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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대만’ 한효주, “정통 멜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아”
《只有你》韩孝珠:“传统爱情片如同沙漠中的绿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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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대만>은 오랜만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직구 승부’하는 작품이다. 그야말로 여배우들의 ‘로망’ 아닌가?
정통 멜로. 그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20대가 끝나기 전에 꼭 뜨거운 사랑 영화를 한번 만나고 싶었다. 아마 여배우라면 누구나 그런 욕심이 있을걸? 가볍고 즐거운 사랑 영화들은 종종 있는데, 정통 멜로는 점점 줄어간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딱 받았을 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이미 송일곤 감독님과 소지섭 선배가 함께하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답이다. 여주인공 정화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웬걸? 부담이 너무 컸다. 잠도 못 자고, 음식 먹는 족족 체하고.(웃음) 많은 관객이 이미 한효주에게 장애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 조금만 연기를 잘못해도 “에이, 뭐야? 가짜 연기 티 나!”라고 생각할 것 아닌가. 내가 삐끗하면 영화 전체에 폐를 끼치는 상황이라, 부담이 컸다. 준비는 많이 했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정말 막막했다. 다 보이는데, 전혀 안 보이는 척을 해야 하잖나. 차라리 눈을 감고 있는 설정이라면 편했을 텐데, 훤히 눈 다 뜨고도 ‘안 보이는’ 상태를 연기해야 하니까. 알 파치노(<여인의 향기>에서 시각장애인을 연기했던), 존경한다.
-최소한 ‘가짜 연기 티 난다’는 말을 들을 것 같진 않다. 굉장히 자연스럽던데?
준비는 많이 했다. 영화도 보고, 다큐멘터리도 참고하고, 시각장애인의 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안대를 쓰고 밥 먹고, 길도 걷고. 그런 경험이 연기에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기보다, 정화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나는 체험이 끝나고 안대를 벗으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다.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정화는 얼마나 힘들겠나. 신기한 경험도 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정화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나중에는 시각보다 후각과 촉각이 발달하더라. 멀리서 ‘소 아저씨’가 현장에 도착하면, 냄새로 바로 알았다. 상대의 냄새, 소리, 온도, 분위기가 잔상처럼, 희미한 아우라처럼 느껴지는데, 기분 묘했다.
-그런데 왜 소지섭을 ‘소 아저씨’라고 부르나?
(웃음) 영화에서 정화가 철민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버릇이 됐다. 내가 평소에도 ‘오빠’라는 말을 잘 안 한다. 현장에서 ‘선배님’이라고 불렀더니, 사람들이 너무 정 없어 보인다고 하더라. 직접 여쭤봤다. “오빠가 좋으세요? 아저씨가 좋으세요?”(웃음) 대뜸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라고 하셨다. 그래서 호칭 정리했지.(웃음)
-<오직 그대만>의 정화는 특별한 버릇이 있다. 거리낌 없이 “우리 같은 사람은요, 나 같은 사람은” 식으로 자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점이 신선했다. 청승도 없고, 내숭도 없고.(웃음)
“우리 같은 사람이랑은 인사할 때 이렇게 손을 잡아주는 거예요.” 그 대사는 송일곤 감독님이 제일 좋아하는 대사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이 잘 쓰는 표현인데, 내가 잘 살렸는지 모르겠다. 송일곤 감독님은 정화가 밝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내 생각에도 정화는 기본적으로 ‘밝은 사람’이지만, 자기 실수로 시력도 잃고 부모도 잃은 끔찍한 일을 겪었다. 마냥 밝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찌 보면 ‘살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울 거다. 하지만 정화는 “그래도 살아보자!”고 생각하는 친구다. 정말 강한 사람이지. 당돌한 면도 있고.
-남녀가 우연히 만나서 운명 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정화는 왜 철민을 사랑하게 됐을까?
나도 정말 많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화는 왜 철민을 사랑할까? 오랜 자문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유가 없다. 언제 그 사랑이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그냥 자연스럽게, 언제부터인가 옆에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돼 버린 거다. 사랑은 그런 것 아닐까?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
잘 모르겠다. 연애는 해봤다. 그게 사랑이었느냐고 물으면, 선뜻 자신 있게 “네”라고 답은 못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엄마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처럼, 그 사람을 위해서 헌신할 줄 아는 사랑이다. 나를 버려도 아깝지 않은, 헌신적인 면이 있어야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난 아직은 이기적인가 보다. 그렇게 하려고 해도,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것 같다. 내 경험은 아니지만 정화라면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캐릭터에 동의를 해야만 연기를 할 수 있나 보다?
