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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week>
<멋진 하루> 전도연 & 하정우, ‘안정’ 그리고 또 다른 ‘도전’
‘칸의 여왕’ ‘충무로 블루칩’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의 비호를 받는 두 배우 전도연과 하정우의 차기작은 <멋진 하루>다. 분주한 갈채를 한몸에 받은 이들이 <멋진 하루>를 선택한 이유는 안정, 그리고 동시에 또 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시나리오 처음 받고, 어땠나요?
전도연 밀양에서 원작을 받고는 “어머, 뭐니? 나보고 하라는 거야?” 했는데 서울에 와서 시나리오를 받고는 같은 원작인 줄도 못 알아채고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참 잘 쓰시는구나 싶었어요. 참 이야기 잘 지어내시는구나, 하고. 영화로 완성된 걸 보니까 시나리오보다도 더 밝고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이윤기 감독님은 ‘예술’ 영화를 찍으셨었는데, 이번 영화는 전작들보다는 대중적인 작품이에요. 감독님께 “우리 이번엔 꼭 흥행 영화 찍어요” 했는데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하정우 <추격자> 촬영 중에 쉬다가 차에 놓인 걸 별생각 없이 읽었는데 그 복잡한 현장에서도 금세 시나리오에 몰입이 되더라고요.
-전도연 씨가 먼저 캐스팅되고 하정우 씨가 뒤이어 캐스팅됐어요.
전도연 희수 역으로 캐스팅되고 병운이는 누가 좋을까 생각했는데 하정우 씨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을 때나, 잠깐씩 얼핏 보면 아주 잠깐 보는 건데도 정우의 매력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거예요. 병운 역이 매우 중요해서 그런 큰 매력이 필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하정우 씨가 해주길 간절히 바랐죠.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때 주연과 조연이었는데 이제 같이 주연이라 생각하니 부담감은 없었어요?
전도연 부담감 느낄 정우였다면 매력도 없었을 거예요.
하정우 전 그냥 마냥 좋았어요. 부담감은 없었지만 새로운 다짐은 하게 됐죠. <추격자>나 <비스티 보이즈>는 현장이 젊었고, 윤종빈 감독 같은 경우 절친하기도 해서 현장에서 굉장히 편했어요. <멋진 하루>는 대선배인 도연 누나도 계시고 이윤기 감독님도 나이 차가 많으시고, 현장 스태프 평균 연령이 높았어요. 이번 저의 목표는 병운처럼 ‘쿠션’이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였어요. 병운처럼 쿠션 좋게 현장에서 진짜 신인처럼 하자, <프라하의 연인> 때 도연 누나를 우러러보며 연기했던 그 마음 그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세한 것 모두 다 전부 처음부터 시작을 해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전도연 정우가 현장에서 정말 병운화되고 있다는 얘기 많이 했어요.
하정우 정말 많이도 떠들었죠. 그게 제 평소 모습이라는 식으로 비춰질 정도로. 원래는 그보다는 덜해요. 그저 한 가지, 일할 때 남들에게 피곤한 걸 내비치거나 ‘내가 지금 이렇게 하고 있어’라고 내세우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그냥 즐겁고 솔직하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엔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던 조합인데, 두 사람 사이의 연기 호흡은 잘 맞던가요?
전도연 상황 자체가 오랜만이니 어색할 수밖에 없는 건 있었죠. 그래도 촬영 전에 제가 밥도 사주고 하며 만난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하정우 어떤 현장이든, 누구랑 하든 크랭크 인 날 어색함은 다 갖고 있는 거죠, 뭐. 얼마나 빨리 자연스럽게 변화시키고 빨리 적응하는가가 중요한 건데, <멋진 하루> 현장은 잘 풀렸어요.
전도연 언제부턴지는 모르겠고 첫날은 서걱서걱 지나갔는데 점점 정우가 아니라 병운이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저도 점점 희수처럼 진짜 화가 나 있고 짜증이 나는 상태가 되곤 했죠.
-그러면서 희수의 매력을 느끼기도 했나요?
전도연 이번 작품은 신기할 정도로 극 중 인물과 똑같이 느끼면서 영화를 찍었어요. 처음에 희수는 그저 병운에 대해 짜증이 나 있고 날카롭고 신경이 곤두선 느낌이었는데 순서대로 촬영을 해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희수 자신이 보이고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영화에 희수의 매력이 보이기 시작해요.
