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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로맨스가필요해, ‘시작은 미약했지만…’ 케이블드라마 가능성↑
[서울신문] 2011년 08월 03일(수) 오전 10:56
[서울신문NTN 임영진 기자]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극본 정현정, 연출 이창한)가 리얼 로맨스를 그리며 화려하게 퇴장했다.
2일 방영된 ‘로맨스가 필요해’ 마지막 회는 선우인영(조여정 분)이 호텔 후계자 배성현(최진혁 분)이 아닌 10년 연인 김성수(김정훈 분)와 사랑을 확인하며 마무리됐다. 배성현은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선우인영의 말에 동의하며 눈물로 이별을 받아들였다.
김성수는 선우인영의 부모님을 찾았다. 자신을 아들처럼 대해주는 모습과 선우인영과의 추억이 떠오른 김성수는 잘못을 깊이 반성하며 선우인영을 배성현에게 보내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날 밤 박서연(최여진 분)은 김성수에게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배성현과 선우인영이 이별했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잘 해볼 것을 권유했다. 이후 만난 김성수와 선우인영은 진한 키스로 화해했고 다시는 이별이라는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한국판이라는 못 미더운 시선 속에 전파를 탔다. 이들이 차별화를 위해 전면에 내세운 무기는 한국적 리얼리티와 대리만족. 1회부터 몰아치던 강력한 애정신과 헉 소리 나는 대사들로 시선 끌기에 성공했으며 이후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케이블 드라마라는 한계 대신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국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감각적 내레이션-현실적 대사, 설득력 가졌다
선우인영은 전지적 시점에서 모든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내레이션을 통해 또 다른 캐릭터로 구축됐다. 사랑과 이별의 복잡함을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을 고안해낸 셈이다. 이는 스토리의 복선을 암시하고 이별 앞에서 구질구질할 수 밖에 없는 인간 본심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데 기여했다.
선우인영은 20대 청춘이 고스란히 담긴 김성수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매일 밤 술에 취해 전화를 걸거나 집 앞까지 찾아가고 족발, 피자, 치킨을 입에 쑤셔 넣으며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쓰린데도 어떻게 배가 고플 수 있는 거냐”고 토로했다. 이별을 결심하고도 습관처럼 떠오르는 추억들 앞에 무기력 해지는 모습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이 밖에 종소리에 집착하는 연애 숙맥 강현주(최송현 분)와 “사랑은 피임이다”는 원천기술 보유자 박서연의 조합은 현실을 담아 내는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거침없이 내뱉는 두 인물의 극단적인 대사들은 선우인영을 매개로 순화되고 강화돼 설득력을 가졌다.
# 적절한 타깃팅, 드라마 성공 불렀다
극 초반 ‘로맨스가 필요해’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영상물 등급 판정에도 불구하고 19금 대사들의 향연은 마치 벼랑 끝 전술을 떠오르게 했다. 당초 ‘로맨스가 필요해’는 19세 이상 관람가로 촬영이 시작됐으나 밤 9시 편성에서 다시 밤 11시 편성으로 시간대를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등급이 15세 이상으로 하향됐다.
이창한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부터 “케이블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된 소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로코물을 만들겠다”고 내세웠다. 격정적인 애정신과 처녀막재생수술, 간통 등 여과 없이 뱉어내는 강한 대사들은 심야 시간의 케이블 드라마이기에 용납될 수 있었다. 백마 탄 왕자님 배성현도 좋지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김성수를 돌아보는 선우인영의 선택도 그렇다. 순정만화적 캐릭터로 가득한 지상파의 로맨틱 코미디는 여러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했다. 케이블이라는 한계와 무기를 적절하게 사용한 제작진의 고민이 빛난 부분이다.
# 제 옷 입은 조여정-최여진-최송현, 몰입 높였다
조여정의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심각하다가도 현실로 돌아와 김성수의 주변을 배회하는 지질한 선우인영의 모습은 조여정의 성공적인 로코물 데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동안 외모와 하이톤의 목소리로 깨방정 연기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최여진은 “같은 캐릭터만 보여지는 것 같아 두렵다”고 했지만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박서연은 최여진을 위한 옷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 패셔너블한 쇼핑몰CEO는 굳이 연기가 필요 없는 최여진의 모습이었다.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 냉철한 강현주는 최송현과 맞아 떨어졌다. 연기하는 내내 망가지기로 작정했다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모습은 감동스러웠지만 마음만큼 따라오지 않는 표정 연기와 발성은 아쉬움이 남았다. 가끔 수다스럽고 주책 맞은 강현주를 연기하기에 최송현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
# 조여정 1인극, 스토리 다양성 아쉽다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조여정의 분량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방영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뚜껑을 열고 본 ‘로맨스가 필요해’는 조여정의 일인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여진, 최송현의 비중은 실망스러웠다.
자유연애주의자 박서연(최여진 분)이 첫 경험의 죄책감을 뒤로 하고 어떻게 현재의 캐릭터를 갖게 됐는지 그럴 듯한 변명이 필요했다. 강현주는 여러 번의 이혼과 결혼을 경험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남자 앞에서 자기 방어적 기제를 갖게 됐다. 동시에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면서도 연애 경험이 다양하지 않다는 자격지심에 괴로워했다. 이 같은 모순적인 상황 설정을 설득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강한 세 캐릭터를 활용했다면 한층 풍부한 이야기 구조를 이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로맨스가 필요해’의 시작은 미약했다. ‘최고의 사랑’, ‘로맨스 타운’ 등 로코물 풍년 속에 ‘로맨스가 필요해’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16회에 걸친 대장정을 마친 지금 시즌2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사랑, 우정, 일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는 골드미스 3인방은 텔레비전 앞에 모인 여성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했다. 변호사, 성공한 온라인 쇼핑몰 CEO, 인정받는 호텔리어는 아닐지라도 저들처럼 먹고 마시면서 인생을 나누겠다는 소박한 꿈을 불어 넣었다.
앞으로 ‘로맨스가 필요해’가 떠난 자리는 tvN 새 월화드라마 ‘버디버디’(극본 권인찬 유영아 배종병, 연출 윤상호)가 대신한다. 주연으로 낙점된 유이가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에서 배우로서 변신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조여정 최여진 최송현의 존재감을 배우 이다희 이용우가 대체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사진 = CJ E&M
임영진 기자 plokm02@seoulnt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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