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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박정현 | 월호:2010년 6월호 | 업데이트:2010-05-19
Q 소설, 일러스트, 작곡에서 이제는 영화다. 첫 장편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찍을 때는 많이 떨렸는데, 막상 끝나니 오히려 담담하고 설레이기도 한다. 후회되지는 않는다. 원래 후회를 잘 안 하고 그냥 저지르는 타입이다.
Q 그래서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하나 보다.
예술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한 가지만 하지 않더라. 계속 여러 작업을 하면서 영감을 받고 그것을 또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가는 것 같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한국에서는 좀 독특하게 본다. 사실 어릴 때부터 ‘밥 굶는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딱 한 가지를 정하라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게다가 이런 일은 하나를 모두 마치고 다른 일을 하는 일이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나는 영화가 좋다. 영화는 나의 장단점을 모두 소화한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이고, 어떻게 보면 4차원적인 생각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공간이 그나마 영화일 테니 말이다.
Q 배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당연히 그런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질타도 받는다. 일본 유바리영화제에 초청 받아 갔었을 때, 거기서 상을 받은 친구가 23살이었다. 만약 평범하게 살았다면 이 친구처럼 곳곳에 작품을 출품 하면서 뭔가를 계속 하면서 살았을 거다. 어쩌면 어떤 사람을 모티브 삼아 열등감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았을 수도 있겠다.
Q 점점 다른 배우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 같다.
배우일 때의 나는 벽이 많았다. 캐릭터와 맞지 않은 행동은 하면 안되고, 여배우라는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깨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좀 그림을 그리고 음악 일을 했다고 점점 나와 더 밀접한 내용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더라. 마음을 열었더니 길이 보이더라. 연출을 하면 배우로서 오만했던 마음을 다스리게 된다.
Q 마음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A형이고 소심하다.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줬을 때 5명 중 4명이 괜찮다고 해도 1명의 안 좋다는 말만 들렸다. 돌아가신 정승혜 대표님을 만난 것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분 때문에 책도 내게 되고, 전시회도 하게 된 거다. 대표님은 늘 안 하고 속상해 하는 것보다 저지르고 욕 먹는 것이 낫다고 말씀 하셨다. 대표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살아 있을 때 열심히 사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Q 음악을 하는 친구들의 청춘 영화는, 흔치 않은 소재다.
첼리스트 송영훈 씨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떠올린 시나리오다. 2시간 동안 계속 시나리오를 상상하면서 공연을 봤다. 전에도 음악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송영훈 씨의 공연이 좋은 실마리가 된 거다.
Q 한용운 시인의 시에서 제목을 따왔다.
겉으로는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속은 정치도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는시가 우리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도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 이야기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고, 봐도 봐도 어렵다.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요술이라는 말의 어감도 좋았다. 요즘은 이런 말을 잘 안 쓰는데, 제목이 확 와 닿았다.
Q 배우와 감독, 둘 다 해보니 어떻던가.
배우는 감독의 디렉션과 대본이라는 틀이 정해져 있지만 감독은 모든 것을 내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남에게 끌려 가면 결과가 안 좋을 때 남 탓을 하게 되지만 내가 벌인 일은 내 탓을 하면 끝이다. 성격이 굉장히 발전적이고 여유로워졌다.
Q 배우가 상업 감독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이다. 이런 한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인 인식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좀 시간이 걸리는, 보수적인 구조라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처음 얼짱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연기를 시작 할 때도 다들 ‘개나 소나 연기하냐?’ 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니 얼짱 출신인 것은 기억하지만 그래도 연기자로 기억해준다. 심지어 ‘본업이나 잘하라’는 소리도 듣는다. 점점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나빠지진 않을 거다. 내가 얼마나 오래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냥 ‘쟤는 쟤 인생을 사는구나’ 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Q <요술>을 통해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이메일보다 편지를 더 좋아하듯 그런 아날로그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인물들의 성격이 다 조선시대 사람같다. 음악도 오래된 것을 사용하고 복고적인 화면은 아니지만 어떤 디지털 문명도 내비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 공간이다. 시대를 막론한 공통적인 주제로 만들어 소장할만한 영화로만들고 싶었다.
Q 대중들이 어떻게 당신을 바라봤으면 좋겠나.
만약 목적이나 목표가 있다면 양심적이고 순수한 의도인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나에게는 그저 순수예술이었을 뿐인데, 단지 연기자라 크게 알려진 것뿐이다. 어떻게 평가하는 가는 대중의 몫이다. 그냥 편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작품에 대해서 평가를 받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그대로 즐겨주길 바란다.
* 영화 <요술>
음악으로 엮인 서로 다른 세 명의 청춘 이야기. 이 뜨겁고 불안한 청춘들의 일과 사랑, 우정을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풀어냈다. 주연 임지규, 서현진, 김정욱 개봉 6월 24일.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싱글즈> 6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FR:http://www.thesingle.co.kr/commo ... el=452&idx=4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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