-평소 작품 선택 기준과 일할 때의 원칙이 있다면요?
전도연 시나리오, 약속.
하정우 시나리오, 정직함. 전 이해가 안 되면 이해가 안 된다고 감독님께 솔직하게 얘기해요. 끝까지 파고들어서 제가 이해를 하고 넘어가요. 제가 이해를 못하면 제 연기가 불분명해지고, 그건 관객도 이해시킬 수 없는 거니까요.
-이윤기 감독님은 배우들이 당신의 컨트롤 너머에 있다고 표현하셨던데요.
하정우 과찬이죠. 전 그냥 묻어갔어요.
전도연 놀란 게, 전작들 보면 왜 그렇잖아요. 집요하게 배우의 감정을 끌어내실 것 같으시고 성격도 예민하고 디테일하셔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정말 배우들에게 별 터치를 안 하시더라고요.
하정우 잘 받아주시고, 잘 풀어주시는 감독님이에요.
전도연 하정우 씨랑 감독님이랑 되게 잘 맞았어요. 여배우랑 잘 맞으실 것 같은데 저랑 있으면 잘 웃지도 않으시고, 현장에 하정우 씨만 있으면 너무 즐거워하시는 거죠. 감독님이 정우를 되게 좋아하셨어.
-프리프로덕션 때 감독님과 어떤 걸 맞춰놨나요?
하정우 저는 조병운이라는 인물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조병운이라는 이름은 감독님 실제 친구분 성함이었는데 그분, 돌아가셨대요. 엔딩 크레딧 보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조병운의 서브 텍스트가 되는 인물이 있는데 감독님 매제분이었어요. 대기업 멀쩡히 다니시다가 사업을 하시겠다고 어느 날 갑자기 다 때려치우고 중국에 가셨다네요. 집안에서 속을 많이 썩여서 다들 욕하고 구박을 했는데 그분이 가족모임만 오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없으면 찾게 되는 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전도연 저는 감독님이 스토리라인처럼 해서 여러 가지 주신 걸 봤어요. 희수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는 하더라고요. 그저 단 하나, 모든 게 안 풀릴 때는 누군가 잡아 끌어내려서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저는 그게 희수에게 병운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제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일 때는 그런 화풀이를 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촬영은 어땠어요?
전도연 촬영하면서, 다큐멘터리를 한 편 찍어도 너무 재미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배우는 항상 정해진 공간, 정해진 사람들만 부딪치며 사는데 <멋진 하루>는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치며 촬영했잖아요. 어딜 가면 음식이 맛있고, 어딜 가면 음식은 맛없는데 사람들이 친절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독특한 다양성을 봤던 것 같아요.
하정우 밖에 돌아다니며 “오늘은 뭘 먹을까” 하며 동네 맛집들도 다녀보고, 아주 좋았죠. 출퇴근 촬영이라 매일 일찍 집에 들어가서 자느라 술자리에서 ‘신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었지만요.(웃음)
-병운과 희수는 어떤 관계일까요?
전도연 세상에는 “우린 연인이야”라고 관계를 정의내리고 있는 관계도 있지만 모호한 관계도 많잖아요. 병운과 희수 역시 그 중 하나일 거예요.
희수가 1년 만에 병운을 찾아와 하는 말, “돈 갚아!”의 진심은 뭐였을까요?
전도연 글쎄, 되게 많았을 것 같은데. “전화번호 왜 바꿨어”일 수도 있고요.
하정우 제가 희수였다면 “오랜만이야. 밥은 먹었어?” 하고 병운처럼 어제 만난 사람 대하듯 할 것 같아요.
-이 영화를 찍으며 헤어진 사람이 궁금해지던가요?
전도연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사람이야 누구나 있겠죠. 우연히라도 마주쳐서 “어머, 잘 지냈어요?” 하고 싶은….
하정우 저는 스무 살 때 헤어진 여친과 다시 만나려고 6개월 동안 온갖 이벤트부터 별걸 다 해본 적이 있었어요. 결국 돌아오긴 했는데 그 6개월 동안 모든 에너지를 써버려서 정작 돌아왔어도… 어후…. 헤어진 사람이 애틋한 게 바로 짝사랑의 환상이랑 비슷한 건가?
