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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3高修yeongnam采访
FR: 百度高修吧
[시네토크] ‘집으로 가는 길’에서 지질한 남편 종배役 고수
http://www.yeongnam.com/mnews/ne ... 213.010360816490001
반듯하고 성실한 모범생 이미지도 모자라 남들을 압도하는 우월적인 외모까지. 대중이 생각하는 고수는 이처럼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이상적인 존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건 그가 지닌 매력의 일부분일 뿐이다. 배우로서 고수는 타고난 그의 우성인자를 충분히 뒷받침할 정도의 연기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 2004년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썸’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그는 ‘초능력자’ ‘고지전’ ‘반창꼬’ 그리고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호소력 짙은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조각미남’이라는 수식이 뚜렷이 각인된 채로 말이다.
이제 그는 이를 경계한다. 그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통해 꾸준히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 한 건 그 일환이다. 다만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뤄지길 바랐다. 파격적인 변신을 섣불리 시도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의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조금씩 전진해 왔던 이유다.
그런 그가 ‘집으로 가는 길’의 종배로 돌아왔다. 그의 또 다른 연기적 야심으로 읽혀지는 ‘집으로 가는 길’은 마약범으로 오인받아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756일간 수감됐던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다룬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머나 먼 이국땅으로 떠난 아내 정연(전도연)과 후배 빚보증을 잘못 선 못난 남편 종배가 있다. 이 모든 빌미를 제공한 종배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아내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애타게 바란다. 하지만 억울함을 세상에 호소하는 것 외엔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아내를 잃게 된 남편의 충격과 혼란스러움을 자연스럽고 진심어린 연기로 담아낸다. 거기에는 보통의 남자 배우라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못나고 지질한 캐릭터 종배를 선택한 고수의 진심이 묻어 있다.
“종배가 겪는 극도의 감정을 끌어내는 기나긴 여정 동안 나 또한 감정의 극한을 느끼며 이겨내야 했다”는 그를 최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만약 사랑하는 아내가
진짜 외국 감옥에 갇혔다면
어떤 심정에 어떤 행동할까
그걸 느껴보고 싶었다
-영화는 어떻게 봤나. 기자시사회 때 보니 캐릭터의 감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듯했다.
“촬영은 일찍 끝났는데 개봉이 조금 늦춰졌다. 완성된 결과물을 본 것도 이 날이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너무 푹 빠져서 본 것 같다. 당시의 힘든 상황과 감정들까지 새롭게 환기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이 영화는 남자 배우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대부분의 포커스가 정연 캐릭터에 맞춰져 있고 게다가 종배는 무능하고 지질한 남자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출연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맞다. 내가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대부분도 뭔가를 이루고 당당히 깃발을 꽂는 모습이었다. 종배는 그런 모습에 반하는 소시민적이고 일상적인,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종배는 재판이나 소송, 변호사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갑자기 사랑하는 아내가 머나먼 외국의 감옥에 갇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심정일까를 생각했다. 아내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어떤 고군분투가 펼쳐질지 정말 궁금했고 이를 직접 느끼고 경험해보고 싶었다.”
-실제 주인공을 만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캐릭터를 위한 준비와 접근방식을 말한다면.
“일단 외적으로는 살집이 좀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는 편이라 촬영을 하면서 많이 찌우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표현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일이기 때문에 종배처럼 평소 아무런 대비가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내만 그리워한 나머지 동분서주·고군분투하지만 뭔지 모르게 힘든, 잘 해결이 되지 않는, 또 해결할 수 있는 아무런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친구라서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었을 거다. 무엇보다 아내를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간 못난 남편의 모습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솔직히 지금 내가 이런 상황을 겪으면 종배처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것 같다. 때문에 이 영화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종배 입장에서 생각하고 많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후배의 빚 보증을 잘못 서서 그걸 계기로 아내가 프랑스로 떠나고, 그 후에 월세도 못내서 딸아이와 함께 길거리로 나앉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이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때가 겨울이어서 너무 추웠다. 종배의 암담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그 장면은 지금도 생각이 난다.”
-종배 캐릭터에서 실제 당신의 모습이 보여진 건 있나.
“글쎄. 닮은 부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배로 인해 배운 건 분명 있다.”
-사실 관객은 지질한 역할로 돌아온 당신의 모습에 호기심을 가질 듯하다. 연기적으로 완성된 종배의 모습에 만족하는가.
“배우라면 대부분 멋지고 잘난 캐릭터에 흥미를 갖고 있을 거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 반대다. 내가 연기를 하면서 초점을 맞춘 것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의 내 모습보다는 더욱 자연스럽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고수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방은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은 늘 현장에서 조용하시고, 나보다 종배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신다. 하지만 많은 부분을 열어 놓고 나에게 맡기셨다. 그래서 내가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했던 것 같다. 여자 감독님과는 첫 작업이다보니 나 스스로 궂은 일과 힘든 일을 해야 할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나도 모르게 기사도 정신이 많이 생겨난 것 같았다.”(웃음)
딸과 길거리 나앉는 장면 오래 기억돼
소리없이 우는‘아버지’표현 힘들더라
나중에 후회 않도록 가족 사랑해야 해
女감독과 첫 작업…기사도 정신 생겨
초췌한 전도연 보곤 도망치고 싶었다
사극은 자신 없었는데 이젠 해볼 생각
-연기적으로 힘든 건 없었나.
