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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T 对朴健亨的专访
박건형│정도(正道)를 따라 뛰는 남자
[2007-01-29 12:43]
흰머리 지긋한 할아버지가 산울림의 ‘나 어떡해’를 틀어놓고 운영하는 구식 이발소, 그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가 몇 십 년째 장사하고 있는 국밥집, 기분 좋은 일 있으면 동네 사람들에게 고기를 돌리는 인심 좋은 청년이 운영하는 정육점…. KBS <꽃피는 봄이오면>의 배경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보고 있던 드라마들 속의 그 세계와 다르다. 한편에는 화려한 클럽과 하나에 몇 만 원씩 하는 샌드위치를 파는 까페가 있지만, 다른 한쪽에는 우리가 이젠 ‘복고’로 생각하는 그 정서와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고 있는 남자정도(박건형)는 그런 동네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그는 경찰에 따르면 사기꾼이 ‘직업’이라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전과 경력을 자랑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사기 기술 대신 법을 공부하고, 계란 꾸러미를 들고 오는 동네 사람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준다. 그리고 출세에 대한 야망을 키우는 대신 “사랑, 평화, 행복. 이런 건 다 믿는 거야”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 이름부터 ‘正道’(바른 길)를 연상시키는 정도는, 우리 시대엔 그 존재 자체가 믿겨지지 않지만, 어딘가 한 명쯤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옛날 사람’이다. 그건 박건형이 지금 우리에게 가지는 가치이기도 하다. 요즘 영화와 드라마에는 고급 승용차를 끌고 다니며 여성을 감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로맨티스트들이 한가득이다. 그러나, 박건형은 어느 도시의 변두리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고 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댄서의 순정>의 영새는 모두가 현실의 비즈니스를 얘기할 때 춤에 모든 것을 거는 우직한 사람이었고, <뚝방전설>의 정권은 지역 재개발에 밀려 사라져가는 자기 동네의 뚝방을 지키려 하고, 배신이 횡행하는 조직 폭력배의 세계에서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네 건달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크레디트에 박건형이란 배우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SBS <파란만장 미스 김의 10억 만들기>에서도 그는 후줄근한 옷에 두꺼운 안경을 끼고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건형의 매력이 빛나는 순간, 그가 화려한 배우들 사이에서 ‘하나쯤 있어야 할’ 배우가 되는 순간은 단지 그의 순수함이 부각될 때가 아니다.
싸늘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 배우의 방법쉴 새 없이 건달들과 싸우는 것밖엔 할 줄 모르는 정권, 연변에서 온 소녀가 자신이 원하던 댄스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을 알자 어려운 살림에 소녀까지 떠맡을 수 없다며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했던 영새. 그는 순수하기 때문에 세상과 부딪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넣으려는 순간마다 자신의 순수함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니라고, 그게 현실이라고 말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며, 그러면서도 현실에 대한 갈등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 그래서 박건형은 순수하고 착해서 재미없는 남자가 아니라 싸늘한 세상에서 순수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애틋한 남자의 캐릭터를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은 화려한 배우들이 넘쳐나는 요즘 박건형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댄서의 순정>은 애초에 문근영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던 영화였지만 박건형은 그 작품에서 확실히 관객의 눈도장을 찍은 ‘춤 잘 추는 배우’로 기억됐고, 흥행은 실패했지만 <뚝방전설>에서 돌아온 영웅처럼 묘사되는 조폭 대신 어른이 된 동네 건달의 비루한 현실을 보여준 정도를 보여준 박건형의 연기는 그가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현실감을 부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 과정들을 거쳐 그는 <꽃피는 봄이오면>에서 극의 중심에 섰다. 정도는 착하고 순수하지만 경찰 앞에서는 곤란한 사정이 생긴 이웃 사람을 위해 자신이 진짜 변호사인 양 적당히 엄포도 놓을 줄 알고, 아버지 때문에 발목 잡히는 상황을 슬퍼하면서도 자포자기하는 대신 어떻게든 살 궁리를 한다. 너무 착해서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잘 발견되지는 않지만 어딘가 있다면 참 좋을 것 캐릭터 사이의 그 미묘한 차이. 그건 지난 몇 년간 착실히 자기 스스로 그런 캐릭터의 모습을 발전시켜나간 박건형이 가지게 된 그만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건 단지 배역 속의 이미지가 아니라 <꽃피는 봄이오면>에 이르기까지 박건형이 선택해온 길도 마찬가지였다. 매니지먼트사도, 배우도 모두 화려한 것, 빠른 것을 찾는 이 시대에서, 박건형은 정도처럼 어딘가 있을 것 같지만 찾기는 쉽지 않은 그런 길을 따랐다.
정도를 걸으며, 꽃피는 봄을 향해
10대부터 캐스팅돼 곧바로 TV에 얼굴을 내미는 대신 연기를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선택했고,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신 뮤지컬을 통해 배우에게 필요한 발성, 노래, 춤 같은 것을 배웠으며, 덤으로 촉망받는 뮤지컬 스타의 자리도 얻었다. 그 때문에 그는 또래의 배우들보다 다소 늦게 스타의 자리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신 그는 가벼운 배우들은 가질 수 없는, 오랜 기간 동안 뮤지컬에서 활동한 배우가 줄 수 있는 신뢰감을 얻었고, <댄서의 순정>과 한 CF에서 움직임만으로도 시선을 모을 수 있었던 춤 솜씨를, 그리고 <뚝방전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이 계속되는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을 가졌다.
박건형과 오만석 같은 뮤지컬 출신의 배우들이 화려한 외모나 멋진 캐릭터 대신 자신의 다재다능함으로 대중에게 다가선 뒤 TV에 서서히 뮤지컬이나 연극 출신의 배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기존의 스타 배우들과는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물론, 박건형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배우다. <꽃피는 봄이오면>은 그가 자신이 가장 잘해왔던 캐릭터를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첫 작품일 뿐이다. 또 정도와 같은 캐릭터는 박건형만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느 틈에 그의 한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세상에서 박건형과 같은 배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건 의미 있는 일 아닐까. 세상이 어떻든, 한 걸음씩 ‘정도’를 걷는 배우. 그렇게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박건형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처럼 꽃피는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른다.
[ 本帖最后由 shl888888 于 2007-1-29 16:07 编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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