전도연 그렇게 남자애가 무책임하니? 남자는 아무튼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돼요. 단순하고 애기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이렇게 지쳐요.(웃음)
● 전도연의 조용한 흥분
전도연이 드라마 <온에어>에 카메오 출연해서 극 중의 철없는 여배우 지망생에게 한 말은 “나처럼 되고 싶니? 나처럼 되는 건 쉬워. 남들이 너처럼 되고 싶게 만드는 게 어렵지”였다.
<밀양>으로 너무 많은, 그러나 충분히 자격 있는 플래시 세례를 받은 배우 전도연의 현재 좌표는 대중의 스타이지만 어쩌면 후배 배우들의 멘토다.
칸에서 받아온 트로피가 1년이 지나도록 무겁다. 그래도 전도연은 입버릇처럼 쉽게 말한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다.”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데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지도 이미 11년이 됐다.
전도연은 항상‘똑같은 사람’보다는 ‘톱스타’ ‘여배우’로 보여지며 살아 왔다. 실제 주변 사람들이 “어디 가서 전도연 때문에 죄송하다”고 할 일이 없는, 철저한 프로페셔널로 세월을 겪었다.
작품을 하나 할 때마다 주변의 아첨과 공허한 추앙에 흔들리지 않고 그저 “나 자신한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또 하나 했구나”라고만 조용히 뿌듯해 했다. 같은 캐릭터를 재생산하지 않고 배우로서 발전하기만 한 필모그래피였을지도 모른다.
“배우들은 늘 변신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까지 변신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도 운이 좋았던 덕분이랄까, 작품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변신하는 모습을 봐준다. 앞으로도 꼭 계획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어떨까?”
탁월한 시나리오 감별력이나 연기력을 말하지 않아도 전도연은 모든 캐릭터를 식성 좋게 섭취한 후 ‘전도연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로 창조해 냈다. 이쯤 되고 보면 위대한 배우라며 호들갑을 떨어도 좋겠지만, 그녀는 여전히 균형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겸손하다.
“내가 해서 영화가 나왔기 때문에 전도연이 아니면 못했을 역이라고 하는 거지, 다른 누가 했더라도 분명히 그렇게 보였을 거다. 당시만 해도 몰랐지만 <접속>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여배우들에게 시나리오가 갔었나. 이제까지 했던 작품들이 ‘최선’으로 보였다 하더라도, 사실은 전도연이 ‘차선’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 변화가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듯, 그녀 자신도 그렇게 의지하지 않은 채 변화를 겪고 있다. 정확히 결혼 이후다. “항상 변명의 여지 없이 행동하며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남의 일에 대해 변명을 들어주거나 ‘누구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1년 365일 배우로만 살면 참 좋겠지만, 피곤한 스타일이지.(웃음) 결혼하고 나서 가족이 아닌 ‘남’이었던 남편과 가정을 이루며 처절할 정도로 나 자신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딱히 결혼하던 날부터 천지개벽이 일어났던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이벤트 중 결혼식도 있었던 것이고, 결혼 직후부터도 너무나 많은 일정을 해내며 신혼임을 실감할 틈도 없었다.
“<밀양>으로 기대치가 너무 많이 커져서 다음 작품 텀을 걱정하게 됐다. 우선은 <밀양> 때 무거웠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빨리 안정을 되찾고 싶었다. <멋진 하루>를 칸에 가기 전부터 결정한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계속 바쁘다가 새 영화까지 하겠다고 나선 나를 묵묵히 지켜봐 준 남편에게 너무 고마웠다. 나의 든든한 후원자, 기둥, 날이 가고 시간이 갈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사람이다.”
이제 전도연의 ‘차기작’은 알다시피 임신 5개월째인 2세다. 언제까지나 준비 안 된 것 같은 얼떨떨한 마음보다도 몸이 더 서둘러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 30년 후에 나도 내 아이 때문에 상견례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아들이면 며느리고 딸이면 사위인데, 이걸 또 어떻게 착한 배필 데려오도록 철저히 감시하나 하는, 이런 잡다한 상상. 즐겁다.”
전도연은 당분간 ‘사람’으로서만 살아가느라 바빠질 테다. 30년 후 여배우인 자신의 모습이나 여배우로서의 위치에 대한 상상을 해보기엔, 태아가 자랄 때마다 그녀가 느끼고 있는 조용한 흥분이 이미 너무나 멋진 행복이기 때문이다.
