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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속’ 모르는 첩보원 연인 이중생활 웃음꽃 터져 | 2009-04-16 18:20:58 |
‘영화=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절대 보지 말 것을 권유한다. ‘영화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신분을 밝힐 수 없는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펼치는 첩보전과 로맨스를 근간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번 영화가 마뜩찮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깨에 힘을 쫙 빼고 ‘영화는 예술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며 콜라를 홀짝거린다면 이 영화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꽤 적절한 방편이 되어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하늘과 ‘영화는 영화다’의 강지환이 비밀 첩보요원으로 등장하는 ‘7급 공무원’(감독 신태라)이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제공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에 이견을 달 사람도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평론가 이동진도 “품위와 세련미까지 갖췄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유머의 동력이 상영시간 내내 힘차게 작동하는 영화”라면서 “오락영화로서 스스로 내건 약속을 충실히 이행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반 이후 현저히 힘이 떨어지는 다른 충무로 코미디와는 변별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영화의 즐거움은 국가정보원 비밀요원이자 연인 사인인 수지(김하늘)와 재준(강지환)이 서로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처지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재준이 휴대전화에 대고 애절한 사랑 고백을 늘어놓아도, 강렬한 눈빛을 교환한 후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운 뒤에도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수지가, 혹은 재준이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가야 하니 두 사람의 사랑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사랑 보다는 나라를 지키는 일이 더욱 중요한 그들 사이에 달콤한 로맨스가 끼여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키득키득 웃음을 쏟아낸다. 상황이 자꾸만 꼬여 갈수록 그들의 연애전선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두 사람의 처지와 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관객들로서는 허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연급 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류승룡, 장영남 등이 그들인데 그중 발군은 국정원 해외공작파트 팀장 역의 류승룡이다. 마음은 앞서지만 사건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사고뭉치’ 신입 요원 강지환의 오버 액션은 그와 짝패를 이루고 있는 듬직한 류승룡에 의해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는 원래 믿기지 않거나 믿을 수 없거나, 둘 중 하나야”라는 꽤 흥미로운 대사를 날리는 것도 바로 그다. 또 수지의 연애 코치이자 선배 요원인 홍팀장 역의 장영남도 “남자들은 나라 지키는 여자보다 가정을 지키는 여자를 더 좋아하더라”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지며 잔잔한 재미를 선사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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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사진설명='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이어 코믹 연기에 도전한 김하늘(왼쪽). 사고뭉치 신입 정보요원으로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리는 강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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