“물론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힘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도연 선배님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가장 많이 힘들었을 거다. 선배님은 당사자고 그 상황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두 사람이 같이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장면이 별로 없었다. 종배가 나름대로 결과물에 대한 해답을 찾고, 그 결과를 실행했으면 시원했을 텐데 돌아오는 건 시원한 답변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황이 촬영하는 동안 늘 힘들고 답답했다.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버지들이 생각났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경험을 하면 할수록, 말보다는 침묵하고 뒤에서 식구를 바라보고 소리없이 우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까지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그만큼 종배 캐릭터에 깊이 이입됐다.”
-극 중에서처럼 살면서 억울했던 경우가 있었나.
“많았다. 억울하지만 그것 역시 사회를 살아가면서 언제나 맞닥뜨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선택이 까다로운 편인가.
“절대로 아니다. 이 작품이 올 2월에 크랭크인해서 6월에 촬영이 끝났다. 이후 ‘황금의 제국’이라는 드라마를 끝내고 지금 이렇게 홍보하고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 일은 쉬지 않고 계속했던 것 같은데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다. 1년에 한 편씩은 꼭 출연해 왔다.”
-작품선택의 기준은 뭔가.
“재미다. 소재가 재미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끌리는 소재와 작품이 있긴 하다. 그 안에 성장과 변화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결혼했다. 연기에서 결혼 전과 후의 차이를 느끼나.
“글쎄. 결혼했다고 차이점이 느껴지는 건 아닌데 스스로의 변화는 느껴지는 것 같다. 어차피 인간은 결혼 유무와는 상관없이 사랑하고 성장하고 한 해 한 해 주름살이 생겨나는 것이다. 예전에는 정말로 의욕이 앞서고, 무대포처럼 일을 처리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내 몸이 처한 상황을 좀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극 중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성격이 매우 차분하다.
“아니다. 속은 굉장히 급하다.”(웃음)
-촬영 중 전도연씨가 급체했을 때 손을 마사지했다고 했는데.
“전도연 선배님을 만나러 도미니크 공화국에 갔을 때 선배님의 초췌하고 안쓰러운 모습에 미안해서 도망가고 싶었다. 많이 지치고 살도 빠지고 새카맣게 그을린 모습이 안 좋아 보였다. 같이 촬영하는 도중 길에서 봤는데 너무 불안해 보였다. ‘어디 안 좋으시냐’고 물어보고 손을 딱 잡았는데 그 더운 나라에서 손이 너무 차가운 거다. 나도 급체했던 경험이 많아서 곧 쓰러지겠구나 싶었다. 선배님은 나와 달리 몸이 안 좋아도 참고 견디는 스타일이더라. 그래서 내가 계속 손을 주물러 드렸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 고마워 하시더라.”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건 뭔가.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극 중에서의 그런 상황들을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든 일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늘 가족을 잘 챙기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다. 남자들은 특히나 종배처럼 실수를 안했으면 좋겠다. 저 역시도 같은 마음이다.”
-만약 당신에게 종배처럼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나.
“글쎄. 물론 상황에 따라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가급적 가까운 사람과의 금전적인 관계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다른 방법을 찾아 줄 것 같다. 힘들겠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당신의 연기가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맙다. 솔직히 내 모습보다는 영화가 큰 울림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듯한 모범생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반듯한 청년 이미지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항상 감사하고 있다. 동시에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착한 모습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나쁜 연기를 해야 하는 건가. 그건 또 아니다. 물론 내 안에도 분명히 나쁜 모습이 있다. 그건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거다. 대중이 생각하는 나와 다른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건 늘 고민이고 숙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보여줄 때가 있을 것이다.”
-처음 연기에 입문했을 때 느꼈던 각오나 목표가 있었을 텐데 현재의 모습에서 해냈다는 뿌듯함이 느껴지나.
“글쎄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많은 생각과 인생과 연기관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한다. 물론 그 끝을 알 수 없듯, 내 연기가 어떻다고 아직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연기적으로 항상 노력하고 있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연기적으로 끄집어낼까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려고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금 내 위치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를 향해 갈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막연히 먼 미래에도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연기의 매력이 뭔가.
“다른 많은 취미생활이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재미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한 인물에 접근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다. 카메라 앞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게다가 그런 내 모습을 대중이 사랑해주니 이보다 즐거운 작업이 또 있을까 싶다. 힘든 만큼 희열이 큰 것도 연기의 매력이다.”
-그렇다면 다른 취미는 없다는 얘기인가.
“딱히 없다. 하지만 굳이 들자면 등산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산길을 걷는 걸 좋아한다. 단지 바빠서 요즘 등산을 자주 못가는 게 아쉽다.”
-‘집으로 가는 길’을 관객에게 설명한다면.
“‘그리움’으로 정의되는 영화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잊고 지낼 수도 있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다. 그만큼 가족의 행복은 평안함과 안정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겨울 극장가를 1℃에서 2℃ 정도 더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자부한다.”
-차기작은 뭔가.
“확실한 건 아니지만 사극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검토 중에 있다. 사실 사극은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장르이다. 다만 늘 생각했던 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잘 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게 해보고 싶다. 누군가에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연기철학과 생각을 가지고 철저히 임하고 싶다. 솔직히 사극에 비친 내 모습도 기대된다.”(웃음)
글·사진=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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