● 하정우는 이제 막 시작됐다
하정우는 2006년까지도 ‘신인 배우’라는 소리를 들었다. 2002년에 <마들렌>의 준호로, 그보다 훨씬 이전에 연극배우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한, 어느 무관심이 부른 아이러니였다. 2005년에 본명 김성훈 대신 좀 더 배우 이미지 같은 ‘하정우’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지금의 하정우는, 자신을 데뷔시켜 준 그 고마운 <마들렌> 박광춘 감독의 2008년 영화 <울학교 이티>에 ‘아주 잠시’ 카메오로 출연한 것만으로도 연예뉴스가 되는 배우다.
하정우의 임팩트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프라하의 연인>에서, <구미호 가족>과 <시간>과 <숨>과 <두번째 사랑> <히트>를 거치며 점층적으로 커져갔다.
지난 겨울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카메오 출연한 것은 신호탄이었다. 올해 2월 <추격자>, 4월 <비스티 보이즈>는 투톱이었어도 하정우의 영화였다.
지금의 하정우는 신인 배우가 웬 말, ‘충무로 블루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히트> <추격자>에서 굉장히 후한 점수를 받은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 이상으로 후한 점수일지도 모른다. 운이 따른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까지 내가 만난 감독님들은 배우를 소비하는 감독님들이 아니었다. 배우 안의 인간을 활성화시키는 감독님이었고 그 덕분에 나는 내가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이해시킬 수 있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 있게 됐다.”
지금의 하정우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과열 상태다. <추격자> 개봉을 기다릴 때 <비스티 보이즈>와 <멋진 하루>를 살짝 겹쳐 촬영했고, <멋진 하루>가 개봉되는 지금은 일본에서 <보트>를 크랭크 업하고 츠마부키 사토시와 친구가 되어 돌아왔고, 8월 30일엔 샐러드와 운동 덕분에 8킬로그램이 가벼워진 스키점프 선수의 몸을 완성하고 <국가대표>를 크랭크 인했다.
“물론 피곤하고 힘들다. 그래도 지금 쉬지는 않는다. 에너지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에너지를 좀 더 배수시키고 나서야 고작 3~4개월 쉬어보려 한다고 말하고 있는 이 배우는, 아직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남들이 샴페인을 건넬 때조차 전성기를 선언하지 않고 그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만 한다.
하정우는 연기를 하는 이유로 ‘결핍’을 꼽았고(“나는 많이 결핍된 사람이라 생각한다. 항상 그걸 채우려고 노력하고, 캐릭터를 만들 때 나 자신에게 결핍된 걸 채운다. 그런 걸 좆으려고 하는데,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무비위크> 314호 인터뷰 중), 그가 최근에 분했던 캐릭터는 어김없는 공통분모로 ‘결핍’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 몇 편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솔직히는 잘 모르’는 상태다. “연기를 좀 더 해봐야 알 것 같다. 사람한테 이유 없이 정이 가는 것처럼, 결핍이라는 문제에 대해 이유 없이 마음이 계속 가고 있다. 아직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 정리하고 단정해 말하기엔 내가 부족하다.” 그는 앞으로 채워지지 않을 결핍도, 채워 없애게 될 결핍도 만나 단어로 정의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상황’이나 ‘입장’ 같은‘톱스타의 문제’도 생기고야 말 시기이고, 실제로 양해와 타협이 필요한 상황도 겪고 있다. 영화 현장에 국한한다면 마냥 사람 좋은 배우도, 마냥 정치적인 배우도 아닌, 그저 아주 억센 배우인 하정우에게는 의지나 주의를 다칠, 전투 같은 일들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에 그의 ‘시작’이 조용히 ‘끝’나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정우는, 단 1~2년 연기를 인생으로 겪어온 철없는 신인 배우가 아니니까. 이미 오래 전부터 그는 단 하나의 가치를 꼿꼿이 응시하며 느릿느릿 하정우를 만들어 왔던 것일 뿐이니까. 이제 와서 갑자기 조금 연달아 뛰게 되었다고 쉽사리 변할 배우는 아니니까. 어디로 가는지를 언어화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 데로나 가버릴 사람은 더더욱 아니니까.
[ 本帖最后由 byy2004 于 2008-9-13 22:58 编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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