴 마음을 품자 이미 줬던 가방과 보석을 돌려달란다. 저렴하다. 치사하다. 그런데 이런 스토리가 꼭 연애에만 국한된 것 같진 않다. 드라마 “스타일”의 잡지사 경영권 다툼을 보면 말이다.
김혜수, “내 새끼 하나 못 지키는 게 무슨 편집장?”
“너 언제까지 남자한테 의존하고 살래? 여자로서 너의 가치와 스타일, 이미지는 네 스스로 만드는 거야!” 오늘도 사고뭉치 에디터 이서정(이지아 분)의 눈물을 쏙 빼는 박기자(김혜수 분) 편집장님. 그러나 손 회장(나영희 분)의 차입금과 광고에 의존하던 패션매거진 ‘스타일’은 자신의 가치도, 이미지도 지키기 어려운 경영난에 빠져든다.
사건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늘 그랬듯 이서정이다. 한국인 최초로 유럽 패션업계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디자이너, 홍진욱의 가을 ‘신상’ 라인을 씹는 기사를 쓴 것. ‘엣지’ 있는 기사였지만 패션매거진과 광고의 동반자 관계(?)를 간과했다. 디자이너 측의 고소와 광고 철회에 ‘스타일’을 짓밟을 꼬투리만 찾던 손 회장은 쾌재를 부르고….
“우리 백화점 효자 매장에다 ‘스타일’에 억대 광고비를 지출하는 홍진욱을 씹다니 미친 거 아냐? 이서정이 잘라 버려!” 물론 손 회장의 속내는 따로 있다. 이복동생 서우진(류시원 분)에게 경영권을 빼앗긴 터라 더 이상 ‘스타일’에 연연할 이유가 없어진 것. 발행인 자리를 다이아몬드에 비유하는 그녀다 보니 욕망을 채울 새로운 도구가 절실하다.
그런 손 회장에게 말 안 듣는 ‘스타일’은 ‘눈엣가시’일뿐이다. 차입금 삭감, 광고계약 해지로 목줄을 죄더니 아예 자신에게만 충성할 잡지를 창간할 태세다. 백화점 홍보를 위해 ‘스타일’을 포기할 리 없다고 믿었던 박기자 편집장이 한 방 먹은 셈. 게다가 ‘듣보잡’ 발행인 서우진은 뜬 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난 ‘스타일’로 돈 벌 생각 없거든. 지원금도 없을 거고 광고도 연연 안 해. 소박하게 만들면 되잖아. 그래야 모기업과 광고주의 영향에서 100%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고….” 참 속 편하다. 그러나 고생하는 직원들 월급마저 깎아야 하는 박 편집장 입장에선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말. “손 회장 이길 주제도 못 되는 게 왜 각 잡고 폼 부리는데?”
급기야 박 편집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신인 디자이너 발굴 프로젝트’로 수익도 챙기고 서우진을 앞세워 광고주에게 들이대도 본다. “뒷돈, 부킹으로 따는 광고는 종속관계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입 바른 소리에 “어떡하든 식구들 안 굶기는 게 발행인”이라고 호통도 친다. 하극상을 넘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그럼에도 그녀의 분투에는 눈물겨운 구석이 있다. “내 새끼 하나 못 지키는 게 무슨 편집장인가?”
헌법 재판소 계류 미디어법… 마무리라도 ‘엣지’ 있게!
패션매거진 ‘스타일’을 둘러싼 경영권 다툼엔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는 미디어법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소유를 인정한 미디어법은 재벌의 언론지배 물꼬를 튼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단지 가능성일 뿐인 재벌의 언론지배에 대해 왜 많은 국민이 우려를 표하는 걸까? 드라마 “스타일”이 잘 웅변해준다.
손 회장은 오로지 백화점의 이윤을 늘리고, 자신의 허영심을 충족시키려고 패션매거진을 이용한다. 독자의 권리 따위 무시하기 일쑤고 심지어 광고주를 위해 은폐,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런 전횡이 매체 파급력이 큰 공중파 방송과 종합편성 채널에 뿌리 내린다면 어떨까? 정보 신뢰도가 떨어지고 소통 기반이 무너져 막대한 사회 비용을 치러야 한다.
비근한 예는 프랑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프랑스의 주요 방송, 일간지, 출판사는 군수회사, 건설회사, 명품회사 등 재벌그룹들이 소유하고 있다. 대재벌이 자사 언론을 통해 사업을 선전하거나 은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정보를 대가로 재벌과 정치권이 유착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란다. 그럼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드니 로베르는 단언한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문제다.”
언론의 본분은 Watch Dog, 즉 ‘권력을 감시하는’ 개다. 그러나 재벌의 언론지배는 과거 군사정권에 이어 ‘권력의 눈치나 보고, 꼬리 흔드는’ 개를 양산할 소지가 있다. 서우진의 말마따나 “저쪽에 매여 있던 목줄을 풀어 이쪽에 묶어 놓는” 꼴. 이 친구 ‘싹퉁머리’ 없는 말도 ‘샤방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미디어법,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엣지’ 있게 마무리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기만 하고 하이라이트가 없으면 욕먹는다.
순진한 생각일지 몰라도 재벌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언론의 광고주 또는 소유주라고 과도하게 권력을 휘두르다간 자칫 불매운동 같은 역풍을 부를 수 있다. 민심을 자극하면 주름살만 느는 법. 사회적 에티켓도 스타일이다. 공익마케팅, 공익마케팅 하는데 언론이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공익마케팅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속 패션매거진 ‘스타일’의 운명이 궁금하다. 특히 일 잘 못하고, 의존만 하던 철부지 에디터 이서정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우리 모두 싸우고 있잖아요. 박봉에 자부심 하나로 버텨온 ‘스타일’을 지켜내기 위해서….” 박기자의 현실론과 서우진의 이상론을 양분 삼아 그녀가 그려낼 희망은 어떤 색깔일까? <사진=SBS 드라마 스타일 홈페이지>
[권해인ㅣ대중문화 칼럼니스트]
09/09/10 10:08 입력 : 09/09/10 10:09 수정
CREDIT: http://www.sportsseoul.com/news2 ... 000_7417993842.html
[ 本帖最后由 小妖的天使之城 于 2009-9-12 00:58 编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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