원래는 동의를 해야만 연기할 수 있는 성격이었는데, <동이>(MBC,2010)를 찍으면서 많이 바뀌었다. ‘동의’를 못해도 ‘동이’를 연기했으니까….(웃음) 죄송하다.
-유머 감각이 나이에 비해 상당히 고전적이다. 원래 이런 고전 유머를 즐기는 건가?(웃음)
나 재미없지? 감독님도 만날 “넌 다 좋은데 애교랑 유머가 없어”라고 타박하셨다.(웃음) 사실 감독님도 내게 ‘유머 없다’고 타박하실 처지는 아니다. 감독님도 늘 정색하시거든. 그러니 현장이 얼마나 무뚝뚝했겠나. 송일곤 감독님 소 아저씨, 그리고 나 셋이서 “우리 너무 재미없지?”라고 한탄했다.(웃음) 그나마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은 소 아저씨가 했다. 좀 의외 아닌가? 역시 선배님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무비위크> 497호에서 ‘신 티켓 파워’로 영화 투자, 배급, 제작사 관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차세대 기대주 여배우로 한효주를 꼽는 답변이 많던데?
어? 정말? 나를 왜? 그 말을 들으니 땅 끝으로 꺼져 들어갈 것 같다. 어깨가 무거워서.(웃음) 그 말이 농담이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지. 사실 지금까지는 쉴 틈 없이 달렸다. 과연 이렇게 안 쉬면서 일만 해도 내 몸이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렸다. 잠깐 일 없이 쉬었는데, 쉬는 게 오히려 더 힘들었다.
-워커홀릭인가?
정말 안 해본 게 없다. 연기뿐만 아니라, MC, 오락프로그램에도 많이 나갔고, 신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중구난방 닥치는 대로 다 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하겠나 싶어서, 일을 놓치기 싫었다. 배우를 직업으로 삼기 전부터, 큰 목표가 있었거든. 정말 터무니없는데.(웃음) 예를 들면, 나는 연기를 해서 나중에 할리우드에 갈 거야! 이런 거?(웃음) 오히려 일을 하면서 구체적인 목표가 보이는 것 같다.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웃음) 나 스스로 내가 연기 못하는 게 싫다.
-갑자기 왜 자학 모드로 돌변하나?
자기 연기에 만족이 안 될 때가 있지 않나. 이젠 조금씩 즐기면서, 한 작품을 하더라도 보람을 느끼면서 하고 싶은데 아직 잘 안 된다. 게다가 나처럼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고정된 배우는 위험요소도 많다. 의도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만든 건 아니다. 내 성격이기도 하다. 주변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배려도 많이 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성격이라, 일단 사람들을 보면 웃었다. 안 웃으면 내가 어색하니까. 그런데 그런 모습이 쌓이다 보니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너무 갑갑했다. 안 웃고 있어도 나는 편하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 웃지 않으면 사람들이 “무슨 일 있냐, 피곤하냐?”고 묻는다.(웃음) 너무 빠르지 않게, 조금씩 다른 모습도 보여줄 생각이다.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그렇다. 대중이 계속 보고 싶을 만큼 기분 좋은 ‘웃음’을 갖고 있다.
안다. 누군가를 기분 좋게 만드는 건, 굉장히 보람된 일이다. <찬란한 유산>(SBS, 2009)과 <동이>를 촬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받을 때였다. 드라마를 보고 긍정의 힘을 느꼈다고, 1주일이 즐겁다고 말씀해 주시는 게 어찌나 보람차던지.
-<오직 그대만>의 정화도 결국 관객을 행복하게,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과연 정화와 철민이 행복해질 수 있을지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면 좋겠다. 살짝 귀띔하자면 나는 좋다. 희망이 있거든.
-희망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잠시 생각) 물론 영화 속 희망은 만들어진 ‘가짜’ 희망이다. 하지만 가짜라도 나는 희망을 주는 영화가 좋다. 어떤 상황에서건 희망을 품고 삶을 긍정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반대로 힘든 상황에서 나약해지고 비관적으로 변하는 건 너무 쉽다. 가짜일지라도 희망을 품는 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비록 만들어낸 희망일지라도, 누군가 그 희망에서 웃음을 얻